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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왜 '김재수 농식품장관 해임안을 처리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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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농해수위 7명 가운데 초선 4명, 농촌지역 의원 2명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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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은 가을 수확기가 끝나면 '한 해 농사를 다 지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 말은 농촌에서 9월과 10월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의미다.

농업정책을 다루는 농림축산식품부도 이 때가 가장 바쁜 시기다. 특히, 올해는 쌀 과잉생산에 따른 수급대책과 김영란법 시행이 겹치면서 요즘 농식품부 공무원들은 밤샘하기가 일쑤다.

그런데, 이 처럼 중요한 시기에 농정 책임자인 김재수 장관이 발목을 잡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거대 야당이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해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 장관에 대한 국회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농정 업무 자체가 정치태풍에 휘말리면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 야당은 왜 김재수 장관을 해임건의했나?

그렇다면, 야당은 이 엄중한 시기에 왜 하필 농식품부 장관을 해임하기로 마음을 먹었을까?

물론 김 장관의 언행 실수가 1차 책임이 있다. 김 장관은 지난 4일 경북대 동문회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그동안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본인의 명예를 실추시킨 언론과 방송, 종편 출연자를 대상으로 법적인 조치를 추진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시골 출신에 지방학교를 나온 이른바 흙수저라고 무시한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야당은 해임건의안 제안 이유로 "김 장관이 네이버밴드에 올린 글은 공직자로서 자격이 부족함을 스스로 입증한 결정적 증거가 됐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과거의 어지러운 행적에 대한 반성은 없이 청문회 과정에서 국회가 자신을 모함과 음해, 정치적 공격을 했다는 적반하장격인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는 김재수 장관이 스스로 야당의 해임건의안을 촉발한 빌미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근본적인 해임건의 이유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김 장관을 해임건의한 것은 농정 자체에 대한 이해부족도 중요한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농해수위 소속 7명 중 초선 4명에 도시출신 5명 배정

이번 20대 국회가 시작되고 상임위원회가 구성되면서 농식품부 내부적으로 걱정과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졌던 게 사실이다.

당시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야당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이 도시지역 출신에 초선이 너무 많아, 농정을 제대로 이해할 지 걱정"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관계자는 또, "농업은 현장에서 농민들의 소리가 중요한데 제대로 전달이 되고 협의가 이뤄질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대 농해수위 소속 19명의 의원 가운데 새누리당이 9명이고 나머지 10명은 야당 의원이다. 야당 의원 가운데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7명, 국민의당이 3명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7명 중에는 초선이 4명이고 출신지역도 농업계 비례대표인 김현권 의원과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출신의 이개호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은 모두 도시지역 출신이다.

그나마, 국민의당 소속 3명은 모두 도.농 복합 선거구 출신이다. 이에 반해, 새누리당은 농해수위 소속 9명 가운데 경남 창원의 김성찬 의원을 제외한 8명이 모두 도.농 복합 출신이다.

단순히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만 놓고 보면, 더불어민주당이 농촌. 농업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떨어진다고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김재수 장관 해의건의와 관련해 농촌 출신의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은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가 명분이 약하다며 처음부터 반대했다. 황 의원은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농해수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 발목잡힌 농정, 10월 수확기 대혼란 우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김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직후 전화 통화에서 "이번에 해임건의안 처리와 관련해 농해수위 소속 여당과 야당 의원들의 체감온도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며 "농촌과 농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차이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우선 당장 28일 시행되는 김영란법과 관련해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10월14일에는 쌀 수확전망과 수급대책을 발표해야 하는데, 김 장관이 발목이 잡혔으니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겠냐"고 반문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가을 수확기가 우리나라 농정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쌀이 적정 소비량 대비 35만 톤 이상 과잉생산될 것으로 보여 쌀값 폭락에 따른 수급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벌써부터 농민들은 전국 집회를 여는 등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28일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과일 재고물량이 급증하고, 소고기 소비가 둔화되면서 유통 활성화 대책과 농민 지원 방안 마련이 시급한 현안이 됐다.

더구나, 내년도 농식품부 예산이 14조4천220억 원으로 올해 보다 0.4% 증가하는데 그쳐, 전체 예산 증가율 3.7%에 크게 못미쳤다. 농민 지원과 농식품 수출, 유통 현대화 방안 등 농정업무 자체가 오히려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농업이 매우 불안한 상황에서 김재수 장관에 대한 이번 해임건의는 농정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농업이 정치권에 휘말리게 돼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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