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4차 촛불집회가 열리는 19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와 보수단체 회원들이 박 대통령 하야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최순실 등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을 부른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전국으로 번진 촛불집회에 맞서, 보수단체가 19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벌인 맞불집회 현장에 '박근혜식 독재의 맛을 보여줘야 한다'며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내용의 유인물이 배포돼 논란을 낳고 있다.
A3 크기 정도의 용지에 양면으로 인쇄된 이 유인물의 앞 페이지에는 '대한민국을 종북 좌파 언론의 광기와 선동에서 구하자'라는 제목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께서 꼭 읽으셔야 할 글입니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아래 글은 미국에서 신학대 총장을 했고, 현직 목사(미국에서 목회)의 글이다'라고 적혀 있다.
이 글은 '대한민국 정치가 실종됐다. 언론이 쓰레기가 됐다. 법은 있으나 마나 한 장난감이 됐다. 권력기관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공권력은 좌파 패거리 피켓 몇 장에 무릎을 꿇었다. 후배들의 잘잘못에 한마디쯤 꾸지람을 해야 할 이 시대 어른들은 입을 닫았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비선 조직에게 기대어 국정 혼란을 야기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한 박 대통령의 실정은 철저히 배제한 채, 편가르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점은 이 글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다.
"어쩌다 대한민국이 이런 나라가 됐는가. 그것도 모자라 지금 좌파 언론과 시민단체 야당이 한통속이 돼 박근혜를 청와대에서 쫓아내기 위해 그야말로 미쳐 있을 정도다. 인터넷과 SNS 공간에 나도는 온갖 유언비어, 괴담 등은 등골이 오싹할 정도고, 박 대통령의 비방에는 온갖 육두문자들이 도배질 돼 있다. 최순실을 앞세워 박근혜를 내치고 정권을 거머쥐기 위한 종북 좌파들의 검은손이 이미 폭넓게 펴졌다. 여차하면 광주 5·18 같은 대형사태가 터질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서울 광화문 일대에 100만 시민이 모인) 11월 12일이 좌파들이 국가전폭 D-Day라는 위험경고까지 나왔다."
◇ 논리 없는 일방적 편가르기…"일베가 나라의 중심입니다"
19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박사모' 등 보수단체의 집회 현장에서 배포된 유인물. 아래 부분에 '박정희식, 전두환식이 아닌 박근혜식 독재의 맛을 보여줘야 한다'는 문장이 보인다. (사진=이진욱 기자)
해당 글은 '이제 박 대통령은 결단해야 한다. 더 이상 밀리면 끝이다. 전쟁으로 말하면 더 이상 퇴각할 길이 없다. 죽기 아니면 까무라(러)치기로 공격을 할 수밖에 없다' '솔직히 박정희 대통령 이후 박근혜 대통령보다 훌륭한 대통령이 있는가'라며 다음과 같은 위험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눈치 볼 게 뭐 있는가. 좌파들에게 보여줄 것은 독재뿐이다. 이들에겐 민주화가 벅찬 선물이었다. 민주화를 앞세워 독재를 전횡한 것은 야당과 좌파들이다. 이들을 바른길로 인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강력한 독재뿐이다. 박정희식, 전두환식이 아닌 박근혜식 독재의 맛을 보여줘야 한다.'
이 유인물의 뒷면 역시 '박근혜 대통령은 결단해야 된다'라는 제목과 함께 '나라를 이렇게 만든 원흉은 최순실이 아니라 청와대와 정부 내로 숨어든 좌파들'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수첩을 접고 당장 밖으로 눈을 돌려 누가 진정으로 나를 위해 목숨을 버리려 하는지 진성 애국 친박들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이 정권의 마지막 청소를 단행해야 한다. 기업이건, 언론이건, 학계건, 군이건, 사법부건 박근혜 정권이 아닌 야당의 정보요원으로 암약해 온 인간들을 모두 솎아내야 한다.'
이 글은, 여성·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조장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를 홍보하는 문구로 끝을 맺고 있다.
'애국 인터넷 카페 일간 베스트를 봅시다… 일간 베스트는 매일 수백만명이 보는 애국사이트!! 네이버 검색란에 (일간베스트)를 검색하시면 볼 수 있고 주소는 http://www.ilbe.com 허위가 아닌 팩트가 담긴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일베가 나라의 중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