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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은 왜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만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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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존재 인정하면 朴 대통령 제3자뇌물죄 인정하는 꼴

 

최순실씨가 실질적인 주인으로 행세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업들은 왜 8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출연했을까?

6일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9개 기업 총수들은 하나같이 대가성을 부인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 자격으로 출석한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두 재단에 대한 청와대의 (출연) 요청을 기업 입장에서는 거부하기는 참 어렵다"며 강제 모금 사실은 인정했지만 대가성은 끝내 인정하지 않았다.

이날 청문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총 9명의 회장단이 출석했다.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 진행된 장시간의 청문회에서 국조위원들은 여야를 떠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질의 시간의 80%를 집중했다.

삼성그룹은 다른 기업들과 달리 미르·K스포츠재단에 가장 많은 204억원을 출연한 것은 물론 최순실씨 딸 정유라의 승마훈련을 위해 80억원 가까운 거액을 추가로 송금한 유일한 기업이다.

국조 의원들은 "왜 독일에 있는 최순실씨 소유 회사에 거액을 송금했냐"고 반복적으로 질의했지만 이 부회장은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며 제대로 된 답변을 회피했다.

"누구로부터 보고를 받고 누구에게 지시해 돈을 송금했냐"는 질문에도 철저히 함구했다.

"삼성 장충기 사장이 최순실씨와 정유라에게 말도 사주고 훈련비도 줬는데 미래전략실이 비선조직이냐"(더민주 손혜원 의원)는 질의에도 "앞으로 잘하겠습니다" "제가 미비한 점이 많았습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급기야 이 부회장은 더민주 안민석 의원으로부터는 "답변 돌려막기 재용"이라는 힐난까지 들었다.

더민주 도종환 의원은 "돈을 송금한 이유를 얘기하지 못하는 건 결국 최순실씨가 비선실세였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 아니냐"며 다그쳤다.

또 "비덱스포츠에 35억원을 보내고 그랑프리 말 구입비와 훈련비 등으로 43억원을 또 보내는 걸 지시한 사람이 누구냐"고 거듭 추궁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지원 처리가 부적절했다"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결국 안민석 의원은 "최순실씨와의 연관성을 얘기하면 뇌물공여죄에 걸리게 되서 말을 못하는 게 아니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에 최순실씨가 있었다는 걸 미리 인지하고 정유라에게 그랑프리 우승마 비타나V(19억원)를 사주는 등 약 80억원을 추가 지원했다면 특검에서 뇌물공여죄가 적용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박근혜 대통령은 '제3자뇌물수수'의 주범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이재용 부회장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었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벙어리 냉가슴' 모양새를 수차례 연출했다는 분석이다.

국정조사에 참여한 검사 출신의 김경진(국민의당) 의원은 CBS노컷뉴스 취재진에게 "법률적으로 뇌물공여와 수수죄는 미수가 없다"며 "삼성의 추가 지원은 대가성이 충분하게 입증됐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염두하고 최순실에게 거액을 송금한 정황도 충분하다"며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이미 판례로 형성된 포괄적 뇌물죄를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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