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청문회 준비를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고 내정자 신분을 완전히 벗은 것도 아니어서, 국정공백과 트럼프 미(美) 대통령 당선 등으로 위기상황을 맞은 경제를 총괄 관리해야할 경제부총리 임명 문제는 갈수록 꼬여만 가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2일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이후 주중에는 금융위원장 업무를 보고, 주말에 기획재정부로부터 보고를 받는 등 청문회 준비를 해왔다.
부총리 내정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경제정책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히며 의욕도 내비쳤다. 임 내정자는 "확장적 거시경제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거나 "성장을 위해 결코 투기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등 소신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임종룡 내정자는 지난 주말 기재부의 현안보고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따라 기재부의 청문회 준비팀도 '대기 모드'로 전환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개각이 확실히 철회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보낸 것도 아니고 그래서, (청문회 준비팀) 활동을 가장 낮은 단계로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 하야 정국으로 정치권이 요동치고 인사청문회가 언제 열릴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임종룡 내정자가 청문회 준비를 중단한 것이다. 사실상 청문회 준비팀이 철수하면서, 임종룡 카드마저 물 건너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김병준 총리, 박승주 안전처장관 내정자에 이어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일 단행한 개각이 모두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일본은 오는 17일 아베 총리가 직접 트럼프 당선자를 만나기로 하는 등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박 대통령이 조만간 검찰 조사까지 받게 될 운명에 처하면서, 사실상 대통령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엄중한 경제상황 속에서 경제정책의 키를 잡아야 할 경제부총리 임명 문제는 갈수록 꼬여만 가고 있다.
경제부총리 내정자에 대한 완전한 임명철회도 아니고 그렇다고 청문회 준비를 계속 진행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대한민국 경제호(號)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폭풍우 속으로 진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