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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오버랩' 이대호, 이승엽과 무엇이 같고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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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오버랩' 24일 롯데와 전격 계약하며 6년 만에 한국 무대로 복귀하는 이대호(오른쪽)는 5년 전 삼성으로 복귀한 이승엽의 행보와 비슷하다. 사진은 삼성으로 복귀한 이승엽이 2012년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오릭스로 진출한 이대호와 인사를 나누는 모습.(자료사진=삼성)

 

또 한 명의 한국 야구 전설이 돌아왔다. 일본 열도를 정복하고 야구 종가 미국에서도 그 큰 덩치를 알렸던 '빅 보이' 이대호(35)다.

이대호는 24일 친정팀 롯데와 4년 150억 원 계약 소식을 알렸다. 6년 만의 한국 무대 복귀다. KBO 리그 최고 타자의 귀환에 팬들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롯데 구단은 "시즌권 문의가 평소보다 10배 이상 늘었다"며 즐거운 비명이다.

이대호의 복귀는 5년 전 선배 전설의 귀환과 흡사하다. 바로 '국민 타자' 이승엽(41 · 삼성)이다. 2012년 당시 이승엽도 장기간의 해외 생활을 마치고 한국 무대로 돌아왔다. 이대호처럼 친정팀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겠다는 수구초심의 뜻이 강했다.

다만 한국 야구를 대표했던 두 전설의 복귀는 사뭇 다르기도 하다. 국내 복귀의 배경과 소속팀이 처한 상황이 그렇다. 올해 KBO 리그를 뜨겁게 달굴 이대호와 2012년 한반도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던 이승엽의 복귀는 무엇이 같고 다를까.

▲日 열도 정복한 韓 최고 타자들

둘은 모두 자타 공인, KBO 리그 정상에 섰던 타자들이다. 타자로서는 더 이상 이룰 것이 없어 더 큰 물을 찾아 떠났다. 일본 무대를 정복하는 등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돌아온 선수들이다.

이승엽은 말이 필요 없는 KBO 리그의 역사다. 홈런왕과 MVP를 5번이나 수상한 이승엽은 2002년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KS) 우승을 견인했고, 2003년에는 당시 아시아 한 시즌 최다인 56홈런의 대기록까지 세웠다.(이는 순수 아시아인으로는 아직까지 최다 기록이다.)

2004년 이승엽은 일본 지바 롯데로 진출해 적응에 애를 먹었지만 2005년 플래툰시스템에도 30홈런 82타점을 기록, 일본시리즈 우승에도 기여했다. 이런 활약으로 이승엽은 이듬해 일본 최고 명문 요미우리에 진출했고, 타율 3할2푼3리 41홈런 108타점의 맹타로 한국 최고 타자의 위상을 높였다. 요미우리와 4년 최대 30억 엔(약 300억 원) 대박 계약까지 맺었다.

다만 이후 이승엽은 주춤했다. 2007년 30홈런을 날린 이승엽은 이듬해 이대호와 함께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이끌었지만 부상으로 신음했다. 그해 45경기 18홈런에 그친 이승엽은 이후 두 시즌 모두 80경기도 채우지 못했고, 21홈런에 머물렀다. 2011년 오릭스에서 15홈런을 날린 이승엽은 이듬해 한국으로 복귀했다. 8년 통산 159홈런 439타점을 기록했다.

2006년 요미우리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이승엽(왼쪽)과 2012년과 2013년 오릭스에서 일본 정상급 타자로 군림했던 이대호.(자료사진=노컷뉴스, SBS스포츠)

 

두 전설의 대한해협 횡단은 절묘하게 오버랩됐다. 이승엽의 바통을 이대호가 받았다. 이대호는 2011시즌 뒤 일본으로 진출해 이승엽의 명성을 이었다.

이승엽이 떠난 이후 이대호는 한국 최고 타자로 성장했다. 2006년 첫 타격 3관왕을 달성한 이대호는 2008년 8년 만에 롯데의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이후 4년 연속 롯데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2010년 이대호는 2003년의 이승엽 못지 않은 역사를 썼다. 세계 최초의 9경기 연속 홈런은 이승엽의 56홈런에 비견될 만한 대기록이었다. 여기에 이대호는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 7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타율 3할6푼4리 44홈런 133타점을 올린 이대호는 파워와 정교함까지 갖춘 괴물이었다.

2011시즌에도 타격왕에 오른 이대호는 이듬해 일본 오릭스로 진출했다. 투고타저의 일본에서도 2년 연속 24홈런 91타점을 올리며 정상급 타자로 인정을 받았다. 2014년 소프트뱅크로 이적한 이대호는 타율 3할 19홈런 68타점의 성적을 낸 뒤 이듬해 31홈런 98타점의 빼어난 성적을 냈고, 한국인 최초로 일본시리즈 MVP까지 올랐다.

▲이승엽, 복귀 후 부활…이대호, 마지막 소원 이룰까

다만 한국으로 돌아온 배경은 두 전설이 사뭇 다르다. KBO 리그와 친정팀 복귀에 대한 뜨거운 열망은 같다. 그러나 이승엽은 다소 씁쓸하게 귀국한 반면 이대호는 금의환향이었다.

이승엽은 2006년과 2007년 일본에서 전성기를 누렸지만 이후 하락세가 완연했다. 잘 하면 영웅, 못 하면 역적이 되는 요미우리의 팀 상황이 적잖게 작용했다. 엄청난 부담감에 부상까지 겹친 이승엽은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4년 계약을 마무리한 이승엽은 2011년 오릭스에서 부활을 노렸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15홈런을 날렸지만 타율이 겨우 2할을 넘겼다. 이승엽은 일본 잔류와 한국 복귀를 고민한 끝에 고향팀의 문을 두드렸고, 삼성은 전설을 받아줬다. 이승엽은 이후에도 "나를 받아준 삼성과 류중일 감독님께 정말 고맙다"고 감사의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다만 이승엽은 친정팀에서 확실하게 명예를 회복했다. 2012년 타율 3할7리 21홈런 85타점으로 건재를 알린 이승엽은 SK와 한국시리즈 MVP에도 올랐다. 2013년 최악의 부진을 겪은 이승엽은 2014, 2015년 타율 3할 이상에 58홈런 191타점을 올려 삼성의 4연패를 견인했다. 지난해는 타율 3할3리-32홈런-118타점으로 회춘했다. 올해는 은퇴 시즌으로 화려한 전설의 마무리를 준비한다.

'전설은 계속된다' 한국 복귀 후 KBO 리그 최초의 400홈런을 달성하며 명예 회복에 성공한 이승엽(왼쪽)과 롯데에서 우승이라는 마지막 소원을 위해 복귀한 이대호.(자료사진=삼성, 노컷뉴스)

 

반면 이대호는 박수갈채 속에 친정팀에 복귀했다. 더 나은 조건을 뿌리치고 돌아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2015시즌 뒤 이미 50억 원 이상 연봉이 보장되는 일본 무대를 떠나 메이저리그(MLB)에 도전해 시애틀에서 활약했다. 스플릿 계약을 이겨내 빅리그에 당당히 올라 플래툰 시스템에도 14홈런 49타점으로 나름 활약을 펼쳤다.

그런 이대호에게 선택지는 많았다. 다시금 MLB에 도전할 길과 2년 100억 원 이상의 조건이 보장되는 일본행이었다. 여전히 일본에서 이대호는 특급 타자로 통하는 상황, 러브콜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대호는 롯데행을 택했다. "롯데에서 동료들과 우승하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었다"면서 "부산 팬들의 응원이 너무 그리웠다"는 이유와 함께였다.

다만 이대호의 상황은 이승엽과 달리 녹록치는 않다. 당시 삼성은 이승엽이 없어도 2011년 우승을 차지한 리그 정상급 전력이었다. 그러나 롯데는 이대호가 와도 5강 플레이오프를 장담하기가 쉽지는 않다. 송승준, 손승락, 윤길현 등 부상, 부진에 빠진 선수들의 부활이 있어야 가능한 목표다.

한국 야구를 접수하고 해외 무대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복귀한 이승엽과 이대호. 닮은 듯 달랐던 두 전설 중 1명은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다른 1명은 새로운 출발선에 선다. 올 시즌 KBO 리그를 풍부하게 만들어줄 두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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