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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93% '묻지마 유통'…소비자 '불량품 구별'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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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생산 계란 7%만 등급판정, 나머지 93%는 묻지마 유통

계란 소비자가격이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이전 보다 50% 가까이 폭등하며 연일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미국산 계란에 대해 무관세 수입을 허용하는 등 본격적인 시장개입에 나섰다.

하지만, 조류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짜 중요한 계란 품질관리는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 AI 발생 이후 계란 1+등급↓ 1~2등급↑…전반적으로 품질 하락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내산 계란의 등급 출현율은 1+등급이 95.7%, 1등급 4.2%, 2등급 0.1%로 집계됐다.

하지만, AI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해 12월 등급 출현율은 1+등급이 94.3%, 1등급 5.3%, 2등급 0.4%로 1+등급이 줄어든 대신 1등급과 2등급이 늘어났다.

특히, 올해 1월 들어서는 1+등급이 92.9%, 1등급 6.4%, 2등급 0.7%로 1+등급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1등급과 2등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아직 검사 일수가 적기 때문에 평균치로 잡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국내산 계란의 품질이 AI 발생 이후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계란 등급판정 시 외관검사 기준(축산물품질평가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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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란 등급판정, C~D급 계란과 A~B급 계란 섞어 판매…믿어도 되나?

문제는 이런 등급판정 마저도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산란계 농장주가 미리 선별해서 가지고 온 계란 가운데 무작위 추출을 통해 등급판정을 한다.

예컨대, 산란계 농장주인이 수 만개의 계란 가운데 선별한 1000개의 계란을 가지고 와서 등급판정을 의뢰하면, 평가원은 이 중 100개를 무작위 추출해서 검사를 진행한다. 외관검사와 빛 투과검사, 내부검사를 통해 계란의 품질을 A~D급으로 분류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100개의 계란 가운데 A급이 70% 이상 B급이 20% 이상, D급이 3% 이하로 나오면 해당 농장의 계란은 모두가 1+등급을 받게 된다.

A와 B급을 합쳐 90% 이하로 나왔거나, D급이 3% 이상 나왔다면 이 농장의 계란은 모두가 1등급 또는 2등급이 되는 평가 시스템이다.

이는 다시 말해 C급 또는 D급 계란 10개가 A급, B급 계란 90개와 섞여서 1+등급으로 유통될 수 있다는 얘기다.

축산물품질평가원 관계자는 “계란 생산량이 워낙 많기 때문에 일일이 다 검사할 수 없고 무작위 추출하는 로또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등급판정을 하다 보면 농장의 사육환경이나 닭의 주령에 따라서 계란의 등급 차이가 난다”며 “같은 농장에서 같은 주령에 같은 중량의 닭에서 생산된 계란은 모두 비슷한 품질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평가하는 시스템”이라고 전했다.

계란 품질 등급판정 시 내부 할란검사(축산물품질평가원 제공)

 


◇ 국내 생산 계란 7%만 등급판정…소비자 선택권 박탈

그런데, 더 큰 불확실성은 이처럼 등급판정을 받는 계란이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체 계란의 단 7%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 93%는 등급판정도 받지 않고 그대로 유통된다는 점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농장들이 학교급식이나 대형마트 등에 납품할 경우에는 등급판정 증명서가 필요하기 때문에 판정을 의뢰하지만, 증명이 필요 없는 소형마트나 재래시장에는 등급판정을 받지 않은 계란이 유통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등급판정 비용이 계란 1개당 1원 정도밖에 안되기 때문에, 등급판정을 받은 7%의 계란이나 받지 않은 93%의 계란이 시장에서는 비슷한 가격에 판매된다”고 말했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계란의 품질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나쁜 것인지 구분할 방법조차 없다는 얘기가 된다.

더구나 요즘처럼 AI 발생으로 계란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늙은 닭이 환우(털갈이)를 통해 낳은 저품질의 계란마저도 선택의 여지없이 단순히 크다는 이유만으로 비싼 가격에 구입해야 하는 억울한 입장에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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