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제공)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사표를 조만간 제출받을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수리할지 아닐지 여부에 정가의 관심이 쏠려 있다. 박 대통령의 선택에는 우병우 민정수석 거취, 특별감찰관제도의 존폐 등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어 복잡한 계산을 요하기 때문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30일 "이 특별감찰관의 사표는 인사혁신처에 원본이 제출되면 청와대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특별감찰관은 전날 오후 압수수색을 당한 뒤 사표를 팩스로 인사혁신처에 먼저 보냈다. 이날 중 원본을 송부하면 인사혁신처를 경유해 청와대가 받게 된다.
앞서 청와대는 우 수석 감찰과정에서 감찰정보가 누설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중대한 위법행위', '묵과할 수 없는 사안', '국기를 흔드는 일' 등의 표현을 동원해 이 특별감찰관을 맹비난했다. 며칠 뒤에는 "우병우 죽이기의 본질은 임기 후반기 식물 정부를 만들겠다는 의도"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언급이 보도됐다.
이는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확고하게 우 수석에 대한 신임을 유지해온 박 대통령의 심경이 표출된 메시지로 해석됐다. 이 와중에 결국 '국기를 흔든' 이 특별감찰관이 스스로 사의를 표명한 이상, 박 대통령으로서는 사표 수리로 화근을 없앨 기회가 생겼다. '식물 정부'를 획책하지 않을 후임자를 정하면 안정을 꾀할 수 있다.
그러나 사표가 수리되면 우 수석의 거취 논란이 점화될 수밖에 없다. 똑같이 검찰 특별수사팀에게 수사받고 있는 우 수석과 이 특별감찰관 중 한쪽만 현직을 유지하는 상황은 형평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을 비롯한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우 수석이라면 불공정 수사 논란까지 초래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 특별감찰관은 옷을 벗고 수사를 받는데, 우 수석은 철갑을 두르고 수사를 받고 있다"며 "집무실을 압수수색 당한 이 특별감찰관과 달리 우 수석은 자택도, 민정수석실도 조사받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박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한다면 현행법상 3년 임기가 보장(특별감찰관법 제8조)된 특별감찰관을 취임 1년 반만에 해임시키는 게 된다. 특별감찰관보와 감찰담당관 등 인력은 특별감찰관이 임명하게 돼 있는 만큼, 경우에 따라 조직 전체가 물갈이되는 등 헌정사상 최초의 특별감찰관제도가 파행할 수도 있다.
특히 "부패와 비리에, 어느 누가 연루되어 있다고 해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2012년 8월 대선후보 수락연설)이라면서 특별감찰관제 도입을 공약한 박 대통령이 '우병우 보호'로 일관하다 특별감찰관을 해임하는 '역설적 상황'에 대한 정치적 부담도 떠안을 우려가 있다.
박 대통령이 이 특별감찰관의 사표를 반려하는 경우도 특별한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미 양측간 대립각이 분명해져 사태 해결의 돌파구가 만들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이 특별감찰관의 마음이 떠난 이상 특별감찰관 조직 자체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워 사실상 유명무실의 상태가 돼 있기도 하다.
청와대는 이 특별감찰관의 거취와 관련한 해법에 골몰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여권 관계자는 "이미 특별감찰관이 '국기를 흔든' 조직으로 규정된 마당에 사표 수리가 지연된다고 해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며 "이 특별감찰관이 골치 아픈 숙제를 청와대에 던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