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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여성 부시장, 마초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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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페미니스트, 마초를 말하다: 우리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이야기'

 

프랑스에서는 1967년에 피임 자율화가 1975년에 낙태가 허용됨으로써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게 돼. 역사적으로 여성에게 할당되어온 생식 기능을 위해 집안에 머물러 있기를 요구받았던 상태로부터 해방된 거야. 자신의 출산을 선택할 수 있고 출산을 위한 성과 섹슈얼리티를 분리하게 된 것은 얼마나 혁명적인 일인지 몰라! 1968년의 의미가 진가를 발휘하는 지점이라 볼 수 있지……. 51-52쪽 ‘2장 100년도 채 되지 않은 페미니즘의 역사’ 중에서

신간 '페미니스트 마초를 말하다'는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은 여권 신장의 역사를 남동생에게 들려주는 스타일로 조목조목 쉽고 유쾌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 클레망틴 오탱은 프랑스 좌파 전선의 여성 정치인으로 파리 부시장을 지냈고 현재는 일드프랑스 지역 의회 의원이다. 대안 정치를 모색하는 정치 단체인 앙상블의 대변인을 맡고 있으며 계간지 르가르의 편집 위원이기도 하다. 청년 문제 및 페미니즘 관련 다수의 저작이 있다.

실제로 여성들이 바지를 입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중세시대에는 여성에겐 영혼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였고 여성은 법적으로 미성년으로 간주되었다. 까마득히 먼 역사 시대 얘기가 아니다. 겨우 100년 정도 된 이야기다. 인류의 역사에서 20세기 들어 진정한 혁명을 이루었다고 하지만 남성이 여성을 지배해온 2000년의 역사가 순식간에 양성 평등의 길로 들어섰다고 보기는 힘들다. 우리는 이에 대한 평가에서 여전히 갈 길이 먼 것 같다.

여전히 잔재하는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는 형태는 여성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채 여성을 부여된 역할에 맞게 움직이게 한다. 여권 신장이 꽤나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여성들은 여전히 높은 실업률의 우선적인 피해자가 되고 있고 교묘한 방식으로 뿌리박혀 있는 마초적 태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은 여전히 가사노동의 부담을 안은 채 이루어져야 하는 것으로 간주되고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둔 복지 정책은 결과적으로는 교묘하게 여성의 사회 진출을 포기하게 만들며 여성의 희생을 강요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기도 했다.

기초교육에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우수한 성적을 나타내도 진로 선택을 남성이 유리한 방향으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사회 진출 후에도 결혼과 출산을 해야 하는 30대 들어 여성은 정체되기도 한다. 낙태와 피임은 생물학적 흐름을 거스른다는 명목하에 비도덕적으로 간주되기도 하지만 이러한 사고방식은 생물학적 차이로부터 구별되는 두 성의 능력을 규정해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이런 권리를 법으로 제정하는 것은 인간의 지표가 자연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원칙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강간과 매춘과 관련된 제도의 찬반 논쟁 또한 정치적 주제가 될 수밖에 없는데 이 또한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과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이다.

평등과 권리에 있어 한국보다 앞서 있을 것 같았던 프랑스마저도 여권의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우리의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우리의 공감을 자아내고 다양한 사례들은 풍부한 울림을 주고 있다.

어느 날 문득 평범한 일상 속 어처구니없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상황을 목격할 때
그리고 그 일이 나에게 닥칠 때 누구나 페미니스트가 된다.

“나는 한 번도 페미니즘에 대해 제대로 된 정의를 내려본 적이 없다. 다만 내가 아는 것은 나는 사람들이 나를 흙이나 터는 발판 취급하는 것을 가만 내버려두지 않았을 뿐인데 그런 행동을 두고 나를 페미니스트로 대한다는 것이다.”

책 속으로

전형적으로 남성적인 일을 선호하는 사람만이 마초는 아니야. 물론 그런 뜻이 배제되는 건 아니지만. 여성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고 여성을 지배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을 마초라 하지. 전통적으로 여성과 남성에게 부여된 역할을 따르는 게 얼마나 비일비재하니? 나 자신도 그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긴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우린 주어진 역할 에 부합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인식조차 못할 때가 많아. 마초적인 남성의 특징이라는 게 그 경계가 견고하지 않아 미묘하다고 볼 수 있어. 9-10쪽 ‘1장 여성을 지배하려는 태도 마초이즘’ 중에서

가정 폭력의 피해자에게 “그럼 왜 뛰쳐나오지 않고 같이 사는 거야”라며 책임을 돌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강 건너 불구경하듯 가장 확실하고 빠른 해결책은 피해자가 집을 나오는 것밖에 더 있겠느냐 식의 이런 판단은 너무 단순하고 미숙한 태도야. 어떠한 권한을 가지지 못한 상황에서 자신의 세계의 전부인 가정을 박차고 나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야. 게다가 이런 식의 생각은 정작 심리적 가해자 가 가정 폭력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는 거지. 저마다의 개인이 마른 나뭇가지 꺾듯 단박에 가부장제 역사의 무게에서 벗어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야. 17-18쪽 ‘1장 여성을 지배하려는 태도 마초이즘’ 중에서

잘 보이고 싶은 욕망 자체가 문제는 아니야 그건 당연한 거야! 인간이면 누구나 원하는 거지. 그런데 광고 이미지에서 어떻게 여성의 몸을 바라보고 어떻게 여성성을 소비의 대상으로 변형시키는가 하는 건 다른 문제야. ‘섹시’하려면 정해진 규칙에 따라야 해. 대다수 여성들이 그에 부합하기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지. 우리의 취향은 유행과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이미지들로 규정돼. 킬힐의 시대라고? 여성의 발은 죽어 나가고 있어. 큰 가슴이 대세라고? 작은 가슴은 가슴 한 번 제대로 못 펴고 보정 속옷 신경 쓰느라 여념이 없지. 마른 몸매가 유행이야? 강도 높은 다이어트에 돌입! 식단 관리는 기본.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은 절대 금지. 거식증 위험 감수. 정말 우리를 슬프고 화나게 하는 건 이 모든 아름다움에 관한 규약들이 남성의 욕망에 따르도록 강요되고 있다는 점이야. 28-29쪽 ‘1장 여성을 지배하려는 태도 마초이즘’ 중에서

사실 여성들이 바지를 입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 그 당시 여성은 법적으로 미성년자로 간주되었어. 까마득히 먼 역사 시대 얘기를 하는 게 아니야. 겨우 100년 정도 되었지. 중세 시대에는 여성에겐 영혼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였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여성에 대한 억압은 전 세계 어느 곳 할 것 없이 그 형태와 정도만 다를 뿐 변함없이 나타나고 있어. 인류의 역사에서 20세기 들어 진정한 혁명을 이루었다고 하지만 나는 이 말에도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아. 남성이 여성을 지배해온 2000년 역사가 순식간에 양성 평등의 길로 들어섰다고는 보기 힘들지. 43쪽 ‘2장 100년도 채 되지 않은 페미니즘의 역사’ 중에서

맞아! 강간은 엄연히 사회 구조적 지배 관계의 영향을 받아 양산되는 사회 문제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간을 그저 주체할 수 없는 남자의 성욕 문제로 치부하거나 매춘을 ‘필요악’으로 간주해서 매춘을 통해 강간 범죄를 줄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강간범이라고 해서 매춘부를 찾지 않으리란 법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매춘이 강간을 예방한다고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야. 게다가 강간은 피해자들이 죄책감을 느끼는…… 아마도 유일한 범죄 형태일 거야. 이런 수치심은 피해자들을 스스로 침묵 속에 가두고 자책하게 만들어. 바로 이러한 침묵을 깨고자 1970년대 페미니스트들이 강간이라는 주제를 공적이고 정치적인 장으로 끌어냈다고 할 수 있어. 강간은 남성 지배의 가장 폭력적인 형태 중 하나에 속하니까. 59쪽 ‘2장 100년도 채 되지 않은 페미니즘의 역사’ 중에서

직업 세계에서 여전히 양성 평등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나이 직업 분야 직능 모든 면에서 여성의 실업률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지. ‘고도실업률’의 우선적인 피해자는 여성 노동자와 여성 사무직 종사자들이야.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진행된 불안정한 고용 형태들은 주로 여성들에게 해당되었어. 자택 근무 기간 고용 계약제 비정규직 등의 불안정한 고용 형태들 말이야. 파트타임 근로자의 83퍼센트가 여성이었지. 67-69쪽 ‘3장 여전히 여성과 남성은 불평등하다’ 중에서

초기에 가족 정책은 출산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설정했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부들은 특히 출산율 증가에 관심을 집중시키며 여성들에게 출산 장려 정책을 적극 펼쳤어. 자녀 숫자에 따라 가족 수당이 늘어났거든. 당시의 정책 목표는 여성들이 가정의 삶과 직업적 삶을 병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에 있지 않았어.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두고 가족 정책이 세워지면서 이는 미묘하게 여성의 직업적 삶을 희생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게 돼. 가족의 수입이 높을수록 재정 지원을 낮추기 시작한 거야. 이는 부부가 둘 다 직업을 갖는 것에 혜택이 없는 상황이 되자 결국 여성이 사회 진출을 포기하는 결과를 낳는 거지. 72쪽 ‘3장 여전히 여성과 남성은 불평등하다’ 중에서

여성들의 대거 노동 시장으로의 진입은 여성들이 이전부터 담당해왔던 가사노동을 누가 담당할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진행되어 왔어. 여기서 얻어진 결과는 여성들이 하루에도 이중의 노동을 그러니까 회사라는 공간과 집이라는 공간 모두에서 수행하게 된다는 거야. 남성이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는 건 극히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거지. 기술의 진보가 가사 노동의 현실을 개선시켰다면 세탁기가 들어오고 냉동식품이 식탁에 놓이게 된 정도야. 이는 실제로 가사와 육아에 들어가는 노동에 비하면 충분치 않아. 79쪽 ‘3장 여전히 여성과 남성은 불평등하다’ 중에서

아니 도와준다는 표현은 맞지 않아! 남성들이 자신의 몫을 담당한다고 해야겠지. 여성들이 종종 설거지나 청소기 돌리는 일에 대해 “내 남편은 잘 도와줘”라고 하지만 이건 문제적인 발언이야. 남성들이 도와준다는 표현은 그 일이 남성이 아닌 여성이 담당해야 할 몫이라는 걸 의미하니까. 80쪽 ‘3장 여전히 여성과 남성은 불평등하다’ 중에서

여성 혐오적인 태도를 드러내는 사례들은 비일비재해. 국회에서 강간에 대한 발언을 하는 여성 국회의원에게 한 동료 의원이 “당신에게 닥칠 일은 아니잖아!”라며 큰 소리로 끼어든 적이 있어. 저열한 태도이고 명백한 마초이즘이야. 우리의 일상에서는 더 음흉한 방식으로 교묘하게 작동하고 있지. 여성의 능력을 비하하는 발언이나 여성에게 성적 농담을 하는 식으로 말이야. 수퍼마켓의 점원이든 회사의 간부든 이에 관해서는 다들 할 말이 엄청나게 많을 거야. 국회에서 또는 미디어를 통해 여성들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작업이야. 모든 여성들과 관련되는 사안이니까. 84-85쪽 ‘3장 여전히 여성과 남성은 불평등하다’ 중에서

보통 여성들처럼 나도 스무살에는 “난 페미니스트가 아니야. 난 여성스러워!”라고 말하곤 했어. 그렇지. 난 남녀 공학과 피임약 세대이고 학교에서 잘 주입된 대로 양성 평등에 대한 안온한 환상을 가지고 자란 세대니까. 지배 관계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해본 적 없었고 페미니스트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어. 96쪽 ‘4장 누구나 페미니스트가 된다’ 중에서

그중 나를 웃기게 만든 대목은 1970년 대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실제로 목에 작은 가위를 걸고 다니면서 “너희들의 불알을 잘라 버리겠어”라는 암시를 내 비쳤다는 거야. 물론 실제로 한 번도 자른 적은 없어! 사람들의 오해는 대부분 페미니스트들이 차용한 도구나 어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지. 과장된 제스처를 취하며 광장에서 행주나 브래지어를 태우는 퍼포먼스를 너무 엄숙하고 비장하게 볼 필요는 없어. 단지 조금 새로운 재기 발랄한 방식으로 기성 질서에 이의를 제기한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103-104쪽 ‘4장 누구나 페미니스트가 된다’ 중에서

여성은 출산을 담당하고 출산과 관련된 업무만 하도록 한정시켜야 할까? 자연 상태와 생물학적 흐름에 부합하려면 여성은 낙태를 할 권리 피임을 할 권리를 갖지 못했을 거야. 이런 권리를 법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건 인간의 지표 가 자연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원칙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지. 111쪽 ‘4장 누구나 페미니스트가 된다’ 중에서

끝끝내 승리를 얻어내고 막 기쁨을 나누던 시절보다 여성해방을 위한 지금의 투쟁은 훨씬 희미하고 지난해 보일 수도 있지. 어느 날 갑자기 성차별주의를 폐지시킬 수 있는 마법의 열쇠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중요해. 확고한 정치적 의지를 갖고 저마다 목소리를 낸다면 마초이즘은 사라지겠지! 129쪽 ‘4장 누구나 페미니스트가 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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