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의 몸통으로 알려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했다.
조 장관이 구속되면 현직 장관으로서는 처음으로 구속되는 사례가 된다.
조 장관은 영장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이날 오전 9시10분쯤 특검사무실에 잠깐 들렀다가 특검팀 관계자와 함께 법원으로 향했다.
이날 오전 CBS노컷뉴스의 보도
(관련기사 2017. 1. 20 [단독]조윤선의 자백…"블랙리스트, 김기춘이 시켰다")가 나간 직후여서, 취재진은 조 장관에게 '김 전 실장의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을 쏟아냈다.
아울러 '현직 장관 1호로 특검에서 영장이 청구됐는데 입장을 말해달라', '국회에서 위증한 이유가 무엇이냐' 등 질문을 던졌지만 조 장관은 "영장실질심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만 짧게 답했다.
조 장관은 CBS 노컷뉴스 보도와 관련해 이날 오전 문자 메시지를 통해 "그렇게 진술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사정기관에 따르면, 조 장관은 특검 조사과정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에 따라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조 장관은 또 "김기춘 비서실장 체제 하에서 '좌파배제-우파지원' 기조를 함께 공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블랙리스트 문제는 구속된 신동철 비서관이 실무를 담당했으며, 구속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도 2주에 한번씩 김 전 실장에게 진행상황을 직보했다"고도 폭로했다.
이를 종합하면 조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에 관한 '좌파배제-우파지원' 기조를 정무수석 시절부터 알고 있었다고 실토한 셈이다.
더욱이 특검은 조 장관이 블랙리스트 작성에 "핵심 역할을 했다"는 진술 등을 상당 부분 확보한 상태다.
조 장관보다 조금 늦게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김 전 실장도 잠깐 머물렀다가 곧바로 법원으로 떠났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의 '설계자'로 거론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여전히 모르느냐',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느냐' 등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다.
이들의 영장심사는 이날 10시 30분부터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다. 구속 여부는 밤늦게 가려질 전망이며, 두 사람은 심문을 마치고 구속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게 된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박근혜 정부가 정권에 비판적인 '좌파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할 의도로 만든 것으로 드러난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를 주도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을 받는다.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반대하거나 비협조적인 문체부 관계자의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한 혐의도 포함됐다.
특검팀은 이들이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리스트의 존재를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게 위증이라고 판단하고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대한 법률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