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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낙하산…곳곳에 최순실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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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황제 정찬우 거래소 이사장 '속전속결 깜깜이' 인선

(사진=자료사진)

 

모든 정권에서 낙하산 인사는 문제가 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는 합법을 가장한 낙하산 인사가 유독 많았고 이들에 의해 국정 농단이라고 할 정도로 폐해가 두드러졌다.

현 정부에서 인사와 관련해 위에서 바로 꽂는 식이 아니라 형식적으로 내부에서 필요한 절차는 다 밟았다.

하지만 까보면 낙하산 인사인 경우가 많았다.

송성각 전 콘텐츠 진흥원장의 경우 이번에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어떻게 발탁돼 그 자리에 갔는지 밖에서 알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순실게이트가 터지고 난 뒤 차은택씨와 관련된 낙하산 인사였다는 것이 드러나게 됐다.

공공기관의 낙하산 문제를 연구해온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송성각 전 원장은 콘텐츠 진흥원에 맞는 전문성도 없고 관료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닌데 원장으로 임명돼 어떻게 그 자리에 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번에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난 뒤 차은택 끈으로 그 자리에 임용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차은택씨는 그 외에도 대학원 은사인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외삼촌인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인사에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은택씨는 문화계 인사에 개입해 자신과 연관된 사람을 낙하산으로 심어놓은 뒤 이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광고를 싹쓸이 한다거나 각종 이권에 개입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등 전횡을 일삼아 온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최순실게이트와 관련된 김종 전 문체부 차관도 낙하산인사 의혹을 받고 있다.

진재구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인사권자나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과의 개인적인 연고에 의해 인사가 이뤄졌으면 정실에 의한 낙하산인사라고 볼 수 있다. 김종 전 차관도 학자기 때문에 전문가로 임용된 것이 아닌가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최순실과의 개인적인 연고에 의해 차관자리에까지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것은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낙하산 인사의 폐해는 심각하다.

"정실에 의해서 낙하산 인사로 가면 대부분 추천자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김종 전 차관도 스포츠산업발전을 위해서라고 말하면서 최순실씨의 의도에 따라 승마협회 사람을 몰아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고 진재구 교수는 덧붙였다

낙하산 인사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관에서 자리에 걸맞는 책임과 역할을 제 때 다하지 못해 해당기관의 부실은 물론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이다.

홍기택 전 행장에 대해서는 부인이 최순실씨와 연관된 8선녀 모임에 들어가 있어 그 후광으로 인해 산업은행장이 된 것이라는 확인할 수 없는 루머가 떠돌 정도로 낙하산 인사의 성격이 짙다.

이런 루머가 아니더라도 홍 전행장은 현 정부 낙하산 인사의 전형으로 꼽힌다.

김철 연구실장은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금융을 잘 안다며 산업은행장으로 발령을 냈지만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 출신이고 대통령 인수위에도 들어가 있었던 사람으로 보은성 낙하산 인사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해 엄청난 부실을 낳게 했다. 또 아시아개발은행 부총재도 자의로 사퇴해 국가에 큰 손실을 입히고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하게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금융권 낙하산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온 채이배 국민의당 국회의원은 "산업은행장이 낙하산으로 간 상황에서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이 제대로 운영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인사도 위에서 꽂아주는 대로 했을 것이고 대우조선해양을 제대로 관리하거나 감시 감독할 수 있는 임원을 선임하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 정부들어 대우조선해양의 사외이사들은 대부분 낙하산 인사인 것으로 드러났고 그 중의 한명에는 조전혁 전 새누리당의원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대우조선해양의 소액주주들에 의해 막대한 분식회계가 있었는데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며 수십억원대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사진=자료사진)

 

NOCUTBIZ
증권업계에서는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계속 낙하산 인사 시비가 일고 있다.

정찬우 이사장 선임은 현 정부 낙하산 인사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다.

절차상으로는 공모와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심사, 면접, 주총 등 규정대로 모든 절차를 거쳐 선임됐다.

이 점에서 정찬우 이사장은 국감에서 자신에 대해 낙하산 인사논란이 불거지자 "자본시장법과 정관에 정한 바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낙하산 인사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모든 절차는 한달 이내에 비공개로 깜깜이 속에서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정이사장이 후보로 지원했을 때부터 이사장에 내정됐다는 설이 파다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 이사장은 금융연구원 출신인데 친구인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이 서민금융의 대가라고 연결시켜줘서 현 정부 출범 때 인수위에 들어갔고 정권 실세들과 친분을 맺었다. 거기서 나와 금융위 부위원장 자리를 꿰찼는데, 3년 임기를 꽉 채우면서 이재만 총무비서관을 등에 업고 금융권의 인사를 주물러 ‘금융권의 황태자’라고 불리기도 했을 정도로 실세였다. 그런 만큼 거래소 이사장 후보로 지원하자 한 때 연임을 희망했던 최경수 전 이사장은 연임의 꿈을 접었고, 다른 이사장 후보 지원자들은 들러리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국감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이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심상정 의원은 "정찬우 이사장에 대해 '금융의 우병우'라는 세간의 평가가 있다"며 "이번 거래소 이사장 추천과 선임절차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 급조에서 주총까지가 29일, 후보자 심사기간이 단 5일에, 주총도 깜깜이로 진행되는 등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를 위한 요식절차였다"고 지적했다.

거래소 노조는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며 거래소 서울사옥 1층에서 정 이사장 선임 이후 50일째 천막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증권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증권거래소에 대해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가겠다고 공언하면서도 증권업과는 무관한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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