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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광해로 찍힌 CJ, 국제시장은 보험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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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朴 정권, "영화계 좌파온상" 불만
- 문화산업에 유·무형 압박 가했다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오동진 (영화평론가)

 

지난 주말 청와대가 대기업의 경영권까지 간섭했다는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지난 2013년 말 청와대 조원동 전 수석과 CJ그룹의 손경식 회장 녹취가 공개된 건데요. ‘VIP 즉 대통령의 뜻이다. CJ 이미경 부회장의 경영 일선에서의 퇴진을 요구한다.’ 이런 요지의 대화 내용입니다. CJ그룹의 이미경 부회장이라면 CJ그룹의 문화 쪽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사람이죠. 그러니까 CJ가 제작을 하거나 투자한 영화를 비롯해서 케이블 개그 프로그램의 시사풍자 코너 등이 다 그곳에서 제작이 된 겁니다. 이게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린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인데요. 영화평론가 오동진 씨 연결해 보겠습니다. 오동진 평론가님 안녕하세요?

◆ 오동진>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공개된 청와대 녹취록처럼 정말로 CJ E&M의 이미경 부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난 상태인 거죠?

◆ 오동진> 네, 물러난 상태죠. 이미경 부회장 하면 CJ엔터테이먼트 만들고 CJ E&M을 실질적으로 경영해 오던 부회장인데 갑작스럽게 사실은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고 미국으로 갔죠. 그래서 영화계에서도 굉장히 의아해했던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왔었는데요. 최근에 이 뉴스가 불거져 나오면서 마치 모든 일들이 퍼즐이 맞춰지는 듯한 느낌이, 아,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요새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CJ그룹 고위 관계자한테 그 당시 조원동 수석이 전화를 건 건 2013년 7월인데요. 그 당시가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횡령, 배임으로 구속이 된 상태였어요. 누나 이미경 회장의 영향력, 역할이 커질 때였는데 청와대가 물러나야 한다, 이렇게 얘기를 한 거예요.

◆ 오동진> CJ그룹에서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의 역할은 나뉘어져 있었고요. 엔터테인먼트 쪽의 역할을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이 다 관장하고 있었던 거고요. 그리고 이재현 회장이 건강도 또 좋지 않았고 또 횡령, 배임으로 구속되는 그런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CJ엔터테이먼트가 작품에 굉장히 많이 투자를 하고 많이 만들던 때였고요. 그래서 그때는 어떤 때보다도 부회장의 역할이 커질 때였죠. 그런데 갑자기 그렇게 그만두게 됐고 지금 녹취에 나온 것처럼. 지금 나온 얘기로는 2014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 한국의 밤 행사가 아주 결정적이었던 것 같고요.

CJ 이미경 부회장

 

◇ 김현정> 그러니까 한국의 밤 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그 자리에 참석을 했는데 이미경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보다 도드라져 보였던 거예요. 그게 박근혜 대통령 서운했던 겁니까, 뭡니까?

◆ 오동진> 아마 한국의 밤 행사에 주인공으로 가수 싸이와 CJ엔터테인먼트 이미경 부회장이 부각이 됐었던 것 같고요.

◇ 김현정> 싸이하고 이미경 부회장이.

◆ 오동진> 아마 그런 등등이 박근혜 대통령이 불편해하더라도 부회장직을 물러나게 해라, 이렇게까지 얘기하지는 않았을 것 같고요, 느낌상으로는. 아마도 그 주변의 문고리 3인방이라든가 등등 주변 인사들의 과잉충성? 2014년 초반이면 지금 정권의 초반에 해당되는 시기이기도 하고요. 등등 아마 그런 좀 과잉충성이 이루어지던 때에 아마 이런 일들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 김현정> 내가 들러리를 선 것 아니냐라며 상당히 불쾌한 심경을 드러낸 것까지는 지금 사실인 것으로 알려진 거고 그게 직접적인 원인이 된 건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조원동 수석이 이미경 부회장을 그야말로 물러나게 해라, 잘라라라는 전화를 한 것도 지금 녹취로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거죠.

◆ 오동진> 직접적으로 대통령이 수석한테 그런 것을 지시했는지 여부는 지금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만.

◇ 김현정> 네. 물론 그렇죠.

◆ 오동진> 정황상으로는 그런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2014년에 스위스 다보스포럼 외에도 사실은 CJ가 만드는 문화콘텐츠들이 박 대통령 심기를 건드렸을 거다라는 소문은 사실 좀 많았죠, 그 동안에?

◆ 오동진> 영화나 텔레비전 프로그램, 특히 CJ가 운영하는 케이블 채널 중에서 Saturday night live라는 SNL 같은 프로그램들 보면 풍자 코미디프로그램이잖아요.

◇ 김현정> 토요일 밤에 하는 SNL 코리아요, 네.

◆ 오동진> 풍자 개그 코미디 프로그램인데요. 풍자라고 하는 건 사실 현직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해야 대중들한테 인기를 모으는 게 사실이죠. 그러니까 좀 열린 시선으로 보면 어떤 정치인들도 대상이 될 수 있고 또 설혹 자신이 대상이 된다 하더라도 오픈된 마인드로 보면 같이 즐길 수 있는 그런 건데 권력이 좀 경화된 형태, 권력이 좀 닫힌 구조의 형태라면 이런 프로그램들이 다 불편하겠죠. 늘 풍자와 개그의 대상이 되니까.

◇ 김현정> 특히 여의도 텔레토비라는 그 코너가 문제가 된 걸까요?

◆ 오동진> 아마 2012년 대선정국에서 대선후보들을 패러디했던 그런 코너인데요. 이건 현직 대통령뿐만 아니라 전현직 대통령들을 다 대상으로 했던 건데 어쨌든 그런 부분들이 늘 불편했었고요. 영화 쪽에서도 이제 마찬가지 시선을 가지고 있었던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아마 MB정부 이후부터 계속해서 보수적 정부에서는 영화계가 이른바 좌파의 온상이다, 그런 좌파의 색깔을 갖고 있는 영화들을 많이 만든다 이렇게 보고 있었던 시선들이 굉장히 많고 거기에 이른바 메이저 스튜디오라고 하는 CJ엔터테인먼트가 그런 작품들을 만드는 데 투자를 하고 좀 부채질한다, 이런 시선들이 있었던 게 사실인 것 같아요.

◇ 김현정> 어떤 어떤 영화들이 그렇게 그들이 보기에 좌파적인 시선, 눈엣가시였을까요?

◆ 오동진> 가장 대표적인 게 아마 ‘변호인’이겠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늘 그런 시선이 많고 또 ‘광해 왕이 된 남자.’

◇ 김현정> 영화 ‘광해’

 

◆ 오동진> 천만을 넘기는 관객을 모았었는데 그때 많은 관객들이 광해를 보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생각했던 경우가 많았고 그때도 이 영화를 대통령 후보 중의 한 명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가서 보고, 그때 당시 뉴스가 많이 나왔죠. 많이 울었다는 얘기도 했었고요.

◇ 김현정> 서민적이고 국민을 위하는 어떤 정치를 한 그 광해의 모습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 이런 이야기들이 오고갔었어요, 그때.

◆ 오동진> 실제로 이런 영화들이 만들어졌을 때 보수적인 논객 중에 한 분이 ‘왜 영화계는 광해나 변호인 같은 좌파 영화만을 만드느냐. 왜 박정희 영화는 만들지 않느냐.’, 이런 얘기를 공공연하게 하고 다니기도 했고요. 그래서 ‘영화계가 죄 좌파일색이어서 옛날 같으면 삼청교육대에 보내야 됐었다.’ 이런 이야기도 하고 다녔었고요.

◇ 김현정> 그런 얘기도 했었어요. 그래요.

◆ 오동진> 그런 것과 다보스포럼의 일과 여러 가지가 겹쳐서 이른바 청와대 권력 주변에서 영화계를 좀 정리해야 되는데 그중에 대표적인 CJ엔터테이먼트도 좀 이런 부분에서 정리하겠다는 그런 권력의 어떤 속성들이 작동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 김현정> 실제로 이런 압박들이 있은 후에 CJ의 영화 성향, 선택하는 성향이 좀 바뀌었습니까?

◆ 오동진> 다 바뀌었죠. CJ만 바뀐 게 아니고요. 변호인을 만든 투자배급사 NEW도 그 이후에 ‘연평해전’ 만들었고요.

◇ 김현정> 변호인 만든 회사에서 만든 거예요, 연평해전이?

◆ 오동진> 네. 그렇죠. 영화계에서는 보험을 든다는 표현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 김현정> 보험을 든다고요? 무슨 얘기입니까?

◆ 오동진> CJ가 영화 ‘국제시장’을 만들고 그 다음에 ‘인천상륙작전’을 만들었고요. CJ가 그 전에 ‘광해’ 등등을 만들어서 현 정권의 눈 밖에 나 있는 것을 국제시장으로 많이 커버했다, 이런 얘기가 나왔었고요. 그 이후에도 최근까지 인천상륙작전 등등을 만들면서 영화계에서는 CJ엔터테인먼트가 일단은 이재현 회장의 석방에 대한 갈망이 굉장히 많았고 현 정권과 어떻게든 거리를 좁히겠다는 의지가 굉장히 작동하고 있다, 이런 얘기들 많았죠. NEW도 사실은 그전에 ‘변호인’을 만들고 나서 ‘연평해전’을 만들어서 그 이전의 성향들을 많이 희석화시키는 노력들을 한 거죠. 그만큼 현 정권이 유형, 무형의 압박을 굉장히 가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죠. 그리고 제가 이걸 얘기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뭐요?

◆ 오동진> NEW 대표의 장인이 예전에 ‘민중과 지식인’의 한완상 선생이시거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변호인 만들고 그런 정서적인 것, 또 어떤 경영상에 있어서도 심리적 압박이 없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연평해전을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얘기들이 많이 나돌았었죠.

◇ 김현정> 지금 들으시는 분들이 깜짝 놀라실 것 같아요. 아니, 영화하고 또 정권, 정치하고 무슨 상관이 그렇게 크길래 영화계에다가 정치권이 이렇게 입김을 불어넣는단 말인가...

◆ 오동진> 영화하고 정치하고 매우 사실 흡사한 그런 구조를 갖고 있는데 대중분들은 정치하고 영화가 굉장히 분리돼 있다고 생각하죠.

◇ 김현정> 전혀 상관없는 것 같은데 그게 그렇지 않은거네요. 어떻게 닮은 겁니까?

◆ 오동진> 여러분들 좋아하시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괴물2’가 만들어지려고 했었죠. 괴물2가 만들어지기 위해서 모든 투자가 완료된 상태에서 그 직후에 투자가 다 철회됐었는데 그게 MB정부 때입니다.

왜냐하면 괴물2의 설정이, 괴물1은 괴물이 한강에서 나오는 거죠. 괴물2의 설정은 청계천에서 나오는 거였어요. MB정부 초반에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치적 중 하나인 청계천에서 괴물이 나오느냐, 이런 것이 문제가 돼서 투자가 다 철회됐었죠.

부산국제영화제 같은 경우도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을 서병수 부산시장이 그렇게까지 무리하게 해서 밀어냈는가, 이것도 언젠가 밝혀질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씁쓸한 일인데요. 아무쪼록 이 모든 의혹이 제대로 규명이 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죠. 고맙습니다.

◆ 오동진>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영화평론가 오동진 씨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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