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의 공범으로 지목된 배경은 ‘안종범 수첩’과 ‘정호성 녹음파일’, ‘최순실 태블릿PC’가 결정적 증거가 된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 따르면, 특수본은 10월 29일과 지난달 16일 두 차례 압수수색으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510쪽 분량의 업무수첩 17권을 확보했다.
최순실씨,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박근혜 대통령
◇ '안종범 수첩' 510쪽 분량…'朴-최순실-정호성 3자 대화' 5시간 10분 분량
손바닥 크기의 이 수첩에는 안 전 수석이 2015년 1월부터 지난 10월까지 자필로 기록한 각종 회의 내용과 박 대통령 지시사항이 날짜별로 상세하게 기재돼 있다.
안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서 수첩 내용을 모두 본인이 작성했다고 인정했다.
특수본은 또 지난 10월 29일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집에서 압수한 휴대전화 8대와 태블릿PC 1대를 압수했는데, 그 중 스마트폰 1대와 폴더폰 1대에서 녹음파일 236개를 복구했다.
이 가운데 박 대통령 취임 전 녹음파일은 모두 224개로 35시간 분량이고, 이 중 정 전 비서관과 박 대통령의 통화 내용은 48분 가량의 3개다.
특히 박 대통령과 최씨, 정 전 비서관의 3자 대화내용은 5시간 10분 분량의 11개가 있다. 주술적 의미를 담아 논란이 된 ‘오방낭’ 등 박 대통령 취임식을 준비한 내용이 대부분인 것으로 밝혀졌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녹음파일은 28분 분량의 12개가 확인됐다. 정 전 비서관이 최씨에게 대통령 관련 문서를 넘겨주면, 최씨가 이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한 것이 대부분이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와 이메일 아이디‧비밀번호를 공유하며 2012년 11월부터 2014년 11월 9일까지 대통령 문건을 건넸다. 정 전 비서관은 이메일을 보낸 뒤 최씨에게 ‘보냈습니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이 기간 동안 237차례나 보냈다.
특수본은 237건의 대통령 문건을 최씨가 받아 본 것으로 추정했지만, 실제 확인된 유출 문건은 180건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2013년 2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정 전 비서관과 최씨가 모두 895회 통화했다”며 “문자메시지는 모두 1197회로 빈번하게 연락을 주고 받았다”고 설명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 특수본 “태블릿PC, 최순실 것 맞다”특수본은 문건 유출의 핵심 증거인 태블릿PC의 주인이 최씨가 맞다고 확인했다.
최씨 최측근 고영태씨가 지난 7일 국회 국정조사에서 “최순실은 태블릿PC를 사용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증언한 것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특수본은 태블릿PC에 남아있는 해외 로밍과 외교부 안내 문자메시지를 근거로 제시했다.
최씨가 2012년 7월 14일부터 29일까지, 2013년 7월 28일부터 8월 7일까지 2차례 독일을 방문했는데, 국제전화 로밍 안내와 외교부 영사콜센터 안내 등 문자메시지가 태블릿PC에서 확인된 것이다.
2012년 7월 15일에는 ‘잘 도착했어. 다음주 초 이팀하고 빨리 시작해’라는 문자메시지를 사무실 직원에게 보내기도 했다.
또 최씨가 2012년 8월 14일부터 16일까지 조카 장시호씨가 거주하는 제주도 서귀포시 자택 인근에서 인터넷을 사용한 사실도 확인했고,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이 수십장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