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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뉴스는 촛불을 취재할 자격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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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기자들, '근조' 피켓 들고 보도본부장·국장 사퇴 촉구

MBC 기자들은 28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마포구 상암MBC 경영센터 1층 로비에서 '근조 MBC뉴스' 피켓을 들었다. (사진=김수정 기자)

 

MBC 기자들이 "MBC뉴스는 촛불을 취재할 자격이 있는가?"라며 '근조' 피켓을 들어 자사 뉴스에 '죽음'을 고했다.

28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마포구 상암MBC 경영센터 1층 로비에 80여 명의 기자들이 모였다. MBC기자협회와 MBC영상기자회 소속 기자들은 '청와데스크'라는 조롱을 듣는 현재 MBC뉴스와, 뉴스를 이렇게 만든 김장겸 보도본부장 및 최기화 보도국장을 비판하기 위해 피켓을 들었다.

기자들은 '중단! 청와대방송', '누가 MBC뉴스를 보는가?', '사퇴! 김장겸 최기화'라는 커다란 현수막을 펼치기도 했다. 같은 내용의 세로 현수막은 경영센터 2층 한복판에 걸렸다.

기자들이 든 피켓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의미있는 사실을 밝혀내고 의혹을 검증하기보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를 옹호하는 보도를 해 시청자에게 외면받는 MBC의 현실이 잘 담겨 있었다. 특히 보도본부 수뇌부인 김장겸 보도본부장과 최기화 보도국장을 겨냥한 문구가 많았다. 피켓 아래에는 'MBC뉴스 OOO입니다'라며 기자 하나하나의 이름이 쓰여있었다.

MBC 기자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김수정 기자)

 

"김장겸은 그만 사악한 자리를 내려 놓으라"
"최기화는 그만 창피한 자리를 내려 놓으라"
"광장에 MBC는 없습니다. MBC엔 책임지는 이가 없습니다. 우리 모두 공범입니다."
"민주의 외침을 들으라. 김장겸 최기화는 사퇴하라!"
"김장겸 최기화는 탄핵받은 박근혜다. 이제 그만 내려가라! MBC를 살려내자!"
"MBC뉴스는 촛불을 취재할 자격이 있는가? 김장겸 최기화는 광장에 나가 보고 들으라!"
"김장겸은 MBC의 '김기춘' 최기화는 MBC의 '이정현' 당장 사표내라!"
"시민의 명령은 '탄핵'이었다. 폐지! 청와데스크 사퇴! 김장겸 최기화"
"MBC뉴스를 망치고 어디 가서 웃을 수 있는가? 김장겸 최기화 사퇴"
"오늘은 또 어느 뒷골목에 중계차를 댈 것인가? 김장겸 최기화 사퇴"
"비선실세 측근왕국 언론도 공범이다!"
"공영방송은 최순실 나팔수짓 그만두라!"

MBC 기자들의 집단 피케팅은 '보도참사'라고 불릴 정도로 뉴스의 편향성이 심각한데도 이를 개선하기는커녕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현 상황에 대한 절박함의 발로로 보인다.

4.6%, 4.5%, 3.7%, 3.8%, 5.0%, 5.2%, 4.9%.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최근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은 4%대에 머물고 있다. 처음 태블릿 PC를 입수해 보도한 JTBC가 경위와 취재과정을 밝히고 검찰 역시 태블릿 PC가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것이 맞다고 결론을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뉴스데스크'는 여전히 태블릿 PC 존재에 의문을 품는 보도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과 보수단체가 피운 불씨를, 꺼트리지 않고 이어가는 셈이다. "태블릿 PC 보도는 조작"이라고 한 변희재 미디어워치 전 대표의 주장을 그대로 담은 23일 '뉴스투데이' 보도가 대표적이다.

MBC기자협회·MBC영상기자회는 28일 공동 성명을 내어 반성 없는 사측을 강력 규탄했다. 이들은 "MBC 보도국의 풍경을 아는가? 편집회의는 비겁하고 무능하다. 여기 김장겸(보도본부장)이 좋아하지 않는 뉴스가 있다. 부장은 그것은 내 부서의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여기 김장겸이 챙기는 뉴스가 있다. 부장은 그것이 내 부서의 일이라고 말한다. 청와대 국무회의의 꼴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사퇴! 김장겸 최기화', '중단! 청와대 방송'이라고 쓰인 세로 현수막을 펼쳐져 있는 모습. 그 뒤로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사회, MBC가 함께 합니다'라는 자막이 흐르고 있다. (사진=김수정 기자)

 

이어, "뉴스로 자신의 앞자리를 챙기려는 자는 MBC뉴스를 떠나라. 국민이 버린, 탄핵받은 청와대가 버티는 추악한 꼴마저 따라가려는가? 김장겸은 그만 사악한 자리를 내려놓으라. 최기화는 이제 창피한 자리를 내려놓으라"고 주장했다.

이날 피케팅은 30여분 간 진행됐다. MBC기자협회 김희웅 협회장은 피케팅에 참여한 기자들에게 "(나와주셔서) 고맙다. 제가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것도 미안하지만, 미안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들 각자의 일이고 우리들 회사의 일이다. 고맙다. 우리는 포기하지 맙시다"라고 전했다.

피케팅이 끝나고 CBS노컷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김 협회장은 "성명을 보면 아시겠지만 그만큼 (기자들이) 절박함을 느끼는 상황이다. 지금은 자기 이름을 걸고 내보내는 MBC뉴스 자체가 부끄러운 것이 됐다. (기자들이) 끓어오르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1월에도 피케팅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MBC 기자들은 약 3주 가량 로비 피케팅을 진행해 오고 있다.

다음은 MBC기자협회와 MBC영상기자회의 공동 성명 전문.

추악하게 버티는 꼴마저 청와대와 함께 하려는가?
김장겸 최기화는 창피하고 사악한 자리를 내려놓으라!
묻겠다.
자.

동료 A여.
MBC뉴스는 왜 태블릿 PC에 목을 매는지 아는가?
태블릿 PC가 누구의 것인지, 태블릿 PC를 어떻게 입수했는지 그것이 의혹이라고 그것이 박근혜 국정농단 시국의 중대한 의혹이라고 소리치는지 아는가?
청문회의 최대 성과는 '최순실이 태블릿 PC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고영태의 증언이며 '대통령 탄핵은 태블릿 PC 조작에서 시작됐다'는 변희재의 주장을 앞세워 보도하면서, 마치 '태블릿 PC'가 최순실의 것이 아니면 최순실의 꼭두각시 박근혜의 국정농단이 면죄부를 받기라도 하는 것처럼 보도하는 이유를.
MBC뉴스가 어느 처절한 나락까지 처박히고 있는지에 대해.
한 기자가 '우리는 최순실 편입니까?' 물어도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것입니까?'라고 한 기자가 절망해도
'제발 제대로 합시다'라고 한 기자가 갈구해도
MBC뉴스는 왜 세간의 조롱과 모욕을 자처하는지 아는가?
최순실은 MBC뉴스가 누구를 위해 지켜야 하는 보루인가?

동료 B여.
MBC 보도국의 풍경을 아는가? 편집회의는 비겁하고 무능하다.
여기 김장겸이 좋아하지 않는 뉴스가 있다.
부장은 그것은 내 부서의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여기 김장겸이 챙기는 뉴스가 있다.
부장은 그것이 내 부서의 일이라고 말한다.
청와대 국무회의의 꼴과 다르지 않다. 그렇게 청와대가 나라를 망쳤듯 MBC뉴스는 이렇게 망가져왔다. MBC 보도국 보직부장 자리만 4년이다. 자리를 바꿔가며 또 부장이다. 맹종과 눈치는 오직 김장겸 보도본부장을 향한다. 또한 청와대 꼴이다.

MBC 기자들이 '누가 MBC뉴스를 보는가?'라는 현수막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김수정 기자)

 

기자의 관점은 없다. 관점을 말하는 기자는 이미 온전키 어렵다. 쫓겨난지 오래다.
회사의 입장이 기자를 명령한다.
MBC뉴스는 단지 청와대만 보는 것은 아니다. 뉴스엔 뉴스가 없다. 종편을 베끼다 신문을 옮기다 이제는 그마저 손을 놓아버렸다. 너무 찌그러져 이제 어찌할 줄 모른다. 안쓰럽고 처참하다. 최기화 보도국장은 허수아비 자리를 이제 놓으라.

우리의 동료 C여
입사 첫날 MBC 기자에 자랑스럽던 어머니의 미소를 기억하는가?
이제 우리의 딸은, 아들은
애비가 MBC 기자라고 어미가 MBC 기자라고 말하지 못한다.
촛불 광장에서 애비어미 회사의 뉴스차는 어디 있느냐고 물을 때
저기 뒷골목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이라 말하며 우리는 깊게 한숨한다.
누가 MBC뉴스를 보는가?
시청자는 우리를 버렸다.
MBC뉴스를 보라고 누구에게 말할 수 있는가?

절박함이 우리를 떠민다.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
뉴스로 자신의 앞자리를 챙기려는 자는 MBC뉴스를 떠나라.
국민이 버린, 탄핵받은 청와대가 버티는 추악한 꼴마저 따라가려는가?
김장겸은 그만 사악한 자리를 내려놓으라.
최기화는 이제 창피한 자리를 내려놓으라.
침묵은 한계를 넘었다. 주저함과 무기력을 벗는다.
당신들의 사퇴는 우리의 끝이 아니다.
MBC뉴스를 살리고 MBC기자의 자존을 살리고
공영방송 MBC의 본분을 살리는 시작이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2016. 12. 28. MBC기자협회, MBC영상기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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