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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영, "이제 우리는 어떤 사회학을 추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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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사회의 사회학: 한국적 사회학 이론을 위한 해석학적 오디세이'

 

신간 '사회의 사회학: 한국적 사회학 이론을 위한 해석학적 오디세이'는 한국 (근대) 사회를 분석할 이론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에 대해 저자 김덕영이 제시한 답변이다. 학계 일각에서 얘기하듯 서구 이론은 사대주의·식민주의적 이론이므로 우리만의 고유하고 토착적인 이론을 정립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저자는 콩트· 스펜서부터 시작해 최근의 하버마스· 루만까지 포괄하면서 사회학이 무엇을 어떻게 연구해왔는가를 정리한다.

김덕영에 따르면 서구의 이론이 따로 있지 않고 한국의 이론이 따로 있지 않다. 서구의 이론은 한국의 이론과 대치되는 것이 아닌데, 이는 양자가 모두 근대적 인식과 사유의 체계에 속하기 때문이다.

근대화의 전형적인 산물인 사회학 역시 서구에서 발생하여 비서구로 퍼져나간 근대의 일부분, 다시 말해 문화적 근대이며, 이 문화적 근대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사회에 따라 나름대로의 선택, 규정, 해석이 나타날 수 있으며, 따라서 사회학의 다양한 '버전'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서구의 사회학이 출발점, 준거점 또는 참조점이 된다. 요컨대 사회학에도 다중적 근대성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이 책은 사회학 이론의 큰 줄기 열두 개ㅡ이는 달리 패러다임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ㅡ를 검토하면서 한국적 사회학 이론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그것은 해석학적 오디세이이다. 한국적 사회학 이론을 찾아 나서는 해석학적 오디세이! (본문 25쪽)

이 책은 모두 열두 명의 사회학자들과 씨름하면서 한국적 사회학 이론의 가능성을 모색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

1. 오귀스트 콩트: 실증주의적 사회학
2. 허버트 스펜서: 진화론적 사회학
3. 카를 마르크스: 유물론적 사회학
4. 에밀 뒤르케임: 사회학적 칸트주의
5. 게오르그 짐멜: 형식사회학
6. 막스 베버: 이해사회학
7. 알프레트 슈츠: 현상학적 사회학
8. 탤컷 파슨스: 구조기능론
9. 노버트 엘리아스: 결합태사회학
10. 피에르 부르디외: 사회실천학
11. 위르겐 하버마스: 의사소통행위이론
12. 니클라스 루만: 체계이론

한국적 사회학 이론을 위한 토대 및 참조점을 제시하고자 하는 소기의 목적을 위해, 김덕영은 자신의 관점에 입각하여 사회학적 패러다임들을 분류하고 배열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열두 명의 사회학자들은 사회학 이론의 흐름에서 가장 큰 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사회학 이론의 본류와도 같아서 그들로부터 수많은 지류가 생겨났으며 앞으로도 수많은 지류가 생겨날 수 있다. 그들은 사회학 이론의 발전에서―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가장 큰 함의를 가지며, 따라서 그들의 사회학적 인식체계 하나하나를 패러다임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도 모두 나름대로의 해석학적 오디세이를 통하여, 다시 말해 사회학, 철학, 경제학, 심리학, 역사학, 자연과학, 문학 등 다양한 지적 조류나 전통과의 치열한 대결을 통하여 이른바 사회학의 비조가 될 수 있었다. 그들의 이론이 사회학사에 길이 남고 사회학의 발전을 결정적으로 각인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그들의 지적 '산통', 아니 해석학적 '진통'이 컸기 때문이다.

이 책의 해석학적 초점은 사회학 이론에서 사회가 해체되거나 사회적인 것으로 대체되는 과정 그리고 이에 상응해 개인과 사회의 관계가 변해가는 과정에 있다. 지은이 자신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이 책에서 거둔 가장 중요한 수확은 사회학에서 제시되는 다양한 사회의 개념에 대한 조망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
그렇다면 나 자신은 어떤 사회 개념을 선택할 것인가? 나는 개인과 사회 또는 행위와 구조 가운데에서 개인 또는 행위에서 출발한다. 〔…〕 사회학적 이론의 구성이 사회가 아니라 개인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한에서 사회학은 개인주의적인 성격을 갖는다. 그러나 만약 여기에서 그치고 만다면 사회학은 철학과 조금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회학은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구조의 문제를 반드시 짚어야 한다. 아니, 구조의 문제를 반드시 짚는 것이 사회학이다. 좀 과장하자면, 사회학이 개인을 논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구조를 논하기 위함이다. 〔…〕 결국 사회학은 개인주의적-구조주의적 성격을 띠게 된다. 〔…〕
그렇다면, 개인주의적-구조주의적 사회학은 그 이론화의 범위를 어느 정도로 잡아야 할까? 사회적인 것의 중범위이론과 사회적인 것의 보편이론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 우리가 이 책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둘 다 가능하고 의미 있는 대안이다. 그러나 나는 사회적인 것의 중범위이론을 대안으로 보는데, 그 이유는 내가 한국적-토착적 사회학 이론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문 483~486쪽)

김덕영은 자신만의 해석학전 진통 끝에 위와 같은 답을 얻었다. 그러나 그 자신이 말하듯, 이 가운데에서 어떤 사회 개념을 선택할 것인가 대한 정답은 없다. 아니,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각자가 자신의 관점에 따라서, 자신이 추구하는 인식관심에 따라서 또는 자신이 구체적으로 수행하는 연구에 따라서 그에 적합한 사회의 개념을 선택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경우에 따라서 이 모든 것들과 다른 새로운 사회의 개념을 모색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와 같은 모색에 있어 중요한 참조점을 제공한다.

이 책은 한국 사회학계에서 사회학 이론의 중요한 흐름을 나름대로 정리해보려는 첫 번째 시도로서 한국적 사회학 이론을 찾아 나서는 해석학적 오디세이의 총론에 해당한다. 김덕영은 이 총론을 기점으로 앞으로 크고 작은 이론적 연구서와 사회적 고전 번역서를 낼 것이라는 계획을 제출한다. 그리하여 한국 사회학의 이론적 토대를 구축하려고 한다.

내가 한 가지 꼭 묻고 싶은 것은, 꼭 서구와 대결해야 하고 서구를 극복해야 하는가, 그리고 이것이 꼭 지식인들의 존재이유가 되어야 하고 자아정체성이 되어야 하는가이다. 남의 것이 어디 있고, 내 것이 어디 있는가? 좋은 것이면 내 것이고 필요하면 빌려다가 쓰거나 받아다가 쓰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남에게도 내 것을 주면 되지 않는가?(본문 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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