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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화폐의 종말: 지폐없는 사회'

 

"종이 화폐란 무엇인가? 우리에게 종이 화폐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화폐는 절대 바뀔 수 없는 것인가?"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던진 질문이다.

종이 화폐를 폐지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생각보다 많은 이득을 안겨준다고 로코프는 주장한다. 나아가 종이 화폐가 가지고 있는 장단점을 서술하고, 이로 인해 생겨나는 폐해와 고액권 위주로 편재되어 있는 현대 화폐 시장의 문제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로고프는 지폐를 폐지할 경우 탈세를 눈에 띄게 줄일 수 있으며, 마약 거래·인신매매·
부정부패 등 현금이 오가는 범죄와 불법 활동 역시 줄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각국 정부는 세수의 현격한 증가라는 이득을 얻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폐의 폐지는 중앙은행의 제한없는 금리정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현재 각국은 장기 불황을 탈출하기 위해 다양한 금리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는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고, 일본·스웨덴·스위스 등은 마이너스 금리에 발을 담갔다. 반대로 미국은 금리인상을 시도하고 있다. 로고프는 각국의 금리정책 현황을 분석하고, 그 구체적인 사례와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지폐가 폐지될 경우 보다 탄력적이고 유동적인 금리정책을 펼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로고프는 그중에서도 마이너스 금리에 주목하는데, 세계 경제가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먼저 지폐가 폐지되어야 한다.

로고프는 지폐 폐지를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인다. 그는 지폐가 가진 편리함과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할 권리를 인정하면서, 지폐 폐지가 단계적·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현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고액권부터 순차적으로 폐지할 것을 제안하고, 금융소외자들을 위한 정책이 필수적으로 시행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로고프는 지폐가 폐지된 후 발생할 혼란을 우려하는 이들에게 기술의 발전이 지폐없는 사회를 비롯한 금융 및 공공재정정책에 긴밀히 연동될 거라고 이야기한다.

로고프는 화폐가 생겨나게 된 역사적 배경 외에도 ‘헬리콥터 머니’ 등 시대별로 진행된 정치·경제·학문적 논의와 정책들을 다각도로 수렴하여 설득력 있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특히 정치적·경제적·역사적 접근만이 아니라 윤리적인 접근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특유의 전방위적인 근거 중심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풍부한 사례로 화폐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한 로고프는 세계 경제가 나아가야 할 금융과 재정적책의 근간에 대해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의 경제지형도는 어떠한가, 오늘의 불황을 어떻게 헤쳐가야 하는가, 미래의 경제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 경제적 인간으로서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어빙 피셔와 존 메이너드 케인스 같은 경제학자들은 대공황의 정점에서 정부가 현찰에 대해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제공할 방법을 찾는다면 세계를 불황으로부터 구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실현 불가능한 아이디어였고, 케인스는 정부의 지출을 늘려서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금융거래는 전산거래, 신용카드, 현금카드, 스마트폰 거래 등으로 다양해졌으며, 거래량도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가지고 있는 전자화폐 거래에서는 플러스 금리든 마이너스 금리든 지급 못할 것이 없다. 지폐의 폐지는 중앙은행이 제한없는 금리정책을 펼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최근의 변화는 2008년 금융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전까지는 중앙은행이 시장에 개입하는 일이 매우 드물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책적인 마비 사태가 잇따르자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하나둘 시장에 개입하며 사태를 진화하는 데 앞장섰다.

이렇게 바뀐 경제 상황 속에서 중앙은행이 제한없는 금융정책을 펼치려면 지폐의 폐지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물론 이는 세계 경제에 또 한 번 커다란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하지만 로고프는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에 대비할 시간이 충분히 있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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