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A씨는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었다.
승강장 역명판의 한자 표기는 '숙대입구'(淑大入口)였는데, 전동차 내부 노선도에 씌여진 이름은 '숙명여자대학'(淑明女子大學<간체자>)이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역을 두고 두 가지 중국어 역명이 뒤죽박죽인 셈인데, 어떤 것이 맞는 걸까.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숙대입구역의 중국어 표기는 '숙명여자대학'이 맞다. 표기 기준은 '역명+입구'로 돼 있는 역이름에서 '입구'는 삭제하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원리로 1호선 외대앞역은 중국어 간체자로 '한국외국어대학', 2호선 서울대입구역은 '서울대학', 4호선 한성대입구역은 '한성대학'으로 표기해야 한다.
그러나 숙대입구역의 사례에서 보듯이 원칙과 다른 '오락가락' 표기가 여전해 외국인 관광객에게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인 관광객의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한 홍대입구역도 원칙대로 '홍익대학'이 아닌 '홍대입구'로 표시된 곳도 눈에 띄었다.
'당고개역' 같은 순우리말 역이름에는 아예 중국어 표기를 하지 않은 곳도 여전히 남아있었다.
서울시는 외국어 표기자문위원회가 만든 '서울시 중국어 표기기준'과 '서울시 일본어 표기기준'을 두고 주요 명소는 물론, 시내 지하철역에 대한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에 따르면 중국어 표기는 간체자가 원칙으로 ▲ '역명+입구'에서 '입구'는 삭제 ▲ '역명+앞'에서 '앞'은 삭제 (동묘앞→동묘) ▲ 역명이 대학명칭인 경우 정식 명칭으로 (이대→이화여자대학) ▲ 부연 설명이 필요한 경우 추가해 사용 (대공원→서울대공원) 등 기준을 따라야 한다.
일본어 표기의 경우 ▲ 한자의 유무와 무관하게 국어의 표준 발음에 따라 가타카나로 표기 ▲ 외래어 역명은 일본의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 등 원칙이 있다.
시 관광체육국 관계자는 "외국어 표기자문위원회의 자문으로 올바른 표기법을 알려줘도 예산 문제 등으로 실제 역 표지판은 미처 바뀌지 못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표기 원칙 자체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불친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시청역은 '시청'을 발음대로 'シチョン'으로 적어 서울시청이 있는지 알기 어렵다. 영어 표기에 비유하면 'City Hall'이 아닌 발음 그대로 'Shicheong'으로 적은 셈이다.
시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연내를 목표로 중국어·일본어 표기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며 "서울시도 의견을 내는 등 이에 함께하고 있으며, 지침이 나오면 기존 표기기준 대신 새 지침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역명의 올바른 표기법은 '서울시 외국어 표기사전'(http://dictionary.seoul.go.kr/spelling/dictionary)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간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