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투자하고 있지만, 엉뚱한 사업에는 돈을 퍼붓고 정작 써야 할 곳에는 돈을 쓰지 않는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에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을 살펴보면 국토교통부가 맡은 철도·도로 등 각종 인프라 확충에는 올해 3411억원 예산이 투입된 데 이어 다음해에는 2305억원이 편성된다.
또 경기장 건설이나 동계스포츠 육성, 문화 지원 사업 등 문화체육부가 관장하는 예산으로는 올해에는 3660억원, 내년에는 2800억여원의 예산이 투여된다.
올림픽을 1년 반 남겨놓고 대부분의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예산 규모가 줄어들었지만, '문화올림픽' 지원사업만은 올해 70억원 수준이던 예산이 내년에는 291억여원으로 4배가량 늘어난다.
우선 정부는 전통소재를 활용한 오페라, 발레, 국악, 전통공연을 새로 만들어 평창올림픽 전후로 무대에 올리겠다며 110억원의 예산을 새로 책정하고, 우선 오페라 제작 주체인 국립 오페라단에는 45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가상현실(VR)·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동계올림픽 체험관과 사물인터넷(IoT) 시현 단지 등을 조성하는데도 예산 114억원을 들이기로 했다.
이를 포함해 각종 대국민 참여 행사·카운트다운 등 일회성 문화행사나 관련 축제 지원 등에 총 291억원의 예산이 사용된다.
앞서 평창은 환경/경제/평화/문화를 이번 올림픽 4대 가치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미 가리왕산 편법 개발 논란에 휘말렸고, 뾰족한 경기장 사후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면서 대규모 적자도 예상된 지 오래다.
여기에 더해 박근혜 정권 들어 남북관계까지 경색되면서 환경, 경제, 평화 올림픽이라는 목표가 사실상 무색해진 상황이어서, 사실상 문화올림픽 달성에 평창올림픽의 성패가 달려있기 때문에 문화예산을 대거 투입하는 것.
하지만 전문가들은 강원도 평창이라는 지역의 특수성이나 올림픽 행사라는 맥락과 이어지지도 않고, 올림픽 개막까지 1년 반가량 남겨놓고 급조한 사업들이 영양가 없는 '돈 먹는 하마'로만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문화연대 최준영 사무처장은 "문화를 도구로만 생각하고 앞뒤 맥락 없이 끼워 맞추기 식으로 배치한 사업들"이라며 "강원도나 평창에 대한 지역적 특성이나 동계올림픽에 대한 고려도 없이 뜬금없는 오페라, 뮤지컬이나 VR 등 IT기술을 집어넣는다고 문화올림픽이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또 "이미 가리왕산 개발이나 대규모 재정 적자 전망만으로도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저비용·고효율 긴축 재정에 촛점을 맞추고, 향후 시설 재활용 방안을 찾는 등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체육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인 서강대 정용철 스포츠심리학과 교수도 "지자체나 조직위는 문화 슈퍼마켓을 만들겠다지만, 조잡한 수준의 구멍가게를 모아서 마트로 만드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비난은 단순히 전망이 불투명한 문화사업에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몰리기 때문만이 아니다. 현재 평창올림픽에는 정작 기본 경비에도 제대로 돈이 쓰이지 못하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건설산업노조가 정선 알파인 스키와 봅슬레이 등의 경기장 2곳에서 30억원의 임금이 체불되는 등 평창올림픽 공사현장에서 총 110억원 가량의 임금이 체불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1일에는 조직위 직원들의 출장비조차 제때 지급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직위 측은 출장수요가 급증해 일부 출장비를 이월 지급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반년 가까이 지난 뒤 논란이 불거진 뒤에야 뒤늦게 지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정 교수는 "이미 수천억원의 재원이 투자됐는데도 아직도 돈이 없어서 인건비도 못 준다는 얘기가 나온다면 문제 아니냐"며 "충분한 예산을 지급했는데도 현장 직원들이 돈을 받지 못했다면 그 돈은 어디로 새나갔나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또 "이미 국제노동기구(ILO)가 공개 규탄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실사까지 하겠다고 할 정도로 망신살이 뻗친 상황"이라며 "엉뚱한 곳에 헤프게 쓰는 곳은 없는지 대대적인 감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