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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헌-최태웅, 얽히고 설킨 운명의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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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현대자동차서비스-삼성화재의 간판 선수, 지도자 생활은 반대로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왼쪽)과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은 자신이 현역 시절 라이벌 팀의 지도자가 되어 싸우는 묘한 인연을 공유하고 있다.(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어떻게 보면 이게 우리 둘의 ‘운명’같습니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올 시즌 두 번째 대결을 앞둔 2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 이례적으로 경기 전 두 팀의 감독이 나란히 취재진과 만났다.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도 경기 전 양 팀 감독이 공식적으로 만나는 것은 두 번째라고 했다. 최초의 만남은 신치용 삼성화재 단장이 감독 시절 제자인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과 상대를 앞두고 성사됐다.

V-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 팀인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이 올 시즌부터 새롭게 만들어가는 라이벌 맞대결인 ‘V-클래식 매치’의 두 번째 경기를 앞두고 두 감독에게서 묘한 기류가 느껴졌다. 과거 두 팀에게서 느낄 수 있던 것과는 조금 달랐지만 분명 무언가 분명한 기 싸움이 펼쳐졌다.

사실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현역 시절에는 상대 팀을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트 안팎에서 서로가 치열하게 으르렁댔던 두 팀이라는 점에서 상대 팀에서 뛰었던 선수가 라이벌 팀의 감독을 맡는다는 것은 분명 이색적인 상황이다.

1990년대 한국 남자배구를 화려하게 수 놓았던 주인공 중 한 명인 임도헌 감독은 프로 경험이 없다. 1994년 현대캐피탈의 전신인 현대자동차서비스에서 데뷔해 2002년 은퇴까지 실업시절에만 코트를 누볐다. 불의의 부상으로 일찌감치 코트를 떠나야 했던 임 감독은 청소년대표팀과 국가대표팀 코치를 거쳐 2006년부터 10년간 신치용 감독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았다. 지난 시즌부터는 지휘봉을 물려받아 오랜 수석코치 생활을 마치고 정식 감독으로 활약 중이다.

한국 남자배구를 대표하는 ‘컴퓨터 세터’의 계보를 잇는 최태웅 감독도 선수 경력은 1999년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고 실업무대에서 시작했다. 줄곧 삼성화재에서만 활약하던 그는 2010~2011시즌 박철우가 자유계약선수(FA)자격으로 현대캐피탈에서 삼성화재로 이적하고, 보상선수로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그리고는 5시즌을 현대캐피탈에서 활약하고 지도자 경력 없이 지난 시즌 감독직을 맡았다.

선수와 지도자 경력의 미묘한 엇갈림 때문이었을까.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은 “나는 선수를 현대에서 했고, 최태웅 감독은 삼성에서 했는데 어떻게 보면 이게 우리 둘의 운명인 것 같다”면서 “예전에는 한 팀에서만 뛰다 은퇴하고 코치, 감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내가 속한 팀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태웅 감독 역시 “선수시절에는 라이벌 의식이 있었다고 해도 이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선수와 감독으로 삼성화재-현대캐피탈, 현대캐피탈-삼성화재라는 뜨거운 라이벌 관계를 체험했던 이들은 공교롭게도 나란히 감독 부임 후 엇갈린 희비곡선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둘의 맞대결에서 최태웅 감독이 7승1패의 일방적인 우위를 기록 중이다.

최태웅 감독은 “과거에는 삼성화재를 만나면 부담이 컸지만 이제는 다른 팀보다 더 편하게 경기한다”고 달라진 팀 분위기를 소개했다. 임도헌 감독은 “이제는 삼성화재보다 현대캐피탈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더 분발해서 현대캐피탈이 다시 우리를 상대할 때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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