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으로 구속된 최순실씨가 4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연루자들은 한결같이 대포폰을 사랑했다.
정호성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아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을 비롯한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은 물론이고 비선실세 최순실 씨도 대포폰을 유난히 사랑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도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불법모금과 관련된 내용 등을 대포폰으로 보고 받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 하나같이 '대포폰' 사용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연루자들
검찰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 4대를 자택에서 압수했다. 이 가운데 2대는 개인 업무용 휴대전화이고 나머지 2대는 대포폰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정 전 비서관 대포폰 2대에서는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 등 2명과 통화한 녹음 파일이 나왔다.
검찰은 "이 녹음파일에는 최 씨의 국정 개입과 관련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지만, 검찰 수사행태를 보면 곧이 곧대로 믿기 어렵다.
검찰은 '왕수석'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도 업무폰과 대포폰 5~6대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취재 결과, 국정농단 핵심인물인 최순실 씨 역시 여러 대의 대포폰을 사용했다. 특히 최 씨의 주변 인물들은 “최 씨가 돌려가며 쓴 대포폰은 4대이며, 그 중에는 박대통령과 핫라인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 모두 대포폰을 사용한 것은 자신들의 활동이 나중에 문제가 됐을 경우 증거를 숨기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종범 전 수석은 검찰 출석을 앞둔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을 '대포폰'을 이용해 회유하려던 사실이 밝혀졌다.
그는 정 전 사무총장의 부인에게 "사모님, 저는 경찰도 검찰 쪽도 기자도 아닙니다. 제가 정 총장님 도와드릴 수 있으니 꼭 연락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 '대포폰과의 전쟁'까지 벌인 박근혜 정권…검찰도 "말문이 막힌다"대포폰은 통상 범죄자들이 증거를 은닉하거나 수사기관의 추적을 막기 위해 사용한다.
검찰 관계자는 "결국은 떳떳하지 않은 일 때문에 통화내역을 숨기기 위해 사용하는게 대포폰, 대포통장, 대포차라며 조폭이나 마약사범들이 신분을 감추려고 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통신 내역에는 발신자의 통화내역은 물론 반경 1~2㎞의 위치정보가 담겨있다. 또 주된 통화 대상자들을 확인해 이들의 통화 내역을 조회할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4년 2월 대포폰, 대포차, 대포통장, 대포회사 등 이른바 '대포와의 전쟁'을 벌인다고 선포했다.
서민생활을 위협한다는 명분이었다. 당시 경검 합동수사본부는 "대포폰·대포차 등
불법 차명물건 범죄가 서민생활의 안정을 해치고 사회 불안을 조성하고 큰 해악을 끼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대통령 비서실세와 문고리권력, 왕수석들은 경·검의 대포폰과의 전쟁을 비웃듯이 마구 대포폰을 개통시켰다. 법 위에 군림하고 국민을 속인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직원들에게는 공식 업무폰과 도청방지폰 등을 지급한다"면서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대포폰을 이렇게 여러 대 사용한 것을 보면 말문이 막힌다"고 말했다.
국민들에게는 '대포폰'을 전쟁을 벌여야 할 '거악'으로 선포하고 정작 자신들은 맘껏 '대포폰'을 사용한 정권 실세들. 국민들이 이런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