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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검찰 수사 협조"…사상 초유 '현직 대통령 수사' 현실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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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 방문조사 가능성 높아…"직접 소환조사는 못할 듯"

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60·최서원 개명)씨 국정농단과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검찰의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헌정 사상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수사를 받는 것은 박 대통령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4일 오전 10시 30분 대국민담화를 통해 "저의 큰 책임을 가슴 깊이 통감하고 있다"며 "앞으로 검찰은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엄정한 사법 처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다"며 "이미 청와대 비서실, 경호실에도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했다.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대통령 사과 당시 녹화 사과로 물의를 빚은 바 있어 이번 대국민 담화는 생중계됐다. 박 대통령은 발언 중간 중간 울먹이며 말끝을 흐렸다.

다만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출연금을 낸 대기업들을 상대로 '선의였다거나, '특정 개인의 위법행위'라는 등 책임을 전가하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께도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 추진된 일 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검찰은 줄곧 '대통령은 소추 대상이 아니라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치다, 최근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주정수석 등에 대한 조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입장을 선회했다.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자와 김현웅 법무부 장관도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 지명자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을 포함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며 "헌법 규정을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이 있지만 저는 수사와 조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도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수사 진행 결과에 따라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면 수사 필요성과 가능성을 검토해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 상황도 박 대통령을 옥죄어오고 있다.

긴급체포된 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는 안종범 전 수석은 검찰에서 "최순실씨를 직접 본 적은 없다. 박 대통령과 최씨 사이에 직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날 안 전 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씨.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박 대통령이 수사를 받게 되면 서면조사 혹은 방문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다.

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소환조사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현웅 장관도 "소환조사는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대통령을 상대로 최순실씨와 사실상 국정 전반을 모두 상의했는지,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강제모금을 안 전 수석에게 지시했는지, 청와대 문건유출을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에게 지시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비서관은 전날 오후 23시 30분 공무상비밀누설죄 등 혐의로 검찰에 체포돼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

유사한 사례로는 2008년 초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은 일이 있다.

이 전 대통령은 BBK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불거지자 서울 시내 모처에서 특검팀에게 3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은 적 있다. 나흘 뒤 무혐의 처분됐다.

2012년 11월에는 내곡동 사저 땅 헐값 매입 의혹 특검팀이 이 전 대통령 영부인 김윤옥 여사를 서면 조사했다.

현직 대통령이 조사를 자청했으나 불발된 일도 있었다. 대검 중수부가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의혹을 수사하던 때,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이 수사할 필요가 있다면 청와대로 와서 조사할 수 있다"고 했다. 대검 중수부는 내부 토론 끝에 조사하지 않았다.

그러나 퇴임 후인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사건으로 대검 중수부에 불려와 조사를 받았다.

한편 검찰은 수사팀 인원도 대폭 확대해 전국 12개 검찰청에서 12명의 검사를 파견 받아 6명을 특별수사본부에 배치했다. 또 서울중앙지검 부부장 3명과 검사1명을 특별수사본부에 추가 지원해 총 10명의 검사 인원을 보강했다.

이에 따라 특별수사본부는 기존 22명에서 총 32명의 검사로 수사팀이 확대됐다.

김수남 검찰총장도 이날 간부회의에서 "최씨의 신병이 확보된 만큼 관련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실체적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라"며 "필요하다면 가동 가능한 검사를 모두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오전 9시 30분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참여연대는 박 대통령과 최 씨가 제3자뇌물죄, 뇌물죄, 포괄적뇌물죄, 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 공무집행방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외교상 기밀누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위반 등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안종범, 정호성, 안봉근, 이재만 등 청와대 관계자들과 이재용 등 재벌대기업 총수 7인도 함께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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