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국적선사인 한진해운이 결국 법정관리로 가게 됐다.
한진해운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KEB하나은행 등은 30일 오전 산은에서 긴급 채권단 회의를 열어 한진그룹과 한진해운이 지난 25일 제출한 추가 자구안을 토대로 자율협약을 계속할지 여부를 논의한 결과 만장일치로 신규지원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과 한진해운 간의 자율협약은 중단되고 한진해운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법정관리로 넘어가게 된다.
◇ 추가지원 거부 이유
산업은행은 한진 측이 최종적으로 제시한 자구안은 "전체 부족자금 대비 지원 규모가 부족하고, 자금 투입시기 등을 고려할 경우 회사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미약하며, 경영정상화를 이루기에도 크게 부족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회계법인이 실시한 실사에서 용선료와 선박금융 등 계획된 채무재조정이 모두 성사돼도 1조~1조3천억원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산은은 부족한 자금 중 한진해운측이 적어도 6천억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한진해운은 연말까지 4천억원을 조달하겠다며, 여기에 채권단이 6천억원을 지원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조양호 회장과 한진 계열사가 1천억원을 추가로 낼 수 있다며 맞서왔다.
산은은 상거래 연체 규모를 감안하면 약 6천억원이 즉시 투입돼야 하지만 한진측은 올해 대여금 2천억원만 지원한다는 입장이어서 채권단이 나머지 돈을 먼저 투입해야 하는 상황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진해운의 부족자금 규모는 대내외 변수에 따라 증가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채권단이 추가 리스크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도 추가 지원을 할 수 없는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선박금융, 용선료 조정 등과 관련해서도 일부 진전이 있다고 하지만 상대가 있는 협상에서 목표한 만큼 채무조정을 달성하기 어렵고 해운업 업황지연, 높은 운임변동성 등을 감안할 때 부족규모는 회계법인의 추정치 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 자금지원 시 문제점채권단은 만약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대규모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경우 용선주 등 해외 채권자의 채무 상환으로 조기에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6일 기준으로 6천500여억원에 이르는 상거래 채무를 고려하면 6천억원에 이르는 신규자금이 즉시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채권단이 지원하는 신규자금이 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해외 용선주, 해외 항만하역업체 등 해외 채권자 상거래 채무를 변제하는데 사용돼 해외로 유출될 우려가 크다것이 채권단의 설명이다.
이는 국내금융기관이 지원한 자금으로 해외 거래처가 받을 연체채무를 대신 갚아 주는 결과가 된다.
또 한진해운의 채무조정은 모든 이해관계자의 공평한 손실부담을 전제로 추진되었지만 이번에 논의되는 신규자금 지원은 협약채권자만 추가적인 부담을 하는 것으로 지원의 타당성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 추진 과정에서 예상되는 대규모 부족자금을 협약채권단만이 부담하는 것은 채권단으로선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 향후 계획
채권단은 자율협약이 종료된다는 사실을 한진해운에 즉시 통보했고, 한진해운은 독자적으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한 법정관리를 신청해야 한다.
다음달 4일이 자율협약 만료일이지만 이날 결정으로 한진해운은 곧바로 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은 금융위, 금감원 등 관계기관과의 긴밀히 협조해 금융기관과 협력업체등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해상물동량 운송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항만운영에도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수부 등 정부에 대응 조치를 요청했으며, 채권단은 정부의 조치에 최대한 협력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동시에 강도 높은 채무조정 등을 통해 정상화의 첫 걸음을 뗀 현대상선의 경쟁력을 제고하는데 최대한 노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른 시일에 CEO 선임 등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현재 진행 중인 경영컨설팅을 통해 선대 개편·영업망 확충 등 중장기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해 우리나라 해운업의 역량을 책임 있게 유지·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