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소추의결서에 담긴 헌법과 법률 위반행위 모두를 심리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일각에서 탄핵소추의결서에 담긴 뇌물죄와 같은 입증이 까다롭거나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걸릴 법률 위반 사안은 뺀 채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부터 확인되면 '조기 결정'을 내릴 거란 예측이 나오자, 이를 일축한 것이다.
배보윤 헌재 공보관은 12일 "소추의결서 일부만 심리한다는 건 엉뚱한 이야기"라며 "무슨 사또 재판하는 것도 아니고, 절차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탄핵심판은 정당해산심판이나 권한쟁의 심판처럼 심리방식이 구두변론에 의한다. 변론주의가 원칙인 것이다.
변론주의는 사실과 증거 수집, 제출의 책임을 당사자에게 맡기고 당사자가 변론에서 제출한 소송 자료를 재판의 기초로 삼는 소송의 원칙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서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왼쪽 두번째)을 비롯한 법사위 위원들이 탄핵 소추 의결서를 제출했다. (사진=황진환 기자)
청구인 국회는 소추의결서에서 박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를 여러 건을 적시했는데, 피청구인 대통령까지 양쪽의 의사가 일치하지 않는 이상 재판부가 직권으로 선별 심리를 할 수는 없다는 게 헌재측 설명이다.
이는 헌재가 결론을 예단했다는 논란을 불러올 수 있어서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심리가 장기화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지만, 심리 과정에서 국회나 대통령 측 전략에 따라 마냥 심리가 늘어지는 것만도 아니다.
국회가 변론과정에서 다툼이 많은 사실 관계를 배제하거나 일부 탄핵소추 이유를 아예 주장하지 않을 경우가 그럴 수 있다.
대통령 측에서 국회가 제출한 증거들에 동의할 경우에도 속도전은 가능하다.
다만, 당사자들이 사실인지 여부가 비교적 명확한 증거를 가지고도 다투기 시작하고, 각각의 증인을 신청할 경우 장기전은 불가피해 보인다.
대통령, 국회 중 어느 한 쪽이 '시간 끌기' 전략을 펴더라도 직권으로 제동을 걸긴 어렵다는 것이다.
배 공보관은 "당사자들이 주장하는 한, 준비절차에서 정리되지 않으면 쟁점을 모두 심리해야 한다"며 "결론을 염두에 두고 심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