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9일 서울 종로 롯데시네마 피카디리 앞에서 참여연대·민변민생경제위원회·청년유니온 주최로 열린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멀티플렉스 3사의 불공정거래행위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대기업이 영화 배급과 상영을 겸할 수 없도록 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이 발의된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과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각자 내놓는데,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하고자 이달 안에 발의를 완료할 방침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대기업이 배급과 상영을 겸할 수 없도록 하고 △특정 영화가 지금처럼 많은 상영관을 점유할 수 없도록 했으며 △멀티플렉스는 한 개 이상의 상영관에서 예술·독립 영화를 일정 수준 이상 상영하도록 한 것이다.
영화 정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공정경쟁을 위해서는 배급, 상영의 분리가 필요하고, 그걸로 해결 안 되는 다양성 영역을 위해 일정 부분 스크린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불공정한 영화산업을) 풀 실마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소위 대작이라 불리는 한 편의 영화가 전체 스크린의 80~90%를 차지해 온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한국 영화산업의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키고, 문화로서 영화의 다양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한국 영화산업은 시장논리의 왜곡으로 설명된다"며 "시장논리는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는 것인데, 대기업 멀티플렉스들은 수요를 측정할 수 있는 공정한 룰 없이 공급의 양을 늘려 수요를 결정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멀티플렉스 10개 스크린 가운데 8, 9개에 하나의 영화가 깔려 있으면 대다수 관객은 '이 영화가 대세인가 보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보고 난 뒤 '재미 없다'고 욕하더라도 볼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라며 "결국 공급(스크린 확보)의 양이 수요(관객수)를 결정짓는 구조가 된 셈"이라고 진단했다.
◇ "문제 해결 카드로서 이번 영비법 개정안은 유효"
실제로 2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개봉작 1215편 가운데 매출액 점유율이 1%를 넘긴 영화는 30편에 불과하다. 더욱이 상위 10편의 영화가 전체 매출액의 41.1%를 점유하고 있을 만큼 심각한 양극화를 겪고 있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스크린 독과점을 통해 실제 한국 영화산업 자체가 (대기업이 영화의 투자·배급부터 상영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되고 있기 때문에, 자본·재벌 중심으로 자리잡았다"며 "이건 상식의 문제다. 하나의 영화가 전체 스크린의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것 자체가 시장 질서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수직계열화 구조 아래에서는 필연적으로 (중소 규모의 영화 제작·배급사들이) 줄을 설 수밖에 없고, 독과점을 유지하려면 친정부적일 수밖에 없다"며 "상품을 만들었으니 시중에 내놔야 하는데, 재래시장은 다 망했고 동네 구멍가게도 다 없어졌다. 갈 곳이 백화점 밖에는 없는데 그들의 요구에 맞추기가 너무 힘들다. 그러면 정치권 등이 나서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를 개선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불평등이 심화된 이러한 영화산업 환경 아래, 최근 몇년 사이 영화계와 관객들의 불만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건강한 영화산업을 만들어보자는 운동이 일었고, 법제화 단계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영화관 확 바꾸자' 캠페인을 벌여 온 참여연대 관계자는 "도종환·안철수 의원이 준비하는 영비법 개정안은 영화산업의 수직계열화를 완화한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영화계 한 관계자 역시 "이번 영비법 개정안도 그렇고, 현재는 공정한 영화산업을 위한 방향을 잘 잡고 있다고 본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일본 대중문화 개방과 관련한 논란, 스크린쿼터와 관련한 긴 논란 등 그때마다 '그 방법이 효과적이냐' '그게 대안이냐'는 논란이 많았는데, (스크린 독과점 문제도) 마찬가지 사안"이라며 "결국 문제가 있다면 그 시기에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도를 찾는 것이 관건인데, 그 문제를 해결하는 카드로서 이번 개정안은 유효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