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9주 4일째 진통이 시작되자 A(35)씨는 2014년 3월 인천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 입원했다.
병원 도착 후 측정한 태아 심박 수가 정상(분당 150∼160회)보다 30회가량 높게 나왔지만 이내 정상 수치를 되찾았다.
잠시 후 허리통증이 심해지자 간호사가 통증을 줄여주는 '무통 주사'를 놔줬다. 1시간 30분가량 더 지나자 자궁이 거의 다 열렸지만 아기는 쉽게 나오지 않았고 통증은 다시 심해졌다.
산부인과 원장은 결국 직접 제왕절개 수술을 했고 수술 3분 만에 A씨는 꿈에 그리던 건강한 아들을 낳았다.
출산 후 30분 뒤인 오후 9시께 회복실로 옮겨진 A씨는 수술 부위 통증을 느꼈다. 온몸이 추워 간호사에게 말해 온찜질도 하고 담요도 덮었다.
그러나 구토 증상이 나타나며 분당 100회가 넘던 맥박이 절반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시 15분 뒤 심하게 하혈한 A씨는 자궁수축제를 맞았지만 출혈은 멈추지 않았다. 회복실에 온 지 1시간 가량 만에 의식이 희미해졌고, 병원 측은 119구급차를 불러 대학병원으로 옮겼다.
A씨는 심폐소생술 등을 받았으나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양쪽 팔과 다리가 마비됐다. 그는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혼자서는 식사를 하거나 화장실에 갈 수 없는 상태가 돼 버렸다.
A씨 가족들은 "수술 당시 의료진이 동맥혈관을 손상해 출혈이 생겼다"며 총 1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출혈 후에도 면밀하게 경과를 관찰하거나 신속히 다른 병원으로 옮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병원 측은 "산모의 많은 출혈은 동맥 손상으로 인한 것이 아닌 이완성 자궁출혈"이라며 "출혈만으로 수술 과정에서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인천지법 민사16부(홍기찬 부장판사)는 A씨와 남편 등이 해당 산부인과 병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산부인과 원장이 A씨에게 위자료 1천만원을 포함해 총 3억4천8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제왕절개 수술 이후 대량의 출혈이 발생한 사정만으로는 수술 당시 피고가 원고의 동맥혈관을 손상했다고 추정할 수 없다"며 의료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수술 이후 맥박이 떨어진 것은 출혈을 의심할 수 있는 응급 상황인데도 신속하게 초음파 검사를 하지 않는 등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또 "의식이 나빠질 때까지 자궁마사지를 하고 수축제만 투여하는 등 신속하게 상급 병원으로 옮기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A씨가 급작스럽게 많은 출혈을 해 최선의 조치가 이뤄졌더라도 나쁜 결과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피고의 배상 책임을 30%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