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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두얼굴, 정유라 100억 vs 황유미 5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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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6년 12월 6일 국회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1988년 5공 청문회를 상기시켰다.

대한민국 정경유착의 실상과 민낯이 28년만에 그대로 재현된 탓이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는 9명의 재벌 오너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모두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을 위해 수백억원을 출연한 기업들이다.

특히 이날 청문회는 1988년 5공 청문회 때 나온 재벌 오너 자제 6명이 또다시 '주인공'이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건희 전 회장의 아들), 정몽구 현대차 회장(정주영 전 회장의 아들), 구본무 LG회장(구자경 전 회장의 아들), 최태원 SK회장(최종현 전 회장의 아들), 조양호 한진회장(조중훈 전 회장의 아들), 신동빈 롯데회장(신격호 전 회장의 아들) 등이다.

세계 무역대국 10위권에 진입했지만, 대물림된 정경유착은 그 질긴 악연을 끊지 못한채 '기시착오'가 아닌 생생한 현장을 국민들은 지켜봐야 했다.

◇ 윤소하 의원 "반도체 노동자 황유미씨에게 5백만원 준 사실을 아는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5공청문회를 보지 못했던 세대들에게 이날 청문회장에서 가장 슬픈 질문이 있었다면 무엇이었을까?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물었다.

"고 황유미씨에게 삼성이 5백만원 내밀었고 정유라 씨에게 3백억원을 내밀었다, 아시는가?"

증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5백만원을 처음 건넨 사실을 몰랐다"며 "아이 둘 가진 사람으로 가슴 아프다. 모든 일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황씨는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가 급성 백혈병으로 24세에 사망했다.

그런데 삼성은 왜 정유라에만 10억짜리 말을 사주고 100억이 넘는 돈을 준 걸까?

이재용 부회장 설명은 명쾌하지 않았다. 핵심을 감추느라 비비 꼬는 모습이 역력했고, 세계 일류기업 오너의 '투명함'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과는 막연했고 일이 터진 뒤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지만 그 사실마저 무엇이었는지 국민들은 속시원한 얘기를 듣지 못했다.

청문회에서 이재용 증인에게 가장 많이 쏟아진 질문은 "최순실을 언제 알았는가"였다. 그는 오전 2시간 30분 내내 "기억이 안난다. 정말 안난다. 제가 기억을 되짚어 보겠습니다"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배우도 아닌데 그의 '연기'는 끈질겼다.

◇ 이종구 의원 "작년 삼성은 청와대 헤드쿼터를 구워 삶았다"

2008년 7월 10일 삼성 비리의혹에 대한 특검 결과로 불구속 기소된 이건희 前 삼성그룹 회장이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는 모습. (사진=자료사진)

 

새누리당 강남 갑 이종구 의원의 질타또한 매서웠다. 이 의원은 "2008년 4월 22일을 왜 '삼성 치욕의 날'로 부르는지 아는가"를 물었다.

삼성 특검 결과 이건희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차명계좌를 실명화하고 삼성의 심장인 '구조조정본부' 기능을 폐쇄시킨다고 밝혔다.

그룹 사령탑인 '구조본'이 정경유착의 핵심기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의 대국민 발표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미래전략실'을 만들어 은근슬쩍 구조본 기능을 승계시켰다.

이 의원은 "이재용 부회장은 말로만 반성한다고 말하고 있다. 도대체 반성이 없다. 구조본이나 미래전략실이나 똑같다. 작년에 삼성이 청와대 헤드쿼터를 구워 삶았다는 말이 있다. 그 결과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다"라고 다그쳤다.

이날 오전 청문회에서 삼성의 가장 진전된 발언이 있다면 "앞으로 전경련 기부금을 내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하태경 의원(새누리당)이 전경련 해체에 왜 삼성이 앞장서지 않냐고 몰아치자 이 부회장은 "좋은 말씀 감사하고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전경련 기부금 중단이라고 단언해도 좋냐고 재차 물었고 이 부회장은 "예"라고 대답했다.

청문회를 지켜볼 수 없는 이건희 회장은 증인 아들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오늘은 네가 수고했다"고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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