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박원순과 국민권력시대'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황진환 기자)
최근 '촛불 정국'에서 가장 의아한 부분이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문재인 전 대표나 이재명 성남시장이 촛불정국을 통해 지지율이 오르고 특히 '사이다 발언' 이 시장은 안철수 전 대표마저 제치고 야권후보 2위로 급상승했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은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진,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 나타났다.
◇ 촛불 지킴이 '박원순 미스터리', 왜?
박 시장은 매일 저녁 촛불 집회에 참여하며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었고 '박근혜 탄핵'을 이끄는 등 누구보다 '촛불 민심'과 함께 했다.
지난 5일부터는 촛불민심에 부응하기 위해 매일밤 '박원순과 국민권력시대' 광장토론회를 열어 '촛불 광장지기'로 나섰다.
국회 탄핵안 의결을 앞두고는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이번주에는 광화문에서 광장집회를 이어간다.
또한 서울시장으로서도 200만명이라는 광화문, 시청 광장 등 대규모 집회의 시민안전을 지키며 화장실, 구급차, 지하철 증편, 쓰레기 수거 등 촛불집회를 지원했다.
경찰 물대포의 물공급을 안하고 안전요원 배치 등으로 무엇보다 평화집회가 될수 있도록 노력했다.
박 시장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이런 대규모 촛불 평화집회를 치룰수 있었겠냐며 숨은 공로를 돌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박 시장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그다지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하고있는 형편이다.
참으로 의아스러운, 미스터리한 상황이다.
◇ 왜 그럴까?…문재인·이재명·안철수 사이에서
왼쪽부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 (사진=자료사진)
우선은 '사이다 발언' 이재명 돌풍에 관심이 옮겨가면서 상대적으로 박 시장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근혜 하야와 탄핵, 촛불집회 참여 등의 잇슈에서 이 시장이 시원시원하게 선명성을 보였다면 기존 서울시장으로서 박 시장은 신선도가 다소 떨어졌다는 해석이다.
특히 야당의 촛불집회 동참을 독려하며 문재인 전 대표에게 쓴소리를 한 것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이란 관측이다.
박 시장은 지난달 중순 야권이 대통령 퇴진투쟁에 미적거리자 동참을 촉구하며 야당과 문 전 대표을 향해 좌고우면하지 말라며 결단을 촉구했다.
박 시장은 촛불민심에 부응하라는 촉구였지만 문재인 측에서는 이를 비판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야당내에서 다소 거리감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또한 박 시장이 안철수 전 대표와 회동하는 등 민주당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지지층의 분산을 초래했다는 관측이다.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지난달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나 '최순실 정국' 수습책을 논의했다. (사진=이한형 기자)
◇ "제3지대는 없다. 민주당 안떠난다"그러나 박원순 시장의 입장은 분명하다.
"안철수와 연대하는 제3지대는 없다. 민주당을 떠나지 않는다"며 못을 박았다.
박 시장은 12일 "자연인 안철수 전 대표와 개인적 인연과 신뢰는 있지만 정치인 안철수는 분명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또 "민주당을 선택했고 민주당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에게) 제3지대는 없다, 이거 하나는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또 최근 이재명 시장의 팀플레이 우산론으로 안희정 충남지사와 마찰을 빚자 "국민들의 눈비를 막아주는 우산이 되어야한다"며 같이 밥한끼하자고 큰형님 리더십을 보여줬다.
박 시장은 "'탄핵완수'와 '정권교체', '시대교체'를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 만들어 달라는 '촛불의 대의' 앞에서 우리들의 작은 차이보다는 공통점을 먼저봤으면 한다"며 함께 가자고 다그치고있다.
◇ 하루에 두 번 출근하는 남자…진정성 알아줄 것
(사진=박원순 시장 페이스북 캡처)
박 시장은 스스로가 '촛불 민심'에 헌신하는 행보를 이어가고있다.
그동안 박 시장은 유력한 정치인으로 서울시장이기도 하지만 매일밤 촛불집회에 묵묵히 참여하며 시민 속에 같이 앉아 촛불을 들었다.
발언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고 스포트라이트도 없는데도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라며 주변사람들이 미안해할 정도로 꾸준히 촛불집회에 함께했다.
또 지난 5일부터는 '촛불 광장지기'로 나서 매일밤 '박원순과 국민권력시대' 광장토론회를 통해 '탄핵 이후의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광장 토크콘서트를 만들어가고있다.
박 시장은 아침에는 '서울시장'으로 출근했다가 저녁에는 또 '촛불 광장지기'로, 하루에 두번 출근하는 남자가 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9월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황진환 기자)
◇ '한상차림' 박원순, 청와대·재벌·검찰 개혁 청사진 제시고구마 문재인, 사이다 이재명, 흰쌀밥 안희정이라면 박 시장은 '한상차림'으로 통한다.
그만큼 콘텐츠가 풍부하고 디테일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박 시장은 앞서 지난 9월 관훈클럽토론회에서 '국민권력시대'를 먼저 주창하고 나섰고 지난 5일 국회 시국토론회에서는 '시대를 바꾸고 미래를 바꾸자'며 청와대, 재벌, 검찰 개혁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박근혜 체제는 제왕적 대통령, 재벌대기업, 정치검찰이라는 1% 기득권자들의 동맹으로 청와대, 재벌, 검찰의 기득권 카르텔을 철저히 혁파하는 것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작"이라는 점을 역설했다.
◇ 탄핵 넘어 새로운 대한민국으로…오는 17일 광주발언 주목이제 탄핵을 넘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야하는 막중한 과제가 주어지면서 새로운 역할론에 대한 기대가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다.
박 시장측은 '사이다 이재명'이 지금의 '분노와 탄핵'에 역할을 분담했다면 '한상차림 박원순'은 앞으로의 '열망과 혁신'에 큰 역할을 요구받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있다.
후보 지지율이 지금 저조한 상태에 있지만 조만간 '미래 교체와 혁신'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요구될 것이고, 박 시장이 준비된 청사진과 풍부한 콘텐츠, 서울시장으로 검증받은 실행력을 바탕으로 새롭게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있다.
이런 가운데 박 시장이 오는 17일 주말 토요일에 다시 광주를 찾는다.
지난 5월 광주에서 "역사의 뒤로 숨지않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며 유력한 대권후보로 떠올랐던 박 시장. 최근 촛불정국의 한 가운데서 다시 광주를 찾으면서, 탄핵 이후의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대한 결기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의 이번 광주 발언이 특별히 주목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