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한 믿기 힘든 의료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소수 특권층의 낯부끄러운 의료 행태와 '그들만을 위한' 의료 민영화의 민낯이 오롯이 드러나고 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위원장은 23일 CBS노컷뉴스에 "(박 대통령이 취임 뒤에도 진료를 받았다는 정황이 드러난 차병원 계열의) 차움의원은 그 자체로 불법 요소가 크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통해 병원이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한 사람들을 모두 받도록 돼 있어요. 즉, 모든 국민은 병원에서 평등한 진료를 받는다는 게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할 원칙이에요. 그런데 차움의원의 경우 1억 5000만 원에 달하는 회원권이 없으면 올라가지도 못하는 층들이 있습니다. 2층에 일반진료실이 있고, 3층부터는 특수진료실이 있는데, 3층부터는 VIP 회원이 아니면 올라가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아예 출입을 막고 있는 건데, 그 자체로 이미 불법의 요소가 큰 거죠."
우 위원장은 차움의원을 두고 "1%를 위한 아주 특별한 병원"이라는 표현을 썼다.
"차움의 치료 내역들을 보면 스파, 마사지, 피트니스 등 특권층이 누릴 수 있는 호사를 치료라는 이름으로 행하고 있어요. 이른바 항노화라는 이름의 면역세포 치료는 일본 차병원에 가서 받도록 한 것 등을 봤을 때 1%를 위한 아주 특별한 병원인 거죠. 현재 한국에서는 영리병원이 허용돼 있지 않으니까, 이 기형적인 병원(차움)을 합법화 시킬 목적으로 정책까지 추진했다는 것이 박근혜 정권에서 벌인 의료 민영화의 실체입니다."
그는 지난 2013년 12월 발표된 정부의 제4차 투자활성화대책 중 보건의료 부분을 근거로 들며 이번 사태를 "의료게이트의 또 다른 측면"으로 규정했다.
"거기 보면 '부대사업 확대와 영리 자회사 허용'이 나와요. 차움에서 운영하는 헬스센터, 스파, 수영장 등이 여기에 딱 맞아떨어집니다. 제4차 투자활성화대책이 발표될 당시에도 '이거 차움 얘기 아니야?'라는 의혹이 나왔는데, 그게 아주 낱낱이 밝혀지고 있는 거죠. 1%를 위한 기형적인 의료의 추악함은 물론, 투자 활성화라는 정책까지 추진하면서 차움을 모델로 하는 영리병원을 만들려고 한 게 드러나고 있는 겁니다."
◇ "박근혜 대통령은 진시황의 불로장생을 꿈꿨나"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사진=우 위원장 페이스북 페이지 화면 갈무리)
박 대통령과 관련한 의료 의혹에서 유독 자주 등장하는 것이 '항노화'다. 이와 관련해 우 위원장은 "진시황 이야기가 떠올랐다"고 꼬집었다.
"불로장생, 불로초 이야기가 옛날 얘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마디로 '불로장생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인들 못하겠느냐'는 거겠죠. 돈 많고 아쉬울 것 없는 사람들이 바랄 수 있는 게 말하자면 불로장생인 겁니다."
그는 "10여 년 전부터 인터뷰 등을 보면, 왕성하게 활동하는 70, 80대 노인들의 비결이 면역세포 치료에 있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왔다"며 말을 이었다.
"아직 더는 밝혀진 게 없지만,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에 이 치료를 받았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받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걸 보면, 소수 권력층이 돈이 남아 돌아 근거도 없는 면역세포술에 무려 수천, 수억 원을 들인다는 게 밝혀지고 있는 셈이죠."
"한쪽에서는 젊은이들이 '헬조선'을 외치고 노인 자살률 1위를 달리는데, 다른 쪽에서는 대통령이 앞장서서 1%만을 위한 의료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우 위원장의 현실 진단이다. "차움처럼 부대사업을 확대하고, 그것을 영리기업으로 만들어서 비영리기업의 산하기업으로 두겠다라는 말도 안 되는 정책의 비밀이, 말 그대로 차움병원의 '시크릿 가든'이었다"는 것이 그의 표현이다.
"정책은 사실상 자원 배분입니다. 그 돈이 1%를 위한 것이 됐을 경우 나머지 99%를 위한 보편적인 복지로서 의료는 후퇴할 수밖에 없는 거죠. 자원 배분이 줄고, 정부에서조차 투자를 안하면 양극화가 심해질 겁니다. 자신(박 대통령)의 공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권에서 건강보험을 확대하는 데 주안점을 둔 정책은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어요. 건강보험 보장률은 정권 4년 내내 계속해서 떨어졌고, 심지어 건강보험 재정으로 20조 원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재정은 하나도 쓰지 않았어요. 오로지 투자된 것은 영리병원 허용, 영리 자회사의 부대사업 확대, 원격 의료 등 1%를 위한 의료였죠."
◇ "근거 없는 시술로 국민 혈세 낭비한 꼴"
(사진=자료사진)
대통령의 건강은 2급 기밀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대리 처방 의혹, 태반·감초 주사제 등 대량 구매 기록, 줄기세포주사 불법시술 의혹에 휩싸이면서 초법적 위치에서 그 시스템을 모조리 무너뜨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를 두고 우 위원장은 "근거 없는 시술로 국민 세금을 낭비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정상적인 시스템, 그러니까 대통령 주치의가 있고 주치의를 포함해 자문의가 20명이 있는 걸로 압니다. (박 대통령 의료 의혹은) 주치의를 통해 결정된 것이 아니라, 일개 자문의가 주치의 모르게, 또는 주치의의 묵인하에 근거 없는 시술을 했다는 거예요. 현대 의학은 'EBM'(Evidence Based Medicine)이라고 해서 '근거중심의학'이 핵심입니다. 근거가 없으면 치료하지 말라는 거죠. 환자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으니까요. 히포크라스 선서 제1조인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는 원칙에도 어긋납니다."
그는 "태반주사나 마늘주사, 감초주사를 통해 건강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근거는 사실상 없다"고 설명했다.
"지금 이들 주사의 치료 근거가 희박하다고들 얘기하는데 사실상 근거가 없어요. 더 나아질 거라는 근거는 좋게 봐주면 아주 희박하고, 냉정하게 말하면 없는 거죠. 근거가 있었다면 건강보험으로 해줬을 텐데, 다 비급여잖아요."
그는 "대통령은 사실상 국가의 자산, 국가의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에 건강 관리는 물론 최적의 진료를 받아야 하고, 그 건강정보 역시 국가기밀로 보호받아야 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혈액까지 외부로 반출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 말은 대통령의 모든 유전정보가 일반에 알려졌다는 게 됩니다. 세간에 떠도는 '누구 딸이 누구라더라'는 식의 루머까지 확인이 가능한 상황이 된 거죠.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통령의 건강 정보는 국가 기밀이에요. 혈액으로 병력 등 굉장히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혈액은 청와대 안에서만 보관됐어야 합니다. 그래서 대통령과 그 가족의 의무기록은 다 삭제하거나, 우리나라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의 관리 바깥에 있는 걸로 압니다."
"(박 대통령이) 그러한 시스템을 모조리 어겼다는 것은 공인으로서 공적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자각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우 위원장의 분석이다.
"결국 초법적으로 모든 시스템 위에 군림했다는 말이 됩니다. 시스템을 무너뜨린 당사자인데다 공사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건 작은 문제가 아닙니다. 단적인 예로 대통령의 혈액이 외부로 반출된 지금 상황에서 그 비밀이 지켜질 거라고 보장할 수도 없잖아요. 대통령 스스로의 책임이니 무조건 책임을 져야 할 문제인 거죠."
◇ "대통령이 오히려 잘못된 의료 이용 부추기는 형국"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차움병원 앞에서 '박근혜-최순실-차움의 의료민영화 커넥션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박 대통령을 둘러싼 의료 의혹에 대한 청와대의 허술한 해명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청와대에서는 태반주사·감초주사 등을 대량으로 사들인 이유가 "직원들의 건강 관리를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우 위원장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직원들 건강 관리가 목적이었다면 태반주사가 아니라 고기를 사 먹였어야죠. (웃음) 의학적으로 볼 때 음식을 먹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주사로 특별히 보충해야 할 영양소는 극히 드물어요. 특히 태반주사의 성분은 제대로 검증된 것이 아니어서 논란이 큽니다. 물론 태반주사는 박 대통령이 맞은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 대통령뿐 아니라 청와대 직원들까지 맞았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죠."
그는 "한국의 상업화된 의료 시스템 안에서 정맥영양주사(IVNT)가 횡행하고 일종의 유행처럼 됐는데, 정맥으로 영양을 주는 것은 위장 흡수가 안 되는 경우 등 특수한 경우에 쓰는 행위"라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정상적으로 잘 먹고 잘 걸어다니는 사람에게까지 정맥영양주사를 놓는 건 극히 상업화된 의료 시스템에서 기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근거도 없는 걸 대통령이 맞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더욱이 이를 매우 과량으로 공급 받았다는 게 더욱 심각합니다."
우 위원장에 따르면, 태반주사의 경우 피하 또는 근육에 놓게 돼 있는 것이 허가사항이다. 그런데 사람 태반에 바탕을 둔 태반주사를 정맥으로 놓았다면 위험성이 크다.
"항노화 목적으로 태반주사를 정맥을 통해 과량 투입하는 건 일부 부유층의 행태라고 들었어요. 최근에는 일부 제약회사의 영업직원들이 태반주사, 백옥주사 제품을 두고 '박근혜도 맞았다'며 '박근혜 주사'라는 이름으로 상술에 활용한다는 이야기까지 전해 들었죠. 국민들의 건강, 의료 이용에 모범이 돼야 할 대통령이 그런 근거 없는 치료를 했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오히려 대통령이 국민들의 잘못된 의료 이용을 부추기고 있는 형국까지 나타나고 있는 건데,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입니다."
그는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의료 이용 행태가 올바른 건강 추구 행위가 아니었다는 점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대통령으로서 올바르지 못한 처신일 뿐 아니라 그렇게 하다가는 큰일납니다. 태반주사 수량을 보면, 한 달에 거의 몇십 개씩 맞은 건데, 중독 수준이에요. 박 대통령이 과학적 근거가 하나도 없는 과량의 태반주사를 정맥으로 맞았다면 매우 위험한 행위입니다. 국민들이 이를 따라하지 않도록 이 부분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필요해요. 이러한 행태가 사람들 사이에서 '대통령이 했으니 안전하겠지' '부유층에서 유행한다니 좋겠지'라는 식으로 선망의 대상이 된다면 곤란합니다. 위험하고 안전하지 않은 행위이기 때문이죠."
특히 "박 대통령의 의료 의혹은 이번 정권의 의료 민영화 정책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당부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그렇게 강조를 했어요. 야당 의원들 얘기를 들어보면 새누리당은 'VIP 관심사이니 꼭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해요. 이것도 지금 돌이켜보면 (면역세포 치료를 하는) 일본 차병원, 중국에 진출한 성형외과 등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 의료 민영화 전반에 걸친 문제로 모아집니다. 원격의료 등도 같은 맥락인 거죠. 지금 보면 이게 다 기업들의 로비로 이뤄졌다는 정황이 나오고 있어요. 앞으로 더 밝혀질 텐데, 이번 사태를 의료게이트로 이름 붙여야 해요. 우리에게는 박근혜 정권의 의료 부문에 관한 정책을 모조리 폐기시키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커다란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