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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터진 교원 성범죄 '쉬쉬'하려는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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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2-1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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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불이익 우려…공론화 쉽지 않아

(사진=자료사진)

 

지난해 7월 서울의 G공립고 교사 성추행 사건으로 논란이 된 지 1년 반 만에 서울 중학교 두 곳에서 비슷한 사건이 또다시 터져 충격을 주고 있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조희연 교육감이 직접 나서 성범죄 교원 퇴출을 위한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을 발표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지만 현장과의 괴리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 학부모들은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학교 측이 덮으려고만 하는데다, 최근 학생부 비중 확대로 교사의 권한도 이전보다 훨씬 커져 학교나 교사를 상대로 문제 제기를 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 '쉬쉬'하려는 학교…SNS로 공론화

최근 잇따라 교사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서울 S여중과 C중의 경우 트위터에 익명의 제보 계정이 만들어지면서 SNS상에서 공론화가 시작됐다.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이 계정에 올린 글들을 보면 '이게 정말 교단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게시글에 따르면 문제의 교사들은 여학생들에게 수치심을 일으키는 신체 접촉은 물론이고 수업 시간에 성(性)적, 여성혐오적, 마초적 발언들을 수시로 내뱉었다.

특히 C중에서 문제가 된 도덕교사는 지체장애인의 얼굴을 찍은 사진을 피해 여학생에게 보여주면서 "똑같이 생겼다"고 말하는 등 장애인 비하, 외모 비하, 더 나아가 학생에 대한 정서 학대라고까지 할 수 있을 정도의 언행을 일삼았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피해자가 직접 나서 SNS를 통해 이런 문제를 공론화하기 전까지 학교와 해당 교사는 사건을 덮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C중의 피해 학생 학부모 A씨는 "7일 저녁 학교에서 갑자기 담임이 교체됐다는 문자가 와서 수소문을 해보니 성추행 문제가 불거진 사실을 알게 됐다"며 "학교 측은 담임 교체의 이유, 피해 사실 등도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학교 측이 '경찰에 신고했으니 믿고 기다려 달라'며 안심시켰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달랐다고 주장했다.

A씨는 "경찰이 직접 전화를 해와 '익명의 제보자가 있는데 처벌 의사가 있느냐, 처벌 의사를 밝혀야 수사를 할 수 있다'고 했다"며 "이미 학교에서 고발을 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솔직히 당황스럽고 무서웠다"고 말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당 학교는 이달 5일 사건을 인지한 뒤 6일에 지원청에 유선 보고, 7일 학교폭력신고센터(117)에 신고한 것으로 보고했다"며 "정확한 사실관계는 진행 중인 감사에서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 학생부 비중 확대, 일부 교사 '갑질'로 둔갑

S여중과 C중의 경우 SNS 공론화로 이목이 쏠리면서 서울시교육청이 즉각 진상조사와 특정감사에 나섰지만 대부분 학교에서 이런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최근 대입에서 학생부 영향력이 커지고 학교 수행평가 비중도 확대되는 추세 역시 어떤 측면에서는 교사와 학생·학부모 간 '갑을 관계'를 키우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학생부와 수행평가 비중 확대 모두 공교육을 살리자는 취지의 정책이지만 그만큼 학생에 대한 교사의 평가 권한이 커져 학생, 학부모들은 교사 눈 밖에 나지 않으려 애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학부모 B씨는 "수행평가, 학생부 확대로 선생님 영향력이 어마어마해지니 이런 일이 생겨도 아이들이 불안한 마음에 '엄마, (공론화)하지마'라고 얘기한다"며 "학부모들 역시 먼저 나서려고 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교육청과 교육부는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추가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1년여 만에 이런 일이 재발해 당혹스럽다"며 "S여중과 C중 외에 이런 문제가 더 있는지 샘플조사 등 여러 방법으로 추가 조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음 주 시도 교육청 담당자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며 "다만 일부 교사들의 문제로 묵묵히 교육활동을 하는 대부분 교사의 노고가 가려져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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