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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앞에서는 집회 안된다'…헌재가 헌법 위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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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2-1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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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헌재 발언 부적절"…"박근혜 정부들어 불신 자초해"

자료사진

 

오는 17일 박근혜 대통령을 규탄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정된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경찰에 청사 주변 집회·시위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서 '촛불집회 차단' 비판이 일고 있다. 그동안의 헌재 결정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헌재 배보윤 공보관(54·사법연수원 20기)은 14일 오후 브리핑에서 "국가적으로 엄중한 탄핵심판이 불편부당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에 집회질서에 관한 대책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요한 경우 박 소장뿐만 아니라 재판관 전원에 대한 신변보호를 요청하겠다고 했다.

배 공보관은 이어 "중요 사건마다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빙자한 집회, 시위가 있었다"며 "재판연구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의 집회가 심판절차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어 공정한 재판이 어렵다고 토로한 것이다.

◇ 헌재 발표에 들끓는 여론

이같은 헌재의 입장이 발표되자 "국민의 기본권 침해 구제 등을 담당해야 할 헌재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인 집회·시위권을 제약하려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법조계 한 인사는 "공정하게 판단을 하는 것이 재판관의 임무"라며 "헌재의 집회시위 제한에 대한 발언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번 헌재의 발언은 이번 주말에 있을 제8차 대규모 촛불집회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촛불 주최 측인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청운동, 효자동, 삼청동 등 3방향으로 나눠 청와대로 행진할 계획인데, 삼청동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헌재 앞에서 신속한 탄핵 결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 헌재, 2003년엔 "집회장소 제한=집회 자유 제한" 판시

또한 이번 헌재의 발언은 이전 헌재가 내린 결정에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3년 10월 말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주한 외교기관이 위치한 지점 100m 내에서는 집회와 시위를 할 수 없도록 한 집회 및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호 규정에 대해 위헌 결정했다.

외교기관 주변이라 하더라도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 없는 한 집회 및 시위는 집시법의 일반 규정에 따라 허용된다'는 입장을 공언한 것이다.

당시 헌재는 결정문에서 "집회 장소는 집회의 목적과 효과 면에서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자유롭게 결정할 때 집회의 자유가 보장된다"며 "집회장소를 제한하는 법조항은 집회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정치적 사건 심리하며 국민의 불신 자초한 헌재

최근 헌재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고조되고 있다. 정당해산 사건 처리 과정에서 청와대와의 내통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데다, 이번 박근혜 정권 들어 심리했던 각종 정치적인 사건을 심리하면서 정권의 입맛에 맞는 결정을 내놨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공개된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헌재에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지시하는 등 깊숙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자세히 적혀있다.

법조계 한 인사는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과정에서 청와대와 헌재가 긴밀히 협조했다는 정황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면서 "헌재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 공정한 심리를 하라고 촉구하는 시민들의 의견 표출은 정당하고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 법조계 "시끄럽다고 규제할 수는 없는 것"

이번 헌재가 내세운 명분인 "주변 시위대의 소음으로 인해 업무에 지장을 받는다"는 주장도 궁색하다는 평가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헌법재판소는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는 상징적 집단인 만큼 (시위에 따른 불편은)감내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영희 변호사(법무법인 천일)도 "헌재가 (탄핵심리로) 예민한 상황이지만 현행법 집회 소음규제 정도 미만의 소음에 대해서도 시끄럽다고 해 규제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헌재가) 어떠한 판단을 내릴 때 본인들이 판단해서 (집회의) 영향을 안 받아야하는 것이지 집회를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입주한 서울 강남구 D빌딩 입구 바로 앞에서는 매일 오후 2시 어버이연합과 서울교육단체협의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태블릿PC 입수경위를 철저히 수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음 측정기 측정 결과 85데시벨로, 기자단이 자리한 빌딩 14층에서도 각종 구호 등이 또렷이 들리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주거지역과 학교가 아닌 기타지역의 소음 상한선은 주간 75데시벨, 야간에는 65데시벨이다. 이를 넘게 되면 규제대상이다.

이와 관련해 한 경찰 관계자는 "집회의 자유가 있으니 법적 문제만 없다면 막을 수는 없고 신고만 하면 헌재 100m 이내만 아니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소음이 클 땐 소음유지 명령을 내리고 명령을 안 들었을 경우엔 해산을 요청·집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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