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의 에어컨 매장에서 한 고객이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이마트 제공
“이런 더위는 처음이예요. 전기료 폭탄 걱정에 에어컨도 켤 수 없어서 시원한 매장에서 필요한 물건도 사면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평일인 17일 오전 이마트 성수점에서 만난 주부 박영옥(65.성수1가2동)씨는 더위에 넌더리를 냈다.
주부 김효신(47.장안동)씨도 “아이들이 셋이어서 주말에는 마트를 자주 찾는데 너무 덥다보니까 오늘은 주중인데도 마트에 나왔다”고 말했다.
한달 가까이 이어지는 역대급 폭염(暴炎)을 피해 시민들이 백화점과 대형마트로 몰리면서 유통업계가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무더위가 덮친 7월말부터 8월초는 여름 휴가 최성수기여서 백화점 등은 매출이 저조한 시기지만 올해는 에어컨 대박을 필두로 더위에 지친 고객들이 몰리면서 폭염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더워도 너무 더운 날씨가 ‘7말 8초 비수기’ 공식을 깨뜨린 것이다.
롯데백화점 가전제품 매장. 사진=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은 폭염이 본격화된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5일까지(25일 정기휴점일 제외) 전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신장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년동기대비 매출 증가율은 3.2%에 불과했다.
현대백화점도 해당 기간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5.6% 증가해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 신장률 2.5%의 두배를 넘었다.
이마트 역시 해당 기간 매출이 4.9% 신장했다. 폭염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 13일과 15일(14일 휴점)에는 24.6%가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8/15~16) 매출 신장률은 겨우 3.2%였다.
이마트의 한 매장 모습. 사진=이마트 제공
이같은 매출 신장의 견인차는 올해 최고의 대박 상품에 등극한 에어컨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해당 기간 에어컨 매출이 지난해 동기대비 무려 152.5%나 급증했다. 구입 문의는 끊이지 않고 있지만 고효율 가전제품 10% 환급제까지 더해 재고가 없어 못팔 지경이다.
이마트 성수점 정성재 비식품 영업총괄은 “지난달 에어컨 매출은 지난해 7월보다 120%나 증가했는데 8월 들어서는 재고가 모두 소진돼 팔래야 팔 수가 없다”면서 “이렇게 에어콘이 모두 동날 정도로 팔리는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백화점과 마트를 찾는 도시 피서객들이 늘면서 식당가 매출도 쑥쑥 오르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해당기간 식당가와 빵‧디저트 등 델리 매출은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2%와 16.3%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기간 매출 증가율은 식당가 2.7%, 델리 9.3%였다.
롯데백화점 정현석 영업전략팀장은 "계속된 폭염으로 인해 시원한 백화점을 찾는 고객이 늘면서 에어컨 등 가전제품은 물론 식당가 등의 매출도 올라가는 등 전체적인 매출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