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10시 KBS 2TV에서 방송되는 새 수목드라마 '맨몸의 소방관' (사진=KBS 제공)
"사실 단막극의 장점은, 어쨌든 메이저로 있는 작품들이 '할 수 없는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본다. 메이저 작품들은 사회고발도 하고 되게 딥한(깊은) 느와르물과 순정만화물은 많은데 우리 작품은 편하게 볼 수 있는, 재미를 추구하는 열혈 청춘만화물이라고 생각한다. 결과가 깔끔한, 어두운 여운 남기지 않는 즐거운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감독님도) 비극이 아니라고 하셨고, 재미있는 이야기니까 많이 시청해 주시길 바라겠다"내일(12일)부터 방송되는 KBS 수목드라마 '맨몸의 소방관'(연출 박진석, 극본 유정희, 제작 얼반웍스미디어)은 4부작 드라마다. 일반적인 미니시리즈의 1/4밖에 안 되는 짧은 분량이기에,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특별한 '승부수'가 필요하다. 드라마의 매력을 알려달라는 질문에 주인공 강철수 역을 맡은 이준혁은 '즐거운 이야기'이자 '열혈 청춘만화물'이라고 답했다.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주빈커피에서 KBS 새 수목드라마 '맨몸의 소방관'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맨몸의 소방관'은 물불 가리지 않는 열혈 소방관에서 뜻하지 않게 누드모델이 된 강철수(이준혁 분)와 10년 전 방화사건으로 부모를 잃고 마음의 문을 닫은 비운의 상속녀 한진아(정인선 분)가 속고 속이면서 방화사건의 범인을 찾는 과정을 그린 유쾌한 로맨틱 스릴러다.
'유쾌한 로맨틱 스릴러'라는 설명에서 볼 수 있듯 '맨몸의 소방관'은 한두 줄로 딱 떨어지게 설명할 수 없는 드라마다. 박진석 PD는 "저희 드라마는 한 마디로 정리하기 힘들었다, 복합 장르여서. 코믹한 톤이 있으면서 (남녀 주인공) 관계는 로맨틱한 부분 갖고 있으면서 분위기는 약간 스릴러다. 좋게 말하면 복합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이도저도 아닐 수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러면서도 "인물들이 다 변화되어 가는 얘기다. 화가 많고 뜨거우면서도 비밀을 숨겨둔 강철수는 사건을 겪으면서 소방관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찾고 성장한다. 과거 큰 상처 대문에 세상에 갇혀 있는 한진아도 진실 찾기를 위해 세상 문을 열고 나와 주체적으로 변화한다. 이런 모습들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밝혔다.
◇ 한결 가벼워진 이준혁, 한 톤 무거워진 정인선
'맨몸의 소방관'에서 각각 한진아 역과 강철수 역을 맡은 배우 정인선, 이준혁 (사진=KBS 제공)
주로 무게감 있고 진지한 역할을 많이 맡아 왔던 이준혁이 빈틈 많고 장난스러운 면모를 가진 강철수 역에, 아역배우 출신으로 오랜 기간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 온 정인선이 한진아 역에 캐스팅됐다. 이밖에 이원종, 조희봉, 서정연, 박훈, 길해연 등 명품 조연들이 합류해 쫄깃한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박 PD는 "준혁 씨에게도 얘기했는데 많은 배우들이 이때까지 자기가 잘 안 보여줬던 이미지를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읽으면 흥미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서 대본을 드렸는데 생각보다 훨씬 빨리 답을 줬다. 본인의 연기 역량으로 '해 보지 않은 연기'를 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철수 같은 부분이 많았다. 그동안 그런 모습을 못 보여줘서 아쉬웠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인물을) 캐스팅한 저에게는 되게 행운이었다"고 밝혔다.
정인선에 대해서는 "(작년) 6월에 초고가 나왔는데 그때 작가님께 말씀드렸다. 정인선이라는 배우가 있는데 한진아와 잘 맞을 것 같다고. 소녀 같으면서 여성스러운 면이 있다. 어릴 때 방화 피해를 당한 유일한 생존자여서 연약하고 보호받아야 될 것 같은 이미지인데, 강단과 씩씩함도 보였다. 병행하기 어려운 이미지인데 (두 가지를) 할 수 있을 것 같더라. 첫 미팅하는 순간부터 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준혁은 "심각한 연기를 많이 했었다. 철수는 빈틈이 있는 캐릭터라서 제가 현장에서 빈틈을 보여도 캐릭터가 그러려니 하고 자연스럽게 넘어가주시는 게 있다"며 "또, 제가 한 작품 중 (배역) 나이가 제일 어리다. 그래서 좋은 점도 있다. 현장 분위기는 너무 즐겁다. 캐릭터가 코믹해서"라고 말했다.
정인선은 "절제된 감정표현을 해야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인물 표현 방법이 폭발적인 감정 표현만 있는 게 아니라서, (시간이 흐르니) 더 노력해야 할 것들이 보이더라"며 "기본 자세, 목소리 톤, 화술 등에 대해 더 집중할 수 있는 역할이어서 더 힘들었지만 뜻깊은 경험이었다. 제가 나름대로 준비해 가서 현장에서 하면 감독님이 피드백을 잘해주셨다"고 밝혔다.
◇ 굵고 짧은 4부작 '맨몸의 소방관'이 던지는 승부수
'맨몸의 소방관'을 연출한 박진석 PD (사진=KBS 제공)
기자간담회 중 '맨몸의 소방관'이란 작품을 배우와 제작진이 얼마나 아끼는지 알 수 있는 순간들이 자주 찾아왔다.
박 PD가 생각하는 '맨몸의 소방관'의 매력은 뭘까. 그는 "그냥 지금 제가 좋아하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왜 이 대본을 연출하게 됐는지 말씀드리는 게 나을 것 같다. 저는 이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이 자기가 각자 자기 의도를 갖고 거짓말하는데 그게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좋았다. 욕망이 부딪치기도 하지만 다른 의도를 만든다. 기본적으로 완전한 비극은 아니다. 인생이라는 부분도 예측하지 못한 부분으로 흘러가고, 그것이 원래 의도와 달라도 어쩌면 최선의 결과일 수도 있다. 거짓말을 하는 와중에도 진실이 드러나는 점이 굉장히 좋았다. 잃어버린 기억을 잊지 않고 되찾는 것이 진실을 파헤치는 것에 굉장히 중요한 열쇠가 된다는 점에서 연출하고 싶은 맘이 있었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대본이 됐다. 그 느낌이 현장에서도 많이 투영된 것 같고. 스태프나 배우분들도 (대본의 느낌을) 좋아해서 한 게 아닌가. 그 기운이 시청자 분들께도 전해졌으면 좋겠다"정인선은 "이번 작품 하면서 아는 사람들, 새로 알게 된 분들, 현장에서 '요즘 너 기운이 좋은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좋은 기운을 많이 받기도 했고 제가 좋은 기운을 내뿜는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 작품을 만나고 나서였다"며 "진아라는 인물이 성장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저도 (연기하면서) 변화에 대한 희망을 느껴 ('맨몸의 소방관'이) 굉장히 뜻깊은 작품이었다. 시청자 분들도 좋은 기운 받으시고 변화에 대한 희망을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오 마이 금비' 후속으로 방송되는 KBS 2TV 수목드라마 '맨몸의 소방관'은 12일 오후 10시 첫 방송된다. '낯선 동화', '간서치열전', '부정주차' 등 단막극을 주로 찍어왔던 박진석 PD의 첫 연작물이다. 드라마스페셜 '아비', '운동화를 신은 신부' 등을 쓴 유정희 작가가 극본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