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지역으로 경북 성주군을 발표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예상대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배치 지역으로 경북 성주가 13일 최종 확정됐다.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탈냉전 이후 사드 만큼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 강국을 자극하는 현안은 없다.
그런데 사드가 들어서는 과정에 ‘외교’가 과연 고려됐나 싶을 정도로 외교는 보이지 않았다.
우선 결정 과정이 석연치 않다. 국방부가 사드를 국내에 배치하겠다고 발표한 지난 8일 오전 윤병세 외교장관이 서울 강남의 백화점에서 양복을 쇼핑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보아넘길 사안이 아니다.
외교장관의 ‘평일 쇼핑’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하필 그날, 다시 말해 동북아의 안보 지형 변화와 직결된 사안이 발표되던 그날, 어떻게 양복점에 있었느냐 하는 점이다.
윤병세 장관은 “배치 결정을 알고 있었고, 외교부 차원의 후속 조치도 준비가 돼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는 정통 외교관료의 성향상 알고도 그랬을 리는 없다는 의문은 여전히 꼬리를 물고 있다.
외교 지형이 급변하면서 우리 외교의 해법도 잘 보이지 않는다.
사드배치는 우리나라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 즉 MD체제에 편입된 것으로 간주되는 게 주변국의 시각이다.
따라서 우리가 미.중 빅2 국가의 싸움에 끼어든 형국이고 결과적으로 외교적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대북 제재를 명분으로 우리가 사드 배치를 용인하는 결정을 내렸으나 자칫하면 중국의 대남 압박을 불러올 수도 있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들의 전망처럼 중국은 상당히 거칠게 노골적으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대규모 미사일 기지를 한반도 주변에 전진배치하거나 서해상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덧붙여 남중국해 영토 분쟁도 신냉전을 재촉해 우리는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선택을 강요당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사드의 효용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종심이 짧은 남한에서는 효용이 낮다는 지적이 있다. 사드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난 수도권은 기존 패트리어트로 충분히 수도권을 방어할 수 있다는 게 군당국의 설명이다.
인구와 핵심시설이 밀집된 수도권은 패트리어트로 방어할 수 있다? 사드배치의 본래 목적을 혼란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중시하는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의 이분법적 시각은 더 이상 효용성을 발휘하기 어렵다.
지난해 9월 천안문 망루에서 극적으로 연출했던 망루외교도 갈짓자 외교 속에 1년도 안돼 허망하게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는 길은 균형외교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