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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증 스캐너'가 뭐길래?…'제2의 단통법' 유통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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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폰 방지 위해 도입됐다지만…유통점 "유통망 상대 수익 사업 목적" 불공정거래 주장

휴대전화 가입 때 타인명의 도용의 이른바 '대포폰'을 막고자 지난 1일부터 도입된 '신분증 스캐너'를 둘러싸고 일선 유통점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중소 유통점은 신분증 스캐너가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없을 뿐더러, 특정 업체의 스캐너 구입을 강제하고 이를 사지 않으면 신규 가입이 불가능하게 하는 등 영세 사업자만 옥죄는 '제 2의 단통법'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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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포폰 방지' 신분증 스캐너, 1일부터 휴대전화 유통점 전면 도입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이동통신 3사는 이달 초부터 휴대전화 가입자 유치시 신분증 스캐너를 이용해 본인 여부를 확인하도록 했다.

이들은 대포폰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고위 관계자들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또다시 문제로 지적되기도 한만큼, '신분증 스캐너'를 일선 유통점에 전면 도입해 개인정보 유출과 명의도용 등의 피해를 방지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신분증 스캐너는 신분증의 위조 여부를 파악한 뒤 개인정보는 저장하지 않은 채 이동통신사 서버로 정보를 전송한다.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전산 스캐너와 비슷한 형태로 보면 된다.

사실 신분증 스캐너는 지난해 이통사 직영점과 대리점에 우선 도입된 후 지난 9월 전면 도입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선 유통점의 반발로 도입 시기가 늦춰졌다. "신분증 스캐너가 골목 판매점의 업무를 가중시키는 등 규제 강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휴대전화 중소 유통점으로 구성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불법 다단계 판매는 방치한 채 신분증 스캐너의 전면 도입은 골목 상권에 대한 차별 규제"라는 주장이다. 특히 "이통사가 스캐너를 쓰지 않는 유통점에 불이익을 주는 등 규제 강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을 가장 우려했다.

더구나 지난 국정감사에서 스캐너가 위·변조 신분증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것도 도입 반대 근거로 들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돈을 주고 스캐너를 구매해야 하는 것도 영세 사업자들에겐 큰 부담이다. 이통사는 보증금 10만원에 스캐너를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판매점들은 가입자가 몰리거나 스캐너 오류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대당 30만원을 주고 추가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위·변조된 신분증으로 의심되더라도 시스템에서 유통점의 승인만 있으면 개통이 가능해 "명의도용의 책임을 일선 유통점에만 돌리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 신분증 스캐너 특정 업체 독점 공급 논란…"공익 아닌 유통망 상대 수익 목적"

이같은 오랜 반발에도 불구하고 전면 도입이 시행되자 KMDA는 지난 1일 서울행정법원에 신분증 스캐너 전면 도입을 금지하도록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들 협회는 향후 감사원 감사 청구와 공정위 제소도 불사하겠다는 아주 강경한 입장이다.

KMDA 측은 "신분증 스캐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일선 유통점에서 스캐너를 사용하지 않으면 개통이 불가능하도록 했는데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직업 수행(영업)의 자유'와 공정거래법 등을 위헌하거나 법률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분증 스캐너의 도입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개인정보 보호, 대포폰 개통 방지, 신분증 위·변조 도용 방지를 위해 도입되는 신분증 스캐너가 한 업체의 독점 공급으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현재 전 매장에 배포된 신분증 스캐너는 보임테크놀러지의 제품이다. 모델명은 IDS600v로, 관련 제조업계에 따르면 해당 모델명의 제품을 판매하는 국내 업체는 보임테크놀러지 외 여러 업체가 있다.

게다가 해당 스캐너는 위변조 신분증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등 오류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던 제품이다. 이에 유통협회는 지속적으로 스캐너 제조사와의 독점적인 계약 과정이 석연치 않다며 의혹을 제기해왔다.

협회는 "휴대폰 가입 시 신용등급 조회, 본인 휴대폰 문자 인증, 신용카드 인증 등을 모두 처리하는 상황에서 특정 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심각한 영업제한"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스캐너는 주민등록증, 일반면허증 외에는 위·변조 판별이 불가능해 사실상 효력도 없다"고 덧붙였다.

신분증 스캐너 도입 의무화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 이은 또 다른 규제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신구 KMDA 상근 부회장은 "상인들은 단말기 싸게 팔면 단통법 위반이고, 비싸게 팔면 부도덕한 상인이 된다"며 "스캐너 도입은 강제적인 규제 수단으로 '제 2의 단통법' 규제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분증 스캐너는 주체가 불명확한 사업"이라면서 "방통위는 업계가 자율적으로, KAIT는 통신사가, 통신사는 KAIT가 주체라고 서로 떠넘기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처럼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신분증 스캐너 도입 의무화는 개인정보 등 공익적인 의도가 아니라, 결국 기기 추가 구매, 점검·수리 등을 위한 수익 사업을 위해서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통3사 모두 동일한 업체의 스캐너를 강매하고 동일한 날짜에 시행한 것 자체가 자율결정이 아닌 이통3사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것"이라면서 "신분증 스캐너의 사용 중단"을 촉구했다.

또 "신분증 스캐너 도입은 신분증 사본에 대한 디지털화와 법적 근거 없이 주민번호를 수집해 소비자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행위"라면서 "이는 소비자 개인정보 보호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경실련은 "만약 정부와 이통사가 잘못된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소비자 권리를 위해 감사청구, 진정, 고발 등 강력한 소비자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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