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대통령 하야반대 및 국가안보를 위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신스틸러'(Scene Stealer), 직역하면 '장면을 훔치는 사람'인데 영화 등에서 독특한 개성과 연기로 주목 받는 조연을 일컫는다.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전의를 다진 뒤 "박근혜는 퇴진하라"를 외치며 행진, 청와대를 둘러싼 60만 명의 시민들이 빚어낸 판은 말 그대로 '분노의 광장'이었다.
이 '분노의 광장'을 있게 한 악역은 누가 뭐래도 사상초유의 국정 농단을 합작한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이다.
그리고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60만 촛불의 운집에 일조한 최강 신스틸러로 떠오른 이가 있다. 바로 세월호 참사, 백남기 농민 사망 등에 대한 상식을 벗어난 막말로 공분을 사며 '춘천 트럼프' '일베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은 새누리당 김진태(재선·강원 춘천) 의원이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1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순실 특검법안'의 표결 처리 결정을 앞두고 "오늘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촛불'에 밀려 '원칙'을 저버린 법사위 오욕의 역사로 남게 될 것"이라며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 민심은 언제든 변한다"고 주장해 민심 폄하 논란을 불렀다.
김 의원의 이 발언 직후 누리꾼들은 "미안하다… LED촛불이다"(트위터 사용자 @a*******), "김진태가 촛불이 꺼질까봐 땔감을 넣어주네"(@g*******), "이분… 지역구가 춘천인 걸로 아는데, 춘천분들 고민 좀 하시죠(@a******) 등의 의견을 내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d******'는 "새누리 김진태 씨,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고요. 예, 맞습니다. 촛불집회 가보니까 정말 바람 불면 꺼지더라고요. 그런데요. 꺼진 촛불 들고 있으면 옆에 계신 분이 자신의 불을 나누어 주시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집회 끝날 때까지 불을 지켰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밤 제4차 촛불집회 본행사를 앞두고 마련된 자유발언대에 선 10대, 20대 청년들에게도 김진태 의원은 속된 말로 '밥'이었다.
무대에 오른 한 대학생은 "새누리당 김진태가 우리 촛불을 보고 이야기한 게 있습니다. '촛불은 바람 불면 다 꺼지게 돼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김진태에게 얘기해 줍시다. 김진태, 너나 꺼져! 촛불은 바람 불면 옮겨 붙는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발언권을 얻은 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 역시 "김진태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촛불은 촛불일 뿐 바람 불면 꺼지게 되어 있다.' 이것도 맞습니다.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질지 모릅니다"라며 "하지만 우리는 촛불 하나가 꺼지기 전에 두 개의 촛불에 불을 붙일 것이면, 두 개가 꺼지기 전에 세 개, 네 개, 열 개, 백 개, 수백 개, 수만 개의 촛불에 불을 켜서 들불로 만들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