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토리펀딩 5억 6700만 원, 파산 위기 모면
- 후원자 1만 7000여 명, 의미 남달라
- 재심 사건 전문 체계적인 후원 조직 만들 예정
- '지연된 정의' 오는 20일 출간
- 일부러 좋은 책 만드는 어려운 출판사 택해
- 피해 당사자의 마음 얻는 변호사 되고 싶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9:05~19:50)
■ 방송일 : 2016년 12월 16일 (금) 오후 19:05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박준영 변호사
◇ 정관용> 지난 8월이었습니다. 한 변호사가 나 파산했습니다 그러면서 온라인사이트에서 스토리펀딩에 나섰죠. 그런데 불과 며칠 만에 모금액이 1억을 넘었다 해서 화제가 됐었습니다. 이쯤 소개하면 이제 아시겠죠. 국내 최고의 재심 변호사로 불리어지는 박준영 변호사. 당시 저희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재심 변호에 나서게 된 동기 또 파산 선언을 하게 된 이유, 이런 이야기들을 쭉 했었는데 이번에 자신의 이야기를 우리들의 변호사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어냈네요. 그래서 다시 한 번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박준영 변호사, 어서 오십시오.
◆ 박준영> 안녕하세요.
◇ 정관용> 스토리펀딩 끝났습니까?
◆ 박준영> 끝났습니다. 11월 11일 끝났습니다.
◇ 정관용> 모두 얼마 모금이 됐습니까?
◆ 박준영> 5억 6700만 원 정도 모금됐습니다.
◇ 정관용> 원래 목표가 1억이었죠. 그럼 5배 넘게?
◆ 박준영> 네, 최순실 사태가 없었으면 더 모였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모금 액수도 의미가 있지만 1만 8000건 정도의 후원이 있었습니다. 중복후원을 감안하더라도 후원자분들의 수가 1만 7000명 이상 될 것 같습니다. 굉장히 그 숫자에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1만 7000명이 5억 6000이면 평균 어느 정도씩?
◆ 박준영> 3만 원 정도.
◇ 정관용> 그렇군요. 그 펀딩 전후에 인생이 많이 달라졌죠?
◆ 박준영> 많이 달라졌습니다.
◇ 정관용> 뭐가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 박준영> 일단은 이게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사람의 가치가 이렇게 한순간에 바뀔 수 있나. 믿어지지 않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강연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데 제가 하는 말을 듣고자 돈을 지불한다는 것이 좀 신기했고요. 또 어떤 분들은 사진 같이 찍자는 분들도 있고 사인 받고자 하는 분들도 있고. 그런 모습에 많이 놀라고 있습니다.
◇ 정관용> 유명인사가 되신.
◆ 박준영> 저 솔직히 길거리 지나가다가 누가 알아볼까 봐 괜히 긴장도 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빚은 다 갚으셨어요?
◆ 박준영> 어제부로 펀딩 금액이 입금이 됐습니다. 그래서 먼저 함께했던 박 기자도 수고를 했기 때문에 일정한 금액을 줘야 되고 또 저희가 이제 약속했던 리워드 책도 보내드리고 또 앞으로 활동비도 필요하고 빚도 갚기는 갚아야 되는데 얼마를 갚아야 될지 고민을 해 봐야겠습니다.
◇ 정관용> 지난번 저랑 인터뷰할 때 빚을 다 갚지는 않겠다. 좀 남겨놓겠다 그러셨었는데.
◆ 박준영> 그렇게 남겨놓을 겁니다. 그리고 세금도 많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 정관용> 세금?
◆ 박준영> 이게 기타소득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 정관용> 펀딩 받으면 여기도 세금을 내요?
◆ 박준영> 이게 기타소득으로 분류돼서 많은 후원금이어서 세율도 굉장히 높습니다.
◇ 정관용> 이건 조금 제도가 문제가 있는데요. 십시일반으로 1만 8000명, 1만 7000명이 자기 호주머니의 몇 만 원 낼 때는 국가가 떼가라고 낸 건 아닌데, 사실 이건?
◆ 박준영> 제가 후원을 받는 방식을 어떤 기부 형태로 받고 또 일정한 기간 내에 소진하는 걸 전제로 했다면 먼저 신고를 하고 그렇다면 세금 문제에서는 자유로웠을 것 같은데요. 그런 어떤 기초작업도 안 했고.
◇ 정관용> 이 방식은 또 그렇군요.
◆ 박준영> 그래서 또 제 개인적인 어떤 채무 해결의 목적도 있었다 보니까 수입으로 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물론 공익적인 활동을 하셔서 생긴 채무이고 하긴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이건 전액 개인 소득, 어떻게 쓰는지 누가 감시도 안 하는 그런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만약 이런 일을 다시 하시게 된다면 그때는 좀 준비를 하셔서 기부금 분법 관련해서 뭔가를 만드셔서 해야 될 것 같네요.
◆ 박준영> 그렇게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이렇게 모일 줄 몰랐습니다.
◇ 정관용> 그렇게 하려고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보니까 앞으로도 후원사업을 하실 모양이군요?
◆ 박준영> 왜냐하면 저는 저의 개인의 역량이나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또 알려지다 보니까 많은 분들이 도와달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결국은 사람을 모아야 하는데 또 사람을 모으려면 또 돈이 있어야 하고요. 그것도 후원을 하겠다는 분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 분들의 어떤 후원을 모아서 또 이런 일의 역량을 키우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체계적으로 해야죠. 나도 좀 억울합니다, 나도 좀 재심 해 주세요, 이런 사람들….
◆ 박준영> 엄청 많습니다.
◇ 정관용> 엄청 늘어났죠?
◆ 박준영> 매일 편지, 전화, 방문, 인터넷 메신저. 감당이 안 돼서 때로는 정말 이런 말 하면 안 되지만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전화기 소리 들려올 때 스트레스 쌓이더라고요.
◇ 정관용> 아무튼 앞으로는 더 많은 분들이 박준영 변호사한테 억울함을 호소할 테니까 전부는 도와드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몇 분이라도 도움을 더 확대해 가기 위해서는 체계적으로 후원도 받고, 체계적으로 조직도 만들고 거기 변호사들도 더 좀 충원하고.
◆ 박준영>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 정관용> 그런 게 시작되는군요.
◆ 박준영> 시민들도 그걸 원하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지난 10월 28일 날 이 삼례 나라슈퍼 3인조 재심에서 무죄 판결, 11월 17일 날 익산 택시기사 살인사건 재심에서 무죄 판결. 둘 다 그러면 종결된 겁니까, 어떻게 된 겁니까?
◆ 박준영> 종결된 겁니다. 왜냐하면 판결이 있고 나서 검찰에서 불복을 안 했습니다. 형사적으로는 종결이 됐고 민사적인 문제가 남았습니다. 형사배상과 국가배상 절차입니다.
무죄를 선고받은 '삼례3인조'와 유족 등이 기자회견에 앞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임상훈 기자)
◇ 정관용> 그렇죠. 이것 외에 아직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있나요, 재심이?
◆ 박준영> 이제 재심을 청구를 제가 해야 합니다. 재심 청구 준비 중인 사건이 몇 건 있습니다. 부산에도 한 2건이 있고요. 충주, 포천 이런 데 있고.
◇ 정관용> 무죄 판결 났을 때 그 피해자분들 뭐라고 그래요?
◆ 박준영> 대부분 이런 무죄 사건이 났을 때 피해자들의 소감을 많이 물어봅니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약자의 억울한 사건들을 보면 그 약자들이 자기 주장이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무죄 판결 선고 이후에 기자회견을 할 때 기자들은 뭘 자꾸 물어보죠. 그런데 이분들한테 요구하는 답변은 울면서 억울하다고 하거나 아니면 또 재판부나 수사했던 사람들한테 비난을 하거나 그런 모습을 원하는데 정작 이분들은 말을 잘할 줄 몰라요. 저도 소감을 특별히 물어보지는 않았고요. 같은 사람이니까 좋을 겁니다, 아마. 저는 오히려 무죄 판결 이후에 형사보상이나 국가배상 절차에서 받을 돈이 과연 이들의 인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 좀 고민이 들죠. 왜냐하면 시국 사건에 수많은 사건이 무죄판결이 나왔고 형사보상금이 나왔는데 그렇게 썩 집행과정에서 좋지 않았다고 저는 들었거든요.
◇ 정관용> 어떤 의미에서 안 좋았다는 건가요?
◆ 박준영> 갑자기 많은 돈이 나오다 보니까 그 가족들 간의 불화나 그런 게 꽤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 정관용> 주변분들이 달려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박준영> 충분히 그럴 거고 또 얼마든지 사기꾼들이 괜히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걱정도 되고.
◇ 정관용> 그걸 박준영 변호사가 계속 관리해야 되지 않나요?
◆ 박준영> 거기까지는 할 수 없습니다. 그건 제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건 월권이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그분의 의사에 달린 거긴 하죠.
◆ 박준영> 그분의 의사죠. 그분의 의사고 그걸 함부로 하다가는 또 부작용이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이런 분들한테 어떻게 돌봄이 필요한 것이지 개인이 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 정관용> 지금 매일처럼 엄청난 분들이 이메일로 편지로 찾아오고 그게 다 억울하다는 얘기일 텐데 그거 어떻게 다 스크린 해서 이건 해야 되겠다, 이렇게 결정하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 것 같아요.
◆ 박준영> 일단 지금 맡고 있는 사건들을 어떻게 선별하냐 하면 대개 사람들은 억울하지 않은 사람들이 억울하다고 할 수 있지않냐라고 하세요.
◇ 정관용> 그럴 수도 있죠.
◆ 박준영> 그런데 긴 시간 동안 억울함을 주장했다 그리고 그 억울함을 주장하는 과정에 대한 어떤 기록들이 존재하면 이 사람이 정말 억울하기 때문에 주장하는 거거든요. 억울하지 않은 사람이 억울하다고 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자기 돈 들이고 자기 비용 들이고 자기 시간 들이는 거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 억울함을 주장했던 기간, 억울한 주장을 했던 방법들.
◇ 정관용> 기록 같은 게 남아 있는지. 그걸 딱 보면 감이 오겠군요.
◆ 박준영> 그리고 또 사람을 보면 제가 무당은 아니지만 그래도 억울한 사람들은 보이더라고요.
◇ 정관용> 진짜 억울하신 분들.
◆ 박준영> 네, 보입니다.
◇ 정관용> 그래서 하나하나 조사에 들어가면 이게 재심이 되겠다, 안 되겠다 그렇게 가는 거로군요.
◆ 박준영> 물론 재심이라는 것이 동일한 사유로 다시 청구를 못하기 때문에 굉장히 신중하고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뭐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 정관용> 그렇죠. 한 건당 몇 년씩 걸리죠, 사실.
◆ 박준영> 몇 년씩 걸릴 때도 많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도와달라고 하는데 도와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 정관용> 그렇게 바쁜 와중에 또 책을 내셨습니까? 우리들의 변호사라는 제목.
◆ 박준영> 한 권 더 있습니다. 말씀드려도 될까요?
◇ 정관용> 말씀하세요.
◆ 박준영> 출간이 빨리 된 게 우리들의 변호사고요. 또 지연된 정의라는 책이 곧 출간됩니다.
◇ 정관용> 지연된 정의. 이건 아직 안 나왔어요?
◆ 박준영> 그건 20일 날 출간되고.
◇ 정관용> 며칠 안 남았네요.
◆ 박준영> 박상규 기자와 함께했던 사건들의 진행 상황에 대한 기록들이었습니다.
◇ 정관용> 스토리펀딩에 올라왔던 기사들에 쭉 소개된 그런 좀 더 세밀한 사건기록.
◆ 박준영> 그렇습니다. 좀 더 세밀하게 우리의 비하인드스토리를 쓰고 또 그 사건을 통해서 우리가 경험했던 여러 가지 상황들에 대한 얘기가 담겨 있습니다.
◇ 정관용> 지연된 정의 그건 곧 나오고.
◆ 박준영> 후마니타스에서 나오고요. 우리들의 변호사는 이유라는 출판사에서 제 성장과정이나 제가 느끼는 사법체계에 대한 문제점, 이런 걸 담았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이 바쁜 와중에 또 어떻게 이런 걸 쓰셨냐고요.
◆ 박준영> 페이스북에 글을 계속 써왔었거든요. 그런 글과 제 강연 이런 것들을 모았고 또 어떤 책에 보니까 글은 사람이 쓰지만 편집은 신이 한다라고 하거든요. 편집하시는 분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책은 왜 이 시점에 냈냐 하면 물도 들어올 때 노 저어서 가야 되고 배도 띄워야 되는데 시기를 놓치면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될 것 같아서요. 그리고 또 왜 이 책을 내야 될 필요성이 있냐면 이제는 일반 사건 수임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공익사건을 계속 해나가야 하는데 경제적인 토대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책하고 강연이거든요. 많이 팔렸으면 좋겠습니다.
◇ 정관용> 많이 팔리도록 하려고 저희도 방송에 모신 겁니다.
◆ 박준영> 우리들의 변호사, 지연된 정의입니다.
◇ 정관용> 우리들의 변호사, 지연된 정의. 책, 강연 이건 본인이 직접 노력해서 얻는 수익이 될 것이고 아까 말한 체계적인 후원 그거 빨리 좀 만드셔야 됩니다.
◆ 박준영> 그것도 신중하게 하려고 합니다.
◇ 정관용> 왜요, 왜 신중하게?
◆ 박준영> 왜냐하면 섣불리 했다가 또 실망을 줄 수 있고. 어찌 됐든 간에 제가 선례가 되는 상황에서 그 선례를 잘못 남기면 안 되니까요. 그리고 이 책도 유명한 출판사에서 제안도 많이 들어왔는데 그런 제안 거부하고 좋은 책 만드는 데 어려운 출판사를 택했습니다. 이번 책을 통해서….
◇ 정관용> 그 출판사도 돈 좀 벌어라?
◆ 박준영> 저는 나쁜 짓해서 많은 책을 파는 출판사도 있지 않습니까? 저는 정공법으로 정말 이렇게 해도 베스트셀러 될 수 있다는 선례 한번 남기고 싶습니다.
◇ 정관용> 책 소개 조금 더 합시다. 프롤로그가 목숨보다 더 소중한 내 새끼 진우에게. 왜 이걸 프롤로그에 넣었습니까?
◆ 박준영> 저는 남들이 저한테 이렇게 공익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가족이나 자식들에 대한 생각보다 사회에 대한 생각이 더 앞선 게 아니냐.
◇ 정관용> 그런 사람으로 보죠.
◆ 박준영> 그렇게 많이 보는데요.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내 자식이 너무 소중하고 어찌 보면 내 자식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서 하고 있다.
◇ 정관용> 그런데 제가 읽어봤더니 그렇게 소중한 자식하고 놀아주지도 못하고.
◆ 박준영> 그런데 그게 꼭 제 마음대로 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놀아주고 싶어도 일단 지금 해야 될 일이 있다는 것 때문에 놀아주지 못 했거든요. 그런데 앞으로는 또 놀아주고 싶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점점 바빠질 텐데요.
◆ 박준영> 그런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저도 난감한데요. 그래서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는 것도 있습니다. 제가 너무 힘드니까요.
◇ 정관용> 제1부가 나는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해서 어린 시절부터 쭉 글이 있더라고요. 맨 마지막에 이번에 스토리펀딩을 함께하게 된 박 기자 이야기까지 주변 사람들, 어머니, 아버지 이야기 쭉 나오는데. 제목을 왜 나는 그 사람을 가졌는가라고 붙였습니까?
◆ 박준영> 어찌 보면 지금 제가 현재 이 위치에 있게 된 것은 저만의 노력이 아니었거든요. 수많은 분들이 함께해 준 것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그분들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그래서 가졌는가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이게 좀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또 이분들의 어떤 이야기를 하지 않고는 제 삶이나 제 지금 현재 위치를 설명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아버지, 어머니, 새어머니 그리고 또 믿어줬던 사람들 그리고 또 지금 현재 여기까지 오게끔 만들어준 박상규 기자 얘기했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2부가 재심을 청구합니다 부분인데 이건 뭐 많이 소개가 됐으니까 넘어가고 3부가 모두가 정의를 바란다. 정의가 뭡니까?
◆ 박준영> 제게 있어서 정의는 너무 추상적인 개념이기는 한데요. 보통 정의가 옳은 거라고 표현을 하고 있지만 옳다는 것은 굉장히 추상적인 개념이거든요. 그런데 제가 지금 언급했던 오원춘 사건이나 간첩 사건이나 살인범과 함께 호형호제 한다는 이런 얘기들은 일반적인 책에 쓰여 있지 않습니다. 좀 더 다른 저만의 관점으로 제가 경험했던 사실을 언급하고 그걸 통해서 정말 우리 사회가 가야 될 길이 뭐고 이게 뭐가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게 약간 제목으로 표현하다 보니까 추상적인 정의라는 개념이 들어간 것 같고요.
박준영 변호사 (사진=CBS 시사자키 제작팀)
◇ 정관용> 거기 마음을 얻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 이런 소장 제목이 있는데. 마음을 얻는 변호사는 어떤 거예요?
◆ 박준영> 우리가 변호를 하다 보면 어떤 분들은 이런 얘기를 합니다. 너무 당사자의 마음에 들어가버리면 굉장히 힘들어진다. 적당하게 거리를 유지하라는 얘기를 하거든요. 그게 안정적으로 여러 사건을 할 때 필요하다라고 얘기를 하는데 저는 그게 좀 안 됐습니다. 당사자화가 되지 않는 이상 당사자의 어떤 고통을 이해하는 건 한계가 있거든요. 그 당사자의 고통을 이해하려면 당사자의 마음을 얻어야 되는데 마음을 얻으려면 최대한 가깝게 가는 거죠.
◇ 정관용> 그 정도 가야 몇 년에 걸쳐서 직접 돈 들여서 현장조사 하고 그게 가능한 거군요?
◆ 박준영> 그게 힘들기는 합니다, 때로는. 그 당사자와 어떤 다툼이 있거나 당사자로부터 정말 배신을 당한다거나 그럴 때 힘들지만 또 그게 두려워서 당사자화가 안 된다는 것은 사건 해결에 있어서 한계를 드러내게 됩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마지막 4부가 당신들이 사과해야 하는 이유. 여기서 말한 당신들이란 경찰, 검찰 그런 거겠죠, 사법체계.
◆ 박준영> 네, 맞습니다. 특히나 익산 사건, 삼례 사건 다들 진범이 따로 있는 사건입니다. 한 진범은 지금 재판을 받고 있고 다른 진범은 사과를 했고요. 그런데 그런 사건에서 가짜 살인범을 만들고 진범을 풀어주는 과정에서 수많은 공권력이 관여돼 있습니다. 경찰, 검사, 판사, 국선 변호인까지.
◇ 정관용> 그중에 누구 하나라도 알았을 텐데.
◆ 박준영> 한 명도 누가 사과를 안 하는 게 이게 정상이 아니지 않습니까?
◇ 정관용> 아직까지 사과받은 사람 없습니까?
◆ 박준영> 사과받은 사람 한 사람 없습니다.
◇ 정관용> 한 명도 없어요?
◆ 박준영> 없습니다. 물론 어떤 국회의원 그냥 대강 사과했는데요. 책에도 언급했습니다. 실명을 언급했고 제대로 사과하라고. 책에 지금 너댓 명 언급해 놨습니다. 그 사람들이 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는 건 상관없고요. 제대로 사과하라는 겁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당시 검사였다가 지금 국회의원 하고.
◆ 박준영> 당시 판사였다 국회의원 하는 사람 있고 현직 검사들도 있고 법원장까지 하다 나와서 변호사 하는 사람도 있고 이런 사람들 사과해야죠.
◇ 정관용> 아무도 안 하고 있다?
◆ 박준영> 안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현직 국회의원은 대충 사과했다는 게 뭐라고 했다는 거예요.
◆ 박준영> 제 스토리펀딩 게시판에 사과글을 남겼는데요. 사과글도 아니고 너무나 형식적이고 애매모호한 표현을 썼던데요. 일단 그 현직 국회의원.
◇ 정관용> 누굽니까?
◆ 박준영> 이름 얘기하겠습니다. 박범계입니다. 이 박범계 의원 지금 청문회에서 활약 대단하신데 본인이 한 잘못에 대해서 반성 분명히 하시고 남을 지적하는 이런 의정활동 했으면 좋겠습니다.
◇ 정관용> 공개적으로 사과하라.
◆ 박준영> 사과해야죠. 그 사람들한테 공개적이든 아니든 그 사람들 찾아가서 사과해야죠. 그래야지 모범이 되는 거죠. 그분이 사과를 한다면 그분을 또 영웅으로 생각해 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첫 번째 사과가 되니까.
◇ 정관용> 아무튼 아직까지는 한 명도 없었다. 이렇게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되는데 그 당시에 경찰, 검찰, 판사 누구도 사과가 없었다?
◆ 박준영> 모 시사프로그램에서 이런 얘기 하시더라고요. 우체 배달하시는 분이 배달도 잘못하면 바로 사과하는데 가짜 살인범 만들고 진범 풀어준 이 공권력 누구 한 명도 사과 안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에필로그는 우리 승리하리라로 끝납니다. 이게 바로 우리들의 변호사라는 책이고요. 곧 나올 지연된 정의라는 책.
◆ 박준영> 지연된 정의, 저하고 박상규 기자. 또 두 책 다 잘 팔려야지 하나만 너무 잘 팔리면 제가 미안할 것 같아서.
◇ 정관용> 제가 책 내신 분들 저희 방송에 초대해서 인터뷰 자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노골적으로 우리 청취자 여러분들 많이 사주셔야 됩니다라고 하는 게 저로서 처음이에요.
◆ 박준영> 감사합니다. 좋은 데 쓰겠습니다.
◇ 정관용> 좋은 데 쓰실 거 믿기 때문에 아까 말씀하신 더 많은 인력 보강하고 체계적으로 후원시스템 만들고 억울한 사람들 억울함 풀어주는 일 더 왕성하게 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 박준영> 감사합니다.
◇ 정관용> 박준영 변호사, 고맙습니다.
◆ 박준영>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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