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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동행 취재…"40㎏ 장비 착용하고 화재 진압하다 탈진하기도"

"딩동댕~"

"화재출동, 화재출동, 유성구 학하동 야적장 화재"

9일 오후 12시 51분쯤 화재를 알리는 방송이 나왔다.

대전 북부소방서 구암 119안전센터의 소방관들은 신속하게 방화복을 챙겨 입었다.

방화 두건, 방화복, 방화 신발, 헬멧, 공기호흡기 등 약 40㎏에 달하는 장비를 착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30초 이내.

9일 오전 대전시 대덕구 한남대학교에서 소방대원과 자위소방대가 화재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김미성 기자)

 

화재는 30여 분 만에 진화됐지만, 현장에는 탄 냄새가 진동했고 연기가 자욱했다.

낮 기온이 34도까지 오르며 더위가 절정에 치달았고 강렬한 태양 아래 느껴지는 체감온도는 이미 사람의 체온을 훌쩍 뛰어넘었다.

"한여름 오후 2시, 3시쯤 뜨거운 아스팔트 정중앙에서 패딩점퍼를 입고 뛰어다닌다고 하면 상상이 되려나요?"

갓 소방관이 된 박종문 북부소방서 구암119안전센터 소방관은 '폭염 속 방화복 착용'을 이렇게 표현했다.

땀을 뻘뻘 흘리는 박 소방관은 "방금처럼 금방 진화됐을 때는 다행이지만 이런 날씨에 2, 3시간 동안 땡볕에서 화재를 진압하다 보면 탈진하는 것은 일상"이라며 "출동 나갈 때는 소방관도 사람이기 때문에 큰불이 아니면 좋겠고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대전 동부소방서 송문근 진압대장의 얼굴에서는 땀이 계속 쏟아져 눈을 제대로 뜨기조차 힘들어 보였다.

송 진압대장은 "이 옷(방화복) 자체가 상당히 덥고 입는단 생각만으로도 땀이 난다"며 "화재 현장에서 방화복을 입고 공기호흡기를 메고 뜨거운 고열에서 진화 작업을 할 때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느껴진다. 탈수 증상도 흔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9일 오후 대전시 대덕구 와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대전 동부소방서 곽철웅 소방관이 벌집을 제거하고 있다. (사진=김미성 기자)

 

대전 대덕구 와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벌집 제거'가 한창이었다.

소방관들이 입은 흰색의 벌집 제거 보호복은 비닐 재질로 혹서기에 3분 정도만 입어도 온몸이 땀에 다 젖을 정도로 더운 옷이라고 소방관은 설명했다.

대전 동부소방서 곽철웅 반장은 "어제도 8건 정도의 벌집 제거를 위해 출동했는데 점심 먹은 시간 20분을 제외하고는 퇴근할 때까지 한 시도 쉬지 못했다"며 "여름철에는 순서대로 벌집 제거를 해야 할 정도로 신고가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곽 반장은 벌집 제거 보호복을 가리키며 "이렇게 입어도 쏘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벌집 제거 신고건수가 급증하는 여름철은 소방관에게 더욱 힘겨운 계절이다. 폭염이 일찍 찾아들면서 출동이 더욱 늘었다.

대전 소방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벌집 제거 신고 건수는 643건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1034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폭염에 고온다습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벌 개체수가 증가했다는 것이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여름철 가장 힘겨운 것은 40㎏의 장비와 방화복도, 숨이 턱턱 막히는 벌집 제거 보호복도 아니라고 소방관들은 입을 모았다.

송문근 대장은 "겨울에만 소방관이 바쁘다는 것은 옛말"이라며 "집 문이 잠겨서 열쇠로 따 달라거나 이웃집에서 쿵쿵거리니까 층간 소음을 없애달라, 누가 술 먹고 나를 때리려고 하니까 와서 말려달라, 부인과 아이가 없어졌으니 찾아달라는 등 다양한 신고가 소방관들을 힘들게 하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한 소방 관계자는 "에어컨이 고장 났으니 고쳐달라는 신고도 받은 적이 있다"며 "119가 제일 누르기 쉬워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나하나 출동하는 소방관 입장에서는 고역"이라고 토로했다.

박종문 소방관은 "불을 다 끈 뒤 방화복을 벗을 때는 직업에 대해 뿌듯함과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라며 "힘든 직업이지만 제 직업을 말하면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 사랑받는 직업"이라고 웃어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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