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농민 백남기다", "특검을 실시하라", "책임자 처벌하라"
25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백남기대책위가 '백남기농민 상황 및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김기용 기자)
작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쓰러진 백남기(70) 농민이 위독해지자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부검반대 및 특검실시를 강력히 주장했다.
생명과 평화의 일꾼 백남기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백남기대책위)는 25일 오전, 백 씨가 입원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백남기대책위는 "백 씨가 '물대포 직사 살수행위에 의한 외상성출혈'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의사의 일관된 진료의견이 있다"면서 "법률·의학적으로 부검할 필요가 없는데도 강행한다면 이는 정부가 국가폭력행위를 은폐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 씨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이정일 변호사. (사진=김기용 기자)
백씨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이정일 변호사는 "유가족들도 부검을 원치 않는 상황에서 검찰이 부검을 주장한다면 이는 백 씨의 존엄을 지키지 못하는 또 다른 폭력 행위"라고 말했다.
특별검사를 실시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청문회에서 자료가 원활히 제출 되지 않았고, 검찰수사 역시 지지부진한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국정감사를 통한 조사도 수월하지 않은 상태에서 결국 '특별검사'라는 새로운 수단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남기대책위는 "영상과 증언이 넘쳐나는데도 검찰은 무려 10개월째 이 사건을 조사만 하고 있다"며 "이는 검찰의 명백한 직무유기로 특별검사 도입을 통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사진=김기용 기자)
백남기대책위에 따르면, 백 씨는 최근 혈압이 급격히 떨어졌고, 이뇨제를 투입해도 소변이 나오지 않아 의사들이 약물을 투여할 수 없는 위독한 상태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전진한 의사는 "백 씨가 입공호흡기에 연명하고 있는 상태에서 더 이상의 생명연장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이날 집회에는 백 씨가 주말을 넘기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료진의 연락을 듣고 모인 시민단체 회원들 100여명이 참석했다.
민중연합당 소속 정모(28·여) 씨는 "지금도 장례식장에는 무전기를 찬 사복경찰들이 상시 대기 중"이라면서 "어제까지 시민단체회원 200명 정도가 병원을 찾았다"고 전했다.
소식을 듣고 어제 밤 9시에 서울대병원을 찾은 대학생 박모(23·여) 씨는 "백 씨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보기 위해 지금까지 병원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백남기대책위 측은 백 씨가 누워있는 중환자실을 끝까지 사수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