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석수 특별감찰관 (사진=자료사진)
박영수 특검팀이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사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윤갑근 특별수사팀(수사팀)의 수사에 대한 검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윤갑근 대구고검장이 이끈 수사팀이 이 전 감찰관의 감찰 내용 유출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수사 범위를 넘어서는 과도한 압수수색을 한 배경이 핵심 조사대상이다.
이 전 감찰관은 수사팀의 압수수색 바로 다음날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다.
◇ 특검 "특별감찰관실 '과잉 압색' 다른 의도 있나 볼 것"
특검팀은 수사팀의 과잉 압수수색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개입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 전 감찰관의 사퇴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특검팀은 우 전 수석 등 '윗선'의 입김이 작용하진 않았는지를 우회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특검팀 관계자는 31일 "이석수 전 감찰관에 대한 (수사팀의) 수사기록은 종합적인 의미에서 검토 대상"이라며 "검찰의 압수수색이 적절했는지 등을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미 윤갑근 수사팀으로부터 이 전 감찰관과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 기록을 넘겨받아 검토했다
특검법에도 우 전 수석과 관련해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감찰을 방해하고 이 전 감찰관을 찍어내려 한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우병우·이석수 두 사람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수사팀은 윤갑근 대구고검장이 팀장으로 지목되면서 처음부터 '공정성'에 금이 갔다.
윤 수사팀장이 수사 대상이던 우 전 수석의 연수원 동기인데다, 심지어 '우병우 라인'으로 알려지면서 당시 법조계에서는 "수사가 제대로 되겠냐"는 우려가 파다했기 때문이다.
수사 과정에서도 우 전 수석에 대해서는 '황제 소환' 논란에 휩싸이기까지 했다. 4개월간의 짧지 않은 시간 수사를 진행했지만, 결국 기소조차 못한 채 수사를 종결하면서 '부실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반면 수사팀은 이 전 감찰관을 상대로는 감찰관 사무실에 보관 중이던 우 전 수석 감찰관련 자료 전체를 싹쓸어 갔다.
이 전 감찰관이 당시 "더 이상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며 수사팀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대해 에둘러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과잉 논란을 빚은 압수수색이 이뤄진 바로 다음날 사직서를 청와대에 냈다.
조직을 무력화 할 정도의 이례적인 압수수색으로 더이상 감찰 업무를 실행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 전 감찰관은 우 전 민정수석의 가족회사 관련 횡령 의혹 뿐아니라 미르·K스포츠 재단의 불법 강제모금 과정에 대해 사전 조사를 벌이면서 결정적으로 정권의 눈밖에 났다.
특검팀은 수사팀의 과잉 압수수색의 배경으로 우 전 수석을 지목하고 있다.
수사팀이 감찰관실의 기능을 마비시킨 게 결과적으로 우 전 수석을 도와준 꼴이 됐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이와함께 이 전 감찰관의 감찰 내용 유출 의혹이 제기되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중대한 위법행위이자 국기문란"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던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특검팀은 미르·K스포츠 재단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역린'을 건드린 이 전 감찰관을 찍어내기 위해 박 대통령이 우 전 수석을 움직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검찰이 4개월동안 헛탕친 '遇 개인비리'도 추적특검팀은 또 이 전 감찰관 사퇴 과정과 함께 수사팀이 진행했던 우 전 수석에 대한 개인 비리 수사도 함께 들여다 볼 예정이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우 전 수석의 개인 비리든, 특검법에 명시된 국정농단과 관련된 비리든, 뭐든 걸리면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특검팀은 아울러 우 전 수석의 가족 회사로 알려진 '정강'에 대한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뭉칫돈이 입금됐다가 얼마 안돼 다시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특검팀이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팀의 수사 기록을 100% 신뢰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며, 수사팀이 '봐주기 수사'를 한 정황으로 살펴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와 관련 특검팀 관계자는 "우 전 수석을 둘러싼 의혹들을 모두 훑어보는 과정에서 특검 수사 대상에 해당하는 혐의가 나오면 처벌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검찰로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