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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품격, 유일무이한 자기 삶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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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삶의 품격에 대하여'

 

신간 '삶의 품격에 대하여' 저자 리처드 노먼의 휴머니즘론은 종교와 과학이 대결하는 국면에서 삶의 의미에 관한 철학의 물음으로, 훌륭한 삶에 관한 윤리의 물음으로 이어진다. 종교 차이로 인한 테러가 일상으로 일어나는 맹목의 시대에, 한편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과학이 인간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있는 대전환의 시대에 다시 인간은 무엇이고, 삶의 의미는 어떻게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저자 리처드 노먼은 어떠한 권위에도 기대지 않고 스스로 그 길을 찾아 나설 수 있는 나름의 방법론을 제시한다.

인간이 특별한 존재라는 인문적 전통과,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과학주의 및 회의주의 사이에서 저자는 평행선을 달리는 두 가지 견해를 경청할 필요가 있으면서도 그럼에도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를 수 있는 것은 '의식'consciousness을 지녔다는 사실임을 피력한다. 인간은 의식으로써 스스로 정신 상태를 점검하고 평가할 수 있다. 의식은 매순간 우리의 경험을 종합하여 고유한 기억을 만들고, 기억은 정체성을 구성한다.

그러므로 자기 자신을 점검할 능력을 가진 인간은 '신의 명령'이나 종교적 권위에 기대지 않고 '공유된 인간적 가치'에 기반하여 삶의 윤리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은 다수의 행복을 위한 세속적 도덕인 공리주의로, 다양한 실천윤리로 발현될 수 있다. 상이한 가치들이 충돌하는 인생의 복잡성만큼이나 삶의 길을 결정하는 양상은 간단하지 않다. 인생의 답을 찾는 여정은 종교적 계율처럼 이미 결정된 것이 아니라, 여정의 계기마다 바람직한 길을 선택해야 하는 윤리적 결단이다.

저자 리처드 노먼은 인간이 환경에 취약한 존재임을 인정하자고 말한다. 이는 인간이 나쁜 행동을 저지를 수 있고, 예기치 않은 재앙에 속수무책일 수 있다는 점을 겸허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그가 위대한 휴머니즘의 증거라고 평가한 프리모 레비는 인간성을 박탈하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인간성을 지켜내야 할 이유를 발견한다. 인간의 진보를 무조건적으로 기대하기보다는 인간의 불완전성과 취약함을 인정하고, 그 취약함으로부터 어떤 인간적 가치를 발굴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따라서 휴머니즘은 무조건적인 기대와 희망을 전제하지 않으며, 오히려 조건적이고 잠정적이다.

두 번째는 삶의 특수성에 대한 강조이다. 이는 개개인의 삶의 유일무이함을 옹호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삶의 다양한 의미와 가치를 제시하고 창조하는 것이 예술, 그중에서 서사 예술이라고 하며 그것의 의의를 중요시한다. 서사 예술은 경험의 개별성과 삶의 다양한 모습을 재현하여 우리의 경험세계를 두껍게 만들고 삶의 의미를 부여한다. 종교적 믿음도 삶의 모습을 주조하고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일종의 서사 형식일 따름이다.

공유된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삶의 개별성을 존중하는 것, 이것이 바로 저자가 제안하는 휴머니즘이다. 따라서 의미 있는 삶 또는 삶의 품격이란 유일무이한 자기 삶의 이야기를 다층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것은 공유된 인간적 가치를 존중하기에 다른 이들도 공감할 수 있으며, 자기만의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실현되므로 유일무이한 독자성을 가진다.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고 자기 이야기를 사는 존재, 그것이 인간이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이야기, 더 많은 기억, 더 많은 사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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