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최순실 게이트'가 문화계와 체육계, 의료계를 넘어 '면세점 게이트'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관세청은 3차례에 걸쳐 신규 및 재허가 면세점 사업권에 대한 공고를 냈는데, 이 과정에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 씨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에 해당하는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기업들 중에는 두산, 신세계, 롯데, 범삼성(신라) 등 당시 면세점 사업에 사활을 걸었던 이들의 이름이 대거 등장한다.
◇ 지난해 7월 신규 사업자 선정…HDC신라 특혜 논란
지난해 7월 10일 관세청은 면세점 서울 신규 대형면세점 운영사업자로 HDC신라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서울 신규 중소면세점은 SM면세점(하나투어)이, 제주도 신규 중소면세점은 제주관광공사가 각각 운영사로 선정됐다.
지난해 1월 18일 관세청은 '국내 관광서비스산업 활성화와 신규 투자 촉진'이란 명분을 내걸고 서울지역에 3개, 제주지역에 1개의 시내 면세점을 신규로 설치하겠다고 밝혔고, 그에 대한 결과가 이날 나온 것이다.
당시 HDC신라면세점은 합작법인을 만들때부터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시장감시를 해야 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5월 호텔신라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의 기업결합 신청을 승인하면서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일었다.
HDC신라가 신규 면세점 운영권을 따내면 독과점 구조가 심해질 수 있는데도, 이를 걸러내기는커녕 신청 한 달 만에 속전속결로 '적합' 사인을 보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년(2014)년 기준 서울시내 면세점 시장점유율을 보면 롯데 60.5%. 호텔신라 26.5%로 상위 2개사가 87%를 점유하는 독과점 구조였다. 국내 전체로 확대해도 롯데 50.7%, 호텔신라 30.7%로 둘을 합하면 81.4%가 된다. 독과점 논란이 일기에 충분했다.
◇ 면세점 사업 따낸 두산·신세계, 미르와 묘한 연결고리
관세청은 지난해 5월 29일 면세점 사업자 추가 모집 공고를 냈다. 신규 면세점 사업자 공고를 낸 지 4개월 만이다.
당시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11월16일), 부산 조선호텔 면세점(12월15일), 호텔롯데의 롯데면세점 소공점(12월22일)과 월드타워점(12월31일) 등 4곳의 면세점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그리고 6개월 뒤인 2015년 11월 14일 롯데소공점과 두산과 신세계디에프가 신규 사업자로 선정됐다.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 호텔롯데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재허가를 받는데 실패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결과가 나오기 전인 2015년 10월 24일 오후다. 이날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은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에게 전화해 미르 출연금 규모를 300억에서 500억으로 증액하라 지시하면서 "KT, 금호, 신세계, 아모레는 반드시 포함시키라"고 지시했다.
최 씨의 자금 모금 창구인 미르 출연 대상 기업에 신세계가 '반드시'란 문구와 함께 포함된 것이다. 미르 재단 모금은 애초 10대 그룹만을 대상으로 시작했는데, 이후 롯데와 신세계, KT 등의 기업이 추가됐다.
두산 그룹 역시 미르 재단 출연 기업 명단에 이름이 올라와 있다.
◇ 면세점 뺏긴 롯데·SK…독대 후 급물살특히 최씨의 공소사실에는, 지난해 10월 23일 안 전 수석의 지시를 받은 최상목 당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현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에게 전화해 "롯데도 (미르) 기업에 포함해라"라고 지시했다고 명시돼 있다.
당시 롯데가 면세점 탈락에 대한 첩보를 듣고 미르에 지원하기로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또 일각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롯데면세점 승인과 관련해 롯데 임원이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있던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을 접촉했다는 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롯데는 면세점 사업 2곳에서, SK는 기존 가지고 있던 워커힐면세점 재허가에서 탈락했다.
공교롭게도 이후 SK와 롯데는 박근혜 대통령과 올해 2월과 3월 독대를 가졌다. 특히 두 기업은 대통령 면담 직후 나란히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80억원(SK), 75억원(롯데)을 추가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리고 4월 29일 관세청은 서울 시내면세점 4곳에 대한 신규 설치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발표 직후 신세계, 두산 등 기존 사업권을 따낸 이들은 크게 반발했지만, 롯데와 SK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때문에 독대 자리에서 롯데와 SK 두 그룹 총수가 면세점 인허가 관련 민원을 넣고 이를 들어주는 대가로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지원을 약속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24일 오전 검찰이 면세점 사업 관련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는 서울 중구 서린동 SK그룹 본사에서 직원들이 드나들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 검찰, 면세점 사업 관련 최순실 의혹 본격 수사검찰은 24일 기획재정부, 관세청, 롯데, SK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최순실 씨와 청와대가 대기업으로부터 재단 출연금 등을 받은 대가로 면세점 특허권 부여 과정에도 개입한 것인지를 규명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두 기업이 면세점 사업 선정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게 아닌지, 선정 과정에서 청와대나 최순실씨 영향력이 있었는지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롯데면세점 비리 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으로부터 최근 자료를 넘겨받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롯데 고위 임원이 지난해 하반기 롯데면세점 사업 승인과 관련해 최 의원을 접촉했다는 내용의 자료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대통령과 기업 사이 '모종의 거래'가 오갔다면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박 대통령에게 오는 29일까지 대면조사에 응할 것을 통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