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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그 대안을 찾기 위해 우린 얼마나 노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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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교수, 새 책 <협상의 전략> 통해 20개 협상 소개

- 사드 정국, 쿠바 미사일 위기 해결한 케네디 행정부의 지혜 필요
- 한국 휴전협상, 2년여 시간 동안 거대한 증오를 잉태
- ‘두려움으로 협상을 할 필요는 없지만 협상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 북한이 나쁜 짓을 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더 만날 필요가 있는 것 아닌가?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7월 19일 (화)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연철 교수 (인제대)


◇ 정관용> 협상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임금협상, 여야협상, 무역상대국과의 FTA협상도 있고요.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사드도 그 도입을 놓고도 협상이 있었겠죠. 그리고 우리 휴전협상, 한일협정 이런 것은 지금의 우리 한국체제를 만든 협상이라고 할 수가 있고요. 남북 간에는 지금 협상 자체가 없는 그런 시대이긴 합니다만.

자, 북한 문제를 연구한 인제대 김연철 교수. 한때 남북협상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었죠. 이런 협상을 주제로 흥미진진한 책을 펴냈어요. ‘협상의 전략’이라고 하는 두툼한 책인데 김연철 교수를 오늘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연철> 네,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북한문제로 박사학위 하시고 북한문제 주로 연구하시잖아요.

◆ 김연철>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언제 이렇게 협상에 관한 연구를 많이 하셨어요? 그것도 보니까 책 내용의 거의 대부분이 외국 협상들이더라고요. 우리나라와 관련이 없는?

◆ 김연철> 제가 한 10년 전에 남북협상의 현장에 참여할 기회도 있었는데요. 그 협상이라는 게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 정관용> 어렵죠.

◆ 김연철> 북한하고의 입장 차이도 크고 또 우리는 대북협상이라는 것이 여론에 민감한 영향을 받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런 협상의 현장에서 좀 이게 일반적인 다른 협상의 사례에서 교훈을 좀 찾아봐야겠다, 그래서 좀 남북협상이라는 것도 국제적인 보편성에 따라서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신경전이라든지 기타 등등 이런 게 아니고 조금 더 성숙한 그런 협상문화를 좀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 정관용> 그래서 협상의 국제적 보편성을 찾고자?

◆ 김연철> 네. 그런데 또 알고 보면 국내적으로 보더라도 우리는 협상문화가 너무 없는 것 같아요.

◇ 정관용> 없죠.

인제대 김연철 교수

 


◆ 김연철> 어떤 갈등이 발생을 하면 그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과 절차, 그러니까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조금 더 해외 사례들을 갖고 우리가 조금 더 그런 부분에서 달라져야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해서 썼습니다.

◇ 정관용> 방금 언급하신 10년 전 남북협상에 참여한 과정을 조금 소개해 주세요.

◆ 김연철> 저는 통일부장관 정책보좌관으로 2004년부터 2005년까지 했는데요. 그때 장관급 회담도 몇 번 해봤고 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의라든가 다양한 협상과정에 참석을 해 봤습니다.

◇ 정관용> 직접 북한사람들과 대면하고?

◆ 김연철> 그렇죠. 아무래도 장관 보좌관이니까. 협상이라는 건 기싸움이거든요. 하나의 합의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상당한 기싸움도 있고요. 또 보면 신경전도 만만치 않죠.

그러니까 대부분 합의가 안 되면 ‘우리는 가겠다’ 이렇게 하는데, 짐을 호텔 밖으로 빼고 그러는데 상대방도 그런 부분들을 잘 알기 때문에 ‘아이고, 안녕히 가십시오’ 이렇게 하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서로의 차이가 큰 것들을 어떻게 합의문에 담아낼 것인가라는 것을 몇 번 경험해 봤습니다.

◇ 정관용> 그런 경험을 해보시고 문제의식을 느껴서 쓰신 책인데 여기에서 어쨌든 국제적 협상의 보편성을 몇 가지 발견하셨을 것 아니에요?

◆ 김연철> 네.

◇ 정관용> 그에 비추어볼 때 북한의 태도, 남한의 태도는 괜찮아요, 문제가 많아요?

◆ 김연철> 일반적으로 잘 몰랐을 때는 오해가 많죠. 오해가 많다 보니까 서로 신경전도 굉장히 과열하게 하는데 아무래도 노무현 정부 때는 협상을 자주 했기 때문에 그런 불신의 단계에서는 조금 벗어난 것이기 때문에 좀 부드러운 측면도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목표는 좀 다를 수가 있으니까 신경전도 많이 벌였죠.

◇ 정관용> 이 책에 스무 가지의 협상을 쭉 소개하셨는데. 우리나라와 관련이 있는 것은 한국전쟁 휴전협상, 그다음에 한일협정 두 가지고 그 외에는 쿠바 미사일 위기, 얼마 전에 있었던 예멘의 통일협상 또 중동평화를 이끌었던 캠프 데이비드 협정, 빌리브란트의 동방정책 이런 등등 굉장히 현대사의 굵직한 협상들은 다 들어가 있는 것 같은데. 이중에 제일 잘된 협상이 뭐예요?

◆ 김연철> 원래 20가지를 고를 때는 사실 협상에 관련해서는 외국에서 나온 책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보면 번역된 책들도 많거든요. 그런데 그게 외국 사람들이 봤을 때 중요한 협상으로 선정하는 것하고 한국사람 입장에서 중요한 협상들을 선별해내는 것은 좀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 정관용> 당연하죠.

◆ 김연철> 그래서 제가 20가지를 선정할 때는 일단 시대별로 좀 안배를 했고요. 지역별로 안배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미국에 한 3개, 유럽이라든가 아시아에서도 남아시아 또 라틴아메리카 기타 등등, 아프리카도 한두 개 넣고 그런 식으로 잘 알려진 협상도 있고 또 잘 알려지지 않은 협상들도 있는데요. 저는 이중에서 좀 우리가 시사점을 받아야 되겠다고 생각하는 건 하나만 고르긴 좀 어렵고 두 가지 고르면 지금 이 시점에서는 쿠바 미사일 위기를 해결했던 케네디 행정부의 협상의 지혜가 좀 필요한 것 같아요. 사드 국면에서 일종의 위기의 리더십 아니겠습니까?

◇ 정관용> 그리고 또 하나는요?

◆ 김연철> 또 하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만델라의 리더십인 것 같아요. 우리가 보면 너무 갈등이 좀 심해서 상처가 좀 많은 것 같아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하나씩 봅시다, 그러면.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무엇입니까? 어떤 협상전략이 성공했던 거예요, 그 당시에?

◆ 김연철> 몇 가지를 좀 주목해서 봐야 될 것 같은데요. 제가 본 것은 일단 쿠바에 소련 미사일을 설치했다라는 것을, U-2기를 통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그 사진을 찍은 정보를 입수한 상태에서 케네디 행정부가 제일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이것을 결정할 때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을 한번 고려를 해본 겁니다. 그래 봤더니 한 쿠바 미사일 부품을 실은 소련 배가 미국의 접근지역까지 오는 데 6일 정도 걸리겠다.

◇ 정관용> 6일?

◆ 김연철> 그러면 우리가 6일 동안 최선의 방식을 한번 토론을 해보자. 그래서 물론 위기라는 건 그렇지 않습니까? 당장 지붕이 무너지면 빨리 피해야 되는 거지만 대부분 위기라는 것은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드 정국에서 안타까운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얼마만큼 충분하게 가장 바람직한 대안을 찾기 위해서 우리가 노력했는가. 이 부분이 좀 중요한 것 같고요. 그다음에 정부 내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려면 열린 토론이 필요합니다. 저는 케네디 행정부가 토론을 할 때 장군이 주장한 것에 대해서 대령이 반박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단 말이죠.

◇ 정관용> 아.

◆ 김연철> 왜냐하면 그야말로 있을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다 거론을 해야 되고 그런 상황을 선택했을 때 그 부작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충분히 토론을 해야지 그 국가의 결정이라는 게 굉장히 위험한 것 아니겠습니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데 지금 우리가 보면 공론화의 과정 이런 것들도 전혀 안 되어 있고 정부 내에서도 과연 이게 케네디 행정부처럼 열린 토론을 통해서 충분히 검토를 했느냐. 참 아쉽죠.

◇ 정관용> 그래서 그때 어떻게 해결이 됐죠? 쿠바에 미사일 배치되면 우리는 소련을 공격하겠다, 이런 데까지 갔었잖아요.

◆ 김연철> 그렇죠.

◇ 정관용> 그러다가 어떻게 해결이 됐죠?

◆ 김연철> 3차 핵전쟁의 위험성까지도 사실은 생각을 했는데요. 왜냐하면 선을 딱 그어놓고 여기를 넘으면 폭격을 한다고 그랬기 때문에 그러면 3차 핵전쟁이 일어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일단 해상 봉쇄라는 것을 임시적인 조치로 내세운 거고요.

◇ 정관용> 쿠바에 대한 해상 봉쇄.

◆ 김연철> 소련 배에 대한.

◇ 정관용> 그렇죠. 소련 배는 거기에 못 간다.

◆ 김연철> 그렇죠. 그런데 그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고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밀협상을 했죠. 그래서 미국에 와 있는 소련주재 미국대사 도브리닌이라는 사람하고 케네디의 동생이었던 법무부장관이었던 로버트 케네디 사이에 비밀협상을 하게 됩니다.

◇ 정관용> 그래서요?

◆ 김연철> 비밀협상을 하게 돼서 미국은 터키에 설치해 있는 미사일을 처리하는 대신 흐루시초프도 결국에는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철수하는 걸로 서로 합의를 본 거죠.

◇ 정관용> 그러니까 미국이 하나 우리도 양보할 테니 너희도 이거 하지 마라. 그렇게 된 거군요, 결국은.

◆ 김연철> 그렇죠. 물론 케네디 행정부는 터키에 미사일을 철수하는 것들이 너무 여론의 비판을 많이 받을 수가 있었기 때문에 그걸 좀 비공개로 해 달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일종에 서로 나눈 건데, 그걸 비공개로 하는 바람에 끝나고 나서 흐루시초프만 비판을 많이 받았죠.

◇ 정관용> 비공개라는 약속은 소련이 그래도 끝까지 지켰나요?

◆ 김연철> 왜냐하면 미국 입장에서는 이게 북대서양 조약기구의 동의를 얻어야 되는데 이게 동의를 얻는 절차가 좀 필요하다, 그러니까 내가 약속을 할 테니까 당분간만 비공개로 해 달라 한 건데 그 사실을 몰랐던 소련의 정치국 위원들 같은 경우에는 ‘흐루시초프 너무 양보를 많이 한 것이 아니냐?’ 이렇게 비판을 많이 한 거죠.

◇ 정관용> 심지어는 흐루시초프가 자기네 정치국원들한테도 비공개로 했군요?

◆ 김연철> 이런 국가적 위기에서의 중요한 결정들은 공유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 정관용> 아, 철저하게 비밀을 정말 지켰네요.

◆ 김연철> 네.

◇ 정관용> 그런데 거기에서 장군이 예를 들어서 ‘이건 소련을 공격해야 합니다’ 막 이렇게 하는데 대령이 그걸 반박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었다?

◆ 김연철> 그렇죠. 대통령이 합리적인 토론을 할 수 있을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야 되는데 케네디는 왜 그렇게 했느냐 하면 당시 공군 참모총장이나 이런 분들은 무조건 폭격을 주장했거든요. 일단 선제폭격을 해야 된다.

◇ 정관용> 그렇죠.

◆ 김연철> 어차피 이게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 먼저 공격을 하는 게 유리하다는 건데 먼저 공격하면 3차 핵전쟁이 일어나는데요. 그런 차원에서 저는 케네디 대통령이 한 여러 가지 말들 중에서 전문가를 믿지 말라는 것이 있어요.

그러니까 군인들은 그렇게 공격을 했을 때 후유증이 없겠냐, 이렇게 물어봤는데 후유증 없다고 얘기를 하거든요. 그런데 그렇지 않죠. 그래서 그런 주장들에 대해서 충분히 검토하기 위해서는 계급이 낮은 사람들도 반론을 펼 수 있도록 했단 말이죠.

◇ 정관용> 또 하나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만델라의 리더십이라고 했는데 그건 어떤 겁니까?

◆ 김연철> 저는 우리 국내를 보면 갈등이 너무 심하잖아요. 그리고 갈등을 치유하는 과정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부딪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남아프리카공화국이라는 것이 아시다시피 백인 정권이 굉장히 오랫동안 일종의 흑인 차별정책을 오랫동안 했는데 결국...

◇ 정관용> 만델라도 수십 년 감옥에 있었고.

◆ 김연철> 그렇죠. 27년간 감옥에 있었던 만델라를 석방을 시켜서 저는 이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주로 우리가 만델라만 주목해서 보는데 그 만델라와 함께 일종의 이행기의 파트너였던 데클레르크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백인 정권의 마지막 대통령이죠. 이 조연도 매우 우리가 주목해야 될 인물이 아닐까.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패배자 두 명을 우리가 꼽거든요. 한 명은 데클레르크라는 사람이고 다른 한 명은 고르바초프입니다. 그런데 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만델라가 대통령에 당선이 되는데 저는 만델라가 대통령 취임사에서 얘기했던 말 중에 치유의 정치라는 게.

◇ 정관용> 치유.

◆ 김연철> 네. 굉장히 중요합니다. 힐링의 정치죠. 우리가 힐링이라는 말이 한국에서는 굉장히 좀 왜곡해서 받아들이는데 힐링이라는 건, 치유라는 건 사실은 좀 고통스러운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상처가 있는 부분들을 수술도 해야 되고 고름도 짜내야 되고 생살을, 새로 살을 돋게 하는 과정을 의미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런 차원에서 보면 만델라가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 과거 백인 정권에서 이루어졌던 각종 국가폭력이라든가 그 희생자들,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치유를 할 것인가. 그게 바로 진실과 화해 위원회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법적으로 처벌하게 되면 공권력이 반발하니까 그렇게는 할 수 없고 진실을 고백하면 사면해 주겠다는 거거든요.

그래서 일종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진실을 고백하는 국면을 거치게 됩니다. 그 진실을 고백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죠. 사실은 우리 남편이 아주 평범한 경찰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봤더니 국가폭력으로서, 납치해서 살해하고 이런 것들을 알게 된 부인 입장에서는 이혼한 사례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튼 그런 진실의 고백이라는 아주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서 용서하고 용서받는 이게 화해의 과정이죠. 그리고 또 그 화해의 과정이 일종의 무지개 국가라고 얘기하듯이 흑인과 백인 또는 제3의 컬러를 가진 인종들이 일종의 화합을 해서 새로운 국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인데.

◇ 정관용> 보통의 경우는 그렇게 극악무도한 인권유린을 하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찾아내서 처벌하고 처단해야 한다, 이 목소리가 훨씬 셀 텐데 만델라가 그것을 ‘진실만 고백하면 용서해 줍시다’ 그렇게 만든 거죠. 그게 만델라의 핵심인 거죠?

◆ 김연철> 그것은 물론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게 백인 정권의 경찰이라든가 군인이라든가 사법체계라든가 기타 등등 기득권을 다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게 선거를 해야 되는데 그 선거, 이 사람들을 처벌하겠다고 했을 때는 선거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거죠. 민주적 이행 자체가 불가능하니까 어쩔 수 없이 타협할 수밖에 없는 건데요.

◇ 정관용> 아니, 그러니까 그 대목에서도 저는 처벌하지 않겠다고 하는 일종의 양보를 통해서 민주주의를 끌어낸 거잖아요.

◆ 김연철> 그렇죠.

◇ 정관용> 군부정권, 그러니까 기존 백인 정권의 양보를 또 끌어낸 것 아닙니까?

◆ 김연철> 그러니까 여기서 중요한 게 많은 사람들이 힘에 의존하고 힘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 정관용> 맞아요.

◆ 김연철> 그런데 힘으로 해결하는 것은 편리한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상처를 남기거든요. 결국 한 나라가 갈등을 치유해나가는 과정이라는 건 그런 상처를 아물게 하고 이렇게 해야 되는데 아무래도 그게 법적 처벌이든 또는 공권력에 의한 처벌이든 그런 폭력적 방식은 또 이게 갈등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보면 일종의 협상을 통한 해결이라는 것이 시간이 좀 많이 걸리고 좀 힘듭니다. 또 참아야 되고. 그렇지만 장기적인 과정에서 보면 결국 그런 것이 갈등을 해결하는 하나의 과정이죠.

◇ 정관용> 그 대목에서 백인 정권의 마지막 대통령인 데클레르크는 민주주의로 가자라고 하는 양보를 또 자기가 만들어낸 거죠.

◆ 김연철> 그렇죠.

◇ 정관용> 그게 서로 주거니 받거니 아니겠습니까?

◆ 김연철> 네.

◇ 정관용> 앞서 쿠바 미사일에서도 ‘터키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기지 우리가 내놓겠다. 그러니 너희도 이거 하지 마라’. 결국 협상은 그거죠?

◆ 김연철> 그렇죠. 협상이라는 것은 혼자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항상 상대편이 있는 것이고 상대편도 협상에 참여를 해야지 일정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거죠.

◇ 정관용> 서로 원하는 걸 조금씩 양보하면서 충족시키는 것.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여기에 우리나라로 다뤄지고 있는 한국전쟁 휴전협상하고 한일협상은 잘됐나요?

◆ 김연철> 제가 이제 우리 사례와 관련해서 두 가지를 선정을 했는데 하나는 휴전협상인데요. 휴전협상은 사실은 지금까지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렇죠.

◆ 김연철> 그러니까 1951년 7월에 전쟁이 일어난 지 1년 후에 휴전협상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그로부터 2년이 걸려서 끝나게 됩니다. 그런데 휴전협상은 제일 큰 문제는 뭐냐 하면 전투 계속의 원칙이에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평화협상이든 휴전협상이든 다른 나라들 같은 경우에는 휴전협상을 시작할 때 전투를 중단합니다. 전투를 중단하고.

◇ 정관용> 그리고 협상을 하는데.

◆ 김연철> 총을 내려야지 협상을 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휴전협상은 협상을 하면서 전투 계속의 원칙이거든요. 그렇게 되면 협상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그야말로 고지전. 그리고 후방에서는 폭격, 양민학살. 그야말로 휴전협상이 이루어지던 2년 동안 거대한 증오를 잉태를 했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런 증오들이 전쟁 이후 분단의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우리 국내적으로도 여전히 일종의 영향을 미친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협상을 하면서도 상대를 인정하지 않은 거거든요. 그래서 상대를 인정하는 게 협상의 출발이고 그게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것을 반면교사로 보여주는 거죠.

◇ 정관용> 한일 간 협상은요? 65년 국교정상화 과정.

◆ 김연철> 지금도 우리가 사드 국면에서 일종의 한미일 삼각체제라는 것이 저는 사드 국면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렇죠.

◆ 김연철> 이게 보면 한일협정 같은 경우에도 한일 간의 양자협상이라기보다는 미국이 중재하고 조정하고 한 협상이죠. 미국 입장에서는 한미일 삼각체제를 만들어야 되는 것이고 거기에서 제일 걸림돌인 한일 간에 과거사 문제로 이게 안 되니까 미국이 조정을 해서 한 건데. 우리 입장에서는 이게 한미일 삼각체제라는 것은 미국의 요구와 압력, 일본도 사실은 이런 질서 구도를 원하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김연철> 그런데 우리 입장에서 보면 과연 이것이 우리 국익에 부합하냐. 물론 냉전시대 같은 경우에는 어쩔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지금 같은 경우에는 한중관계도 있고 한러관계도 있고 다르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보면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좀 역사적 배경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현재 상황을 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 정관용> 이번에 사드 도입이 결정되는 과정에서도 협상은 있었겠죠?

◆ 김연철> 네, 협상은 있었겠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공론화의 과정이 없었다는 것.

◇ 정관용> 처음에 언급하신 우리 내부에서. 심지어는 경제부처 장관들과의 토론도 없었다는 것 아니겠어요?

◆ 김연철> 네. 이게 협상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양면협상입니다. 앞에 상대가 있고 뒤에는 국민이 있는 거죠. 그래서 늘 보면 국민의 요구와 압력과 기대를 갖고 상대편한테 우리 입장을 좀 더 많이 관철시키기 위한 하나의 협상수단으로 활용을 해야 되거든요.

◇ 정관용> 당연하죠.

◆ 김연철> 그런데 일종의 우리가 국내협상을 하지 않으면 그만큼 협상력이 떨어지는 거예요.

◇ 정관용> 맞아요.

◆ 김연철> 저는 그게 제일 아쉽습니다.

◇ 정관용> 우리 국민들이 이렇게 반대한다. 이걸 힘으로 삼아서 미국한테 사실은 더 많은 걸 얻어낼 수도 있었을 텐데.

◆ 김연철> 그렇죠. 그래서 우리가 공론화의 과정이라는 게 국회라는 게 그렇게 그런 걸 하라고 만들어놓은 것 아니겠습니까? 국민의 대표이고. 충분한 논의과정들을 통해서 우리가 지금 얘기하고 있는 많은 쟁점들에 대해서 우리의 요구와 이런 것을 정리를 하면 훨씬 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할 수 있는 거죠.

◇ 정관용> 자, 이제 남북 간에는 지금 협상은커녕 대화조차 완전 단절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이 상태에서 우리가 역사적으로 쭉 협상의 사례를 가지고 교훈을 얻는다면 지금이라도 우리가 먼저 ‘좋다, 대화하자. 협상 시작해보자’라고 하는 게 옳아요? ‘더 기다려’ 내지는 더 압박하는 게 옳아요?

◆ 김연철> 그게 제가 봤을 때는 협상이라는 것이 목적이 여러 가지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도 있고요. 상대편이 지금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알아내기 위한 협상도 있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 김연철> 그러니까 협상의 목표는 굉장히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대화 그 자체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요.

저는 역시 케네디 대통령이 했던 말을 인용을 해보면 ‘두려움으로 협상을 할 필요는 없지만 협상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저는 그게 박근혜 정부한테 들려주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남북관계라는 게 굉장히 어렵죠. 그리고 북한의 핵능력도 강화된 상태기 때문에. 그렇다 하더라도 일종의 정보를 파악할 필요성도 있고요. 그다음에 상대가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정확하게 파악을 하면 나름대로 우리가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 정관용> 우리 카드가 더 다양해질 수 있죠.

◆ 김연철> 그렇죠. 그런 노력 자체를 하지 않는 건 좀 유감스럽습니다.

◇ 정관용> 협상 전문가 내지 학자들은 악마와도 협상할 수 있다고 하거든요.

◆ 김연철> 네, 맞습니다.

◇ 정관용> 그렇지 않습니까? 그리고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이런 말도 있잖아요. 적을 알려면 일단 만나서 얘기를 해야죠.

◆ 김연철> 그렇죠.

◇ 정관용> 북한이 물론 핵 개발하고 미사일 발사하고 나쁜 짓을 하고 있습니다만 그럴수록 더 만날 필요가 있는 것 아닌가.

◆ 김연철> 우리가 전쟁 중에도 만나서 대화를 했잖아요.

◇ 정관용> 맞아요.

◆ 김연철> 그러니까 일종의 여러 가지 가능성들에 대해서 대비를 해야 되는데 외교의 역할에 대해서 너무 좀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협상의 전략’, 부제로 ‘세계를 바꾼 협상의 힘’ 이런 책을 들고 오신 김연철 교수. 세계를 바꾼 협상의 힘, 우리 협상의 힘을 통해 한반도를 좀 바꿨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연철>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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