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중인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사진=유튜브 캡처)
두테르테 대통령 지지자들이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필리핀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기자들을 심각하게 협박하고 있어 언론인단체들이 정부의 조사와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프리랜서 기자인 그레첸 말라라드와 알 자지라의 특파원인 자멜라 알린도안이 최근 필리핀의 소셜 미디어상에서 성폭행 위협과 가족에 대한 테러 협박의 목표가 됐다고 알자지라가 21일 보도했다.
마닐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 여기자는 그동안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과 무장반군 ‘아부 샤이이프’에 맞선 군사작전에 대한 보도를 해왔다.
국제기자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Journalists, IFJ)과 필리핀의 전국언론인노조(National Union of Journalists of the Philippines, NUJP)는 20일 두테르테 대통령의 부대변인인 마틴 안다나르에게 이들 여기자에 대한 위협에 대해 정부의 특별조사기구가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국제기자연맹은 필리핀에서 활동중인 언론인들의 안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이들 언론단체는 성명에서 밝혔다. 또 “정부가 소셜미디어를 통한 위협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가해자들은 언론인의 안전 보장을 위해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전에 필리핀 최대 미디어회사인 ABS-CBN에서 일하기도 했던 말라라드 기자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마약과의 전쟁에 연관된 죽음들을 보도하는 과정에 참여한데 따라 온라인에서 공격을 받게 됐다고 알 자지라는 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을 지지하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말라라드 기자에 대한 폭력 행사를 부추기는 글들을 올렸다. 다른 이용자들은 그녀를 “배신자”로 낙인 찍기도 했다.
또 알 자지라의 알린도안 기자는 필리핀 정부군의 반군에 대한 군사작전을 보도한 것과 관련해 협박을 받았다. 그녀는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중이기도 하다. 알린도안 기자는 “(온라인상의) 공격이 너무 악랄해서 우리는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며 “정부가 빨리 이런 행위들을 비판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NUJP는 별도의 성명에서 언론은 “항상 이용자들의 비판을 포함한 참여를 환영하지만 협박은 정당한 비평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NUJP의 라이언 로사우로 회장은 “우리는 수많은 동료들을 잃었지만 그들을 위한 정의가 실현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핀은 1990년이후 145명의 언론인이 살해돼 언론인들에게 가장 위험한 국가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 자신도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보도와 관련해 언론인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이전에 외국 언론인들의 보도에 대해 저주를 퍼붓고 ‘부패한 언론인들은 마땅한 암살 대상’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상원의 청문회에서 한 살인청부업자는 당시 다바오시장이었던 두테르테로부터 그를 비판한 라디오 비평가를 살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두테르테는 ‘준 팔라’라는 비평가에 대해 “창녀의 썩은 자식”이라며 “죽어도 싸다”고 당시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러나 최근엔 자신이 언론의 질문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나는 언론을 적대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나에게 화낼 자유는 없다”고 그는 말했다고 알 자지라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