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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의성 "나는 돌멩이…기꺼이 목소리 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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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의성 (배우)

 

영화 ‘부산행’에서 정말 자기밖에 모르던 악한 사람, 고속버스 회사 상무 역할을 했던 배우 김의성 씨. 그 인상, 그 눈빛 여러분 기억하시죠? 그런데 배우 김의성 씨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우리에게 남긴 인상은 어쩌면 부산행보다 더 강했습니다. 개막일에 레드카펫을 걸으면서 피켓을 하나 들고 나온 거예요. ‘INDEPENDENT FILM FESTIVAL FOR BUSAN’ 부산을 위한 독립적인 영화 축제, 이런 피켓을 들고 등장한 겁니다. 굉장한 용기죠. 작품 속에서는 늘 악역이지만 실제로는 누구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 김의성 씨. 오늘 화제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김의성 씨 안녕하세요?

◆ 김의성> 네, 안녕하세요. 배우 김의성입니다.

◇ 김현정> 지금도 그러니까 부산에 계시는 거죠?

◆ 김의성> 네, 개막날부터 지금 계속 부산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 김현정> 부산영화제 개막식에서 김의성 씨가 멋진 드레스 입은 여배우들보다 더 눈길 끌었던 거 알고 계세요?

◆ 김의성> 좀 부끄럽습니다. (웃음)

배우 김의성이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김현정> 피켓의 ‘INDEPENDENT FILM FESTIVAL FOR BUSAN’ 어떤 의미로 쓰신 거예요?

◆ 김의성> 부산영화제가 최근 1, 2년 사이에 여러 가지 문제들을 많이 겪었잖아요. 그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지방자치단체 쪽 혹은 정부 쪽에서의 그런 외압, 또 작품 선정과 관련된 외압이 제일 문제가 됐었는데요. 영화제의 생명이라고 하는 것은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돼야지만 영화제가 더욱더 좋은 작품들을 모으고 더 좋은 영화제, 더 좋은 전통을 갖는 영화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여러 가지로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아쉬움 혹은 바람을 한 장짜리로 써서 여러분들 앞에 보였었습니다.

◇ 김현정> ‘부산영화제는 독립적인 축제여야 한다.’ 이런 의미가 담긴 거군요? 그러니까 이 문구에는.

◆ 김의성> ‘부산의 독립적인 영화제를!’ 뭐 이런... 제가 영어가 서툴러서 맞는 문장인지도 잘 모르겠고, 거기다가 철자법까지 틀려서요.

◇ 김현정> 제가 지금 그 얘기하려고 했어요. 그 와중에 스펠링이 하나. ‘INDEPE(N)DENT’ PEN에서 N을 하나 빠뜨리셨어요. 그래서 눈길을 더 끌었습니다. 일부러 그러신 거 아니에요?

◆ 김의성> 결과적으로는 멀쩡하게 쓴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셨는데요. 평생 아마 놀림거리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웃음)

◇ 김현정> (웃음) 그런데 사실은 지금 우리가 이렇게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실은 부산영화제가 정말 이번에 우여곡절 끝에 열렸어요. 외압 논란 일면서 영화인들이 불참 선언하고 다시 김동호 위원장이 들어가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참석 안 한 영화인분들 계시고요. ‘완벽한 독립영화제가 아니다.’ 이런 얘기도 있어서 참석을 하면서도 내내 좀 불편하셨을 것 같아요.

◆ 김의성> 우선은 예년과 같은 그런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가 없으니까 좀 썰렁하고 외로운 마음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화제의 독립성을 추구하기 위해서 영화제를 보이콧하는 것도 영화제를 위한 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요. 또 영화제 전통을 어떻게든 이어가고 그 안에서 의사를 표시하는 것도 또 영화제를 위한 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저는 두 번째 방법을 택하게 된 거고요.

◇ 김현정> ‘가서 명맥을 지켜야 한다. 내가.’ 그런 마음. 그래요. 배우 김의성 씨, 지금 여러분 만나고 계십니다. 그나저나 영화 부산행이 1000만 관객이 들면서 지금 세상이 다 아는 나쁜 놈 되셨어요. (웃음) 그런데 거기다가 또 최근에 끝난 드라마 W(더블유)에서 만화 속의 악역도 담당하셨잖아요. 길거리 다니기 괜찮으세요?

◆ 김의성> 그게 어떻게 된 건지 정말 사람들이 많이 미워해 주시더라고요.

◇ 김현정> 아, 그래요?

◆ 김의성> 네. 물론 말씀해주시기를 ‘연기를 그래도 잘 납득이 가게 했으니까 그 인물에 대한 미움이 잘 드러난 것 아니냐.’ 해서 이렇게 얘기해 주셔서 좀 위로는 되는데. 아무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길에서도 한 대 때려도 돼요?’ 이런 사람도 있고요. (웃음)

◇ 김현정> 그런데 김의성 씨가 유독 악역을 많이 하셨어요.

◆ 김의성> 저는 일단 제가 맡았던 인물들 다 사랑하는데서 출발하고는 있습니다.

◇ 김현정> 악역이어도 그걸 사랑하고 이해해야지 연기가 되는 건가요?

◆ 김의성> 그렇죠. 이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 사람이 될 수가 있겠어요.

◇ 김현정> 그럼 영화 부산행의 그 상무는 어떤 식으로 이해를 하셨어요, 어떤 식으로?

◆ 김의성> 이 사람 굉장히 이기적인 사람이지만 상황판단도 되게 빠르고요. 그리고 그 판단에 대한 실행력도 있는 사람이었거든요. 사실 초반에는 이 용석이라는 인물이 가장 올바른 판단들을 했다고 생각해요, 영화 초반에는.

◇ 김현정> 맞아요.

◆ 김의성> 그런데 그 판단이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만을 위한 것이었다는 게 문제였죠. 그리고 그런 판단들이 계속 겹치고 이런 이기적인 상황이 극한의 상황을 만나면 얼마나 좀비보다도 더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는가 이런 걸 보여주는 인물이었고 해서요.

◇ 김현정> 맞아요.

◆ 김의성> 그래서 저는 이 인물에 대해서 제가 이해하는 코드는 공포였어요.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이 공포를 만났을 때 결국 어떤 일이든 할 수 있게 되지 않는가 그렇게 생각하고 연기를 했습니다.

영화 부산행 스틸컷 중, 용석 역의 배우 김의성

 

◇ 김현정> 그 이기적인, 사회에서 가장 이기적인 역할을 그렇게 잘해냈던 김의성 씨가 사실은 정말 세상의 아픈 곳, 사회의 약자들을 위한 자리에는 빠지지 않고 나타나는 배우입니다, 여러분. 그거 아시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아는 것만 해도 세월호 농성장, 쌍용차 노동자들 복직투쟁에도 힘을 보태셨고요. 얼마 전에는 SNS에다가 ‘#그래서최순실’은 그 해시태그 운동도 해서 또 유명해지셨어요?

◆ 김의성> 네. 그런 걸로 유명해지면 안 되는데 문제입니다. (웃음)

◇ 김현정> 사회 비판적인 목소리 내는 거 부담스럽지는 않으세요?

◆ 김의성> 부담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죠. 그런데 제 마음속에서는 그런 부담을 갖게 하는 사회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배우가 왜 그런 얘기를 하느냐.’ 이런 지탄을 받기 쉽고요. (하지만) 조금 나이든 배우의 입장에서 어디까지 괜찮은가를 좀 테스트하는 그런 돌멩이의 역할을 하는 것도 선배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야, 여기까지는 괜찮다. 하고 싶은 얘기를 같이 하자.’ 이렇게 후배들 격려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 김현정> 너무 멋진 말인데요. 그러면 본인은 굉장히 아픈 거잖아요?

◆ 김의성> 이 일로 밥을 못 벌어먹겠습니까? 밥만 벌어 먹으면 되니까요. 좀 많이 벌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와, 멋있으세요.

◆ 김의성> 부끄러운데요.

◇ 김현정> 배우도 시민인데 왜 자기 목소리 소신 못 내겠습니까? 배우로 또 시민으로 계속 멋진 모습 기대하고요. 착한 역할도 기대할게요.

◆ 김의성> 네, 누가 좀 시켜줬으면... (웃음)

◇ 김현정> 소위 김의성 씨 따뜻한 시선이 연기에도 좀 묻어나서 그런 캐릭터로 만날 수 있기도 기대하겠습니다.

◆ 김의성> 감사합니다.

◇ 김현정> 김의성 씨, 부산영화제 마무리 잘하시고요.

◆ 김의성> 저는 폐막 때까지 계속 남아 있어야 될 것 같아서 아직도 조금 갈 길이 멉니다.

◇ 김현정> 내년쯤에는 부산영화제가 지금보다 훨씬 활기찬 모습으로 부산에서 한번 연결하기를 제가 기대하겠습니다.

◆ 김의성> 그러기를 저도 바랍니다.

◇ 김현정>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 김의성> 감사합니다.

◇ 김현정> 배우 김의성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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