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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바꾸기' 진통 끝 첫발…"끝날 때까지 끝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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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0-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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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민변 민생경제위원회·청년유니온 주최로 지난해 2월 12일 서울 명륜동 CGV대학로 앞에서 진행된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멀티플렉스 3사 관련 WORST 10' 발표 및 시민참여 캠페인에서 시민들이 설문내용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오랜 진통 끝에 영화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돼 온 수직계열화, 스크린 독과점 등을 규제하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이 발의 초읽기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과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이르면 이달 안에 영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두 의원은 모두 법안 제출 전 공동 발의를 위해 각 정당 의원들과 접촉 중이다. 법안의 초안은 시민단체 참여연대와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함께 만들었다.

영비법 개정 움직임은 올 초부터 있었다. 참여연대는 당시 19대 국회에 영비법 개정에 대한 청원안을 내놨지만 논의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19대 국회 종료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법안 자체가 급하게 완성된 탓이 컸다.

이번에는 영화인단체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손잡고 당시 작성된 초안을 8월까지 좀 더 완성도 높게 보완했고, 결국 야당 의원들의 법안 발의를 이끌어냈다.

이대로 영비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에 상정되면 영화계에 미칠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영화 산업을 주도해 온 대기업 자본은 물론이고, 영화 산업 생태계 자체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현재 국내 영화산업을 주도하는 대기업은 CJ그룹과 롯데그룹이다. 이들 대기업은 각기 투자·배급업을 담당하는 CJ E&M과 롯데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상영업을 담당하는 CJ CGV와 롯데시네마를 보유하고 있다.

영비법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영화배급업자 또는 상영업자가 대기업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배급과 상영을 겸업할 수 없도록 한다'는 조항에 따라 대기업들은 배급업이나 상영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된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CJ그룹이나 롯데그룹 쪽이 대놓고 국회 쪽에 반박의사를 펼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CJ CGV의 경우 최근 친족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한 것이 공정위에서 과징금 처분을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멀티플렉스는 특정 영화에 스크린을 몰아줄 수 없게 된다. 공평한 상영관 배정과 예술영화 및 독립영화에 대한 스크린 쿼터제를 의무로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이 법안이 영화계를 얼마나 뒤흔들지는 모르겠다. 영화산업은 대기업 독과점이 유독 심한 곳 중에 하나이고, 이번 개정안을 통해 스크린 독과점을 약간이나마 규제하면 상영업 중심인 영화 시장이 제작자, 소비자 등 다양한 주체들의 이해관계에 맞게 공정한 경쟁 질서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스크린 독과점 해체가 결과적으로 멀티플렉스 극장을 운영하는 대기업들에게도 순기능을 하리라 예측하기도 했다.

그는 "한 영화로 막대한 이득을 단기적으로 뽑아내기보다는 다양한 콘텐츠가 있다면 다양한 관객층이 멀티플렉스를 찾게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대기업에도 좋은 성장의 기회가 되리라고 본다"고 밝혔다.

◇ 영화계 내부 온도차 존재…" 그럼에도 모두에게 좋은 것"

첫걸음인 만큼 영비법 개정안이 당장에 건강한 영화산업을 위한 척도가 되기는 어렵다. 그만큼 영화계 안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냄으로써 더 나은 방향으로 다듬어가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개인적으로는 개정안을 반기는 입장이지만 영화계와 얼마나 디테일하게 논의됐는지는 모르겠다"며 "독립·예술 영화 활성화나 독과점 규제에 따른 혜택이 바로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영화계 내부의 이해관계에 모두 부합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영화인들 사이에서도 수직계열화·스크린 독과점의 해법을 두고 온도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만큼 영화계 내부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의견 교환을 통한 바람직한 인식 공유, 합의 도출이 요구된다.

한 영화인은 "소위 천만영화의 수혜자가 되는 꿈은 감독이든 제작자든 배우든 작가든 모두가 갖고 있는 공통적인 '로또' 같은 것"이라며 "그런데 '다음 수혜자는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착각이나 허황된 기대 탓에 정말 중요한 것, 영화인들이 똘똘 뭉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영화인은 "어쨌거나 스크린 독과점, 수직계열화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영화인들 사이에도) 절실함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어떤 쪽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보는 반면, 어느 쪽은 '되면 좋은데 안 돼도 일은 계속해야지'라는 태도의 차이는 있다"면서도 "근본적으로는 문제가 잘 해결되면 모두에게 좋은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영비법 개정안을 넘어, 대기업이 영화 투자·배급부터 상영까지를 주무르는 수직계열화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법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은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주체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건강한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이라며 "하지만 현행 공정거래법은 기업의 합병을 불허할 수는 있지만, 독과점 상태에 있는 산업에 분할 명령을 내릴 수는 없다는 점에서 반쪽짜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영화산업 수직계열화 해체와 관련해 안철수 의원이 공정거래법 개정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앞으로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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