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야의 종소리가 '땡땡' 울리면서 다사다난했던 2016년이 가고 2017년 새해가 밝았음을 알렸다.
1일 새벽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는 전날 밤 10차 촛불집회에 나왔다 행진을 끝내고 다시 모여든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시민들은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게이트로 얼룩졌던 묵은해를 보내고 새로 맞이한 해에는 혼란한 정국이 진정되기를 한마음으로 소망했다.
집회에 나온 중학생 김찬영(15) 군은 "새해 소망은 그냥 박근혜 대통령과 여러 사람들이 질질 끌지 않고 하루빨리 내려오는 것"이라며 "나중에 커서 자식들에게 역사의 한복판에 있었다고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회사원 임준선(28) 씨는 "새해는 정의와 상식이 통하고 눈치 보며 살지 않는 시대가 열렸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산설(28·여) 씨는 "새해에는 살도 빼고 모든 만남이 좋은 길로만 향했으면 좋겠다"며 "새로 들어갈 일을 통해 돈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김정일(50) 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어서 퇴진해서 모두가 어서 생업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며 "시골구석에 있는 우리 촌부들 마음도 다 똑같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황석현(22) 씨는 "세월호 7시간을 비롯한 각종 의혹들이 새해에는 반드시 규명됐으면 좋겠다"면서 "개인적으로는 가족들과 행복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진학(23) 씨 역시 "새해에는 시국이 안정되고 사회가 평등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추민곤(28) 씨는 "올해는 나와 주변 사람들이 항상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석재훈 씨는 더 나아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질병으로 고통받지 않고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일부 시민들은 타종 행사를 지켜보며 "박근혜는 퇴진하라", "박근혜를 구속하라" 등 촛불집회에서 외치던 구호를 이어가기도 했다.
타종 행사에는 시민 대표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와 '서교동 화재 의인' 고(故) 안치범 씨의 아버지 안광명 씨, 세월호 참사 유가족 대표 전명선 씨 등도 올랐다.
앞서 이날 오후 7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10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총리공관 100m 앞까지 행진한 뒤 보신각 근처로 모여 새해 촛불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