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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그랜트도 모르면서' 등 신간 소설 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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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 '골든 선','요시와라 유녀와 비밀의 히데요시'

 

디지털 시대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소설 '휴 그랜트도 모르면서'가 출간되었다. 패션매거진의 편집자 루시 사이크스와 저널리스트 조 피아자의 아이디어와 플롯이 만나 탄생한 장편소설이다. 어지러운 속도로 변해가는 패션계와 테크계의 한판승을 경험한 내부자의 폭로를 담고 있다.

아름다운 패션지의 편집장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40대 이머진 테이트. 유방암 수술 후 6개월 병가를 마치고 직장으로 복귀한 그녀에게 노년의 출판그룹 대표가 선언한다. “당신 매거진은 이제 ‘앱’이 됐어.” 예전에 이머진의 어시스턴트였던 20대 이브 모턴이 하버드에서 MBA를 마치고 돌아와 종이 잡지를 없애고, 매거진과 쇼핑몰이 결합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그 짧은 기간에 잡지사가 완전히 바뀌어버려 기절할 뻔한 상황과 맞닥뜨리게 된 이머진. 사무실에서는 덜 떨어진 옷을 입고 전자기기를 온몸에 휘감은 젊은 애들은 정신없는 시스템 속에서 밤과 낮을 바꿔 일하며 쏘아붙인다. “요즘 누가 전화를 해요? 이메일을 주세요. 문자를 하든지.” 이머진은 자신이 이제까지 쌓아 올린 모든 커리어와 시스템이 무너지는 기분을 느끼고, 직장 내 위치는 물론 사생활까지 위태로워진다.

게다가 이브는 상원의원이 된 이머진의 옛날 남자친구와 교제하며 단숨에 유명 인사로 떠오르기까지 한다. 최신 기술, 유명세 등등으로 거침없는 권력을 휘두르는 이브 앞에서, 감성적 창조력과 따뜻한 인품으로 업계의 사랑을 받던 이머진은 속수무책 바보 신세가 된다. 하지만 사랑하는 일을 포기할 수 없는 이머진은 자신 있는 패션 분야에 테크놀러지의 장점들을 에둘러 확장해가며 이브에게 반격할 기틀을 점차 만들어내는데…….

루시 사이크스 , 조 피아자 지음 | 이수영 옮김 | 나무옆의자 | 436쪽 | 14,800원

 

필리핀과 일본을 배경으로 갓 스무살이 된 코피노 주인공이 사랑과 가족을 발견하는 이야기 '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 이 소설은 경계 위에서의 삶을 이례 없이 담백하게 다루면서 새로운 형태의 사랑과 가족애를 우리 앞에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인 '코피노'가 주인공인 이 소설은 코피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소재에 따른 통상적인 기대치를 가뿐히 지나친다.

주인공 ‘하퍼’의 한국인 아버지는 도망친 것이 아니라 필리핀에서 어머니와 삼겹살 가게를 하다가 병으로 죽었고, 어머니는 일본에서 재혼하여 후꾸오까에 살고 있다. 하퍼가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가난에 노출되어 생계를 위해 망고스퀘어에서 마약 배달, 소매치기, 불법 영상 업로드 등 온갖 불법적인 일을 하지만, 이는 코피노이기 때문에 하퍼에게 일어난 일은 아니다. 하퍼가 직면하고 있는 삶은 코피노라는 단어에 가둬두기에는 훨씬 더 복잡하고 치열하며, 파란만장한 스무살 청년의 홀로서기의 과정은 현실감 있게 드러난다. 돈을 많이 벌고, ‘미인대회에서 우승할 만한 여자’와 만나고 싶어하는 평범한 세부의 스무살 하퍼는 우연히 ‘베렌’을 만나게 되는데…

금태현 지음 | 창비 | 276쪽 | 12,000원

 

SF 로맨스를 넘어 복수, 전쟁, 그리고 권력에 대한 탐구를 그려낸 '레드 라이징'의 후속작인 '골드 선' 제1권. 색으로 계급이 나뉜 미래의 화성을 배경으로 최하층 계급인 '레드'에 속하는 주인공 대로우가 가혹한 운명에 휘말리며 자신들의 눈을 가리고 있던 소사이어티의 진실을 깨닫고 지배층인 '골드'로 다시 태어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전작에 이어 대로우가 펼치는 전쟁을 그리고 있다.

기관에서 승리하고 화성 최고 권력자의 지원을 받게 되었지만, 여전히 대로우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대로우가 기관에서 죽인 줄리언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벨로나 가문이 단체로 그를 공격하고 모욕하자, 대총독은 그와의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선언한다. 이 과정에 아레스의 아들들은 대로우에게 태양계의 중요한 골드들이 모두 모이는 파티에서 폭탄을 터뜨리라는 충격적인 지시를 내리는데…….

피어스 브라운 지음 | 이윤진 옮김 | 황금가지 | 1권 464쪽, 2권 456쪽 | 각 권 13,500원

 

'왕의 밀사'에서 첫 선을 보인 캐릭터 박명준이 다시 등장하여, 당대 오사카에서 발생한 야쿠자 간의 집단 참살사건의 배후로 떠오른 금서禁書의 결말을 추적하는, 사건 속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색 미스터리 소설 '요시와라 유녀와 비밀의 히데요시'. 당대 인신매매 사찰 시라쓰카지 사건과 전대前代 아즈치·모모야마 시대의 히데요시와 임진전쟁 종전에 얽힌 치명적 비밀을 치밀한 구성과 복선, 반전의 반전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 놓는다.

특히 히데요시 면전에서 펼쳐지는 노能의 공연은 가히 이 작품의 백미다. 그뿐만 아니라 요시와라의 유녀가 빚어낸, 막부가 봉인시킨 금서의 결말은 상상을 불허한다. 1665년 2월 시라쓰카지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하이쿠의 명인 마쓰오 바쇼와 조선탐정 박명준의 활약이 그야말로 이국의 이채로운 풍광 아래 노의 무대처럼 아려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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