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전국 학생 배구대회 가운데 최대 규모로 열린 ‘제27회 CBS배 전국 남녀 중고 배구대회’에는 10명도 안되는 선수로 구성된 팀도 여럿 출전해 열악한 한국 배구의 현실을 보여줬다. 영광=황진환기자
제27회 CBS배 전국 남녀 중고배구대회가 열리는 31일 전남 영광의 영광스포티움 실내보조체육관.
이날 여중부 경기에 나선 A 팀은 7명의 초미니 선수단으로 경기에 나섰다. 코트에 나선 6명을 제외하면 벤치에 앉은 선수는 고작 1명. 게다가 7명 가운데 1학년이 무려 5명이나 됐다. 이 팀은 다른 팀과 함께하는 합동훈련이 아니면 연습경기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한 팀에 12명 이상의 인원이 구성되어야 자체적으로 연습경기도 치를 수 있다. 하지만 10명도 되지 않는 선수로 구성된 팀은 4명이 한 조로 연습경기를 어렵게 소화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선수 부족이 단순히 최근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 운동선수를 꿈꾸는 어린 학생의 절대적인 수가 적다 보니 선수로 등록되는 수도 적을 수밖에 없다.
CBS배에 참가한 한 팀 관계자는 “점점 선수를 선발하는 것이 어렵다. 지금 당장 선수가 적은 것도 문제지만 앞으로 선수를 하려는 선수가 없는 것이 더 문제”라고 아쉬워했다. 다른 팀 관계자도 “한국 배구의 위기는 배구를 하려는 어린 선수가 없기 때문”이라며 “선수가 많으면 그 안에서 좋은 재능을 가진 선수를 여럿 찾을 수 있지만 선수층이 얇다 보니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가뜩이나 부족한 선수, 앞으로가 더 문제현재 대한민국배구협회에 등록된 전국의 배구팀은 총 196개. 이 가운데 초등학교는 남자 팀이 42개, 여자 팀이 25개다. 중등부 48개(남 28 여 20)와 고등부 42개(남 25 여 17)가 운영되고 있으며 대학팀은 남자가 14개, 여자가 4개다. 실업리그 소속 팀은 남자가 13개, 여자는 7개다.
이 팀에 속한 선수는 총 2241명. 남자가 1474명이고 여자는 767명이다. 초등학생 선수는 653명(남 412명 여241명)이지만 중등부는 569명(남348명 여 221명), 고등부 499명(남315명 여 184명), 대학부 262명(남214명 여 48명)에 불과하다.
이들 가운데 미래의 프로선수와 국가대표가 나와야 하는 열악한 구조다. 어쩌면 이런 선수층에서 올림픽 메달을 꿈꾸는 자체가 꿈 같은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가까이 일본의 경우 고교팀만 4000개가 넘고 미국은 대학리그가 4부리그까지 운영된다는 점에서 우리의 현실과는 큰 차이가 있다.
실제 CBS배 현장에서 만난 중고등부 배구부 관계자 상당수가 단순히 성적이 아닌 팀 운영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다. ‘제2의 김연경’이나 제2의 문성민’을 꿈꾸는 선수 자체가 적어 재능있는 선수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여러 중고등부 배구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당장 CBS배를 마치고 곧바로 신인선수를 뽑아야 하는 V-리그 여자부 감독들은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현장을 찾아 주요 선수들의 몸상태를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