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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남중국해 긴장고조에 길잃은 한국 균형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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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지역으로 경북 성주군을 발표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정부가 13일 오후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배치지역을 공식 발표함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당국의 배치 결정 발표 닷새 만에 우리 정부가 부지 발표로 한 단계 더 나아감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도 공식적인 반발 또는 대응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미 양국이 지난 8일 주한미군 사드배치 결정을 발표한 직후 반발과 함께 사드배치 절차를 중단하라고 한목소리로 요구한 바 있다.

사드 갈등은 사실상 중국의 패소로 끝난 필리핀·중국 간 남중국해 중재재판 결과와 맞물려 동아시아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

류전민(劉振民) 외교부 부부장은 이날 오전 남중국해 백서를 발표한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일관해서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필리핀이 근년 들어 섬을 불법 점령해 군사시설을 설치하면서 사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며 "(PCA 판결문을)휴지조각으로 치부해 실행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분쟁 관련 판결이 나온 전날 중국군은 052D형 이지스함 한 척을 남중국해에 추가 배치했다.

중국이 남중국해 분쟁 중재 판결이 나오는 날 최신형 이지스 구축함을 추가 배치한 것은 미국의 공세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사드 한반도 배치 반대에 이어 남중국해 분쟁 중재 판결에 불복할 뜻을 밝히면서 미중 갈등이 더욱 거세짐에 따라 한국 외교는 미중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해야만 하는 곤란한 상황으로 내몰렸다.

외교부는 전날 “발표된 중재재판 판결에 유의하면서 이를 계기로 남중국해 분쟁이 평화적이고 창의적인 외교노력을 통해 해결되기를 기대한다"면서 미국의 주된 논리인 '항행의 자유' 등을 언급하면서 미묘하게나마 미국의 편에 섰다.

하지만 이달 중순 라오스에서 열리는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 외교장관회의 등 ASEAN(아세안) 관련 회의에서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필리핀과 중국간 분쟁에 대한 국제 중재재판 결과와 관련해 주변국들로부터 보다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받을 수도 있다.

미국과 일본은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독점적 영유권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중재재판 결과를 중국 측이 수용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크다.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로 대북제재 공조 균열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더 이상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 지속적인 공조의 틀을 유지해야 하는 입장이다.

사드 갈등에 이어 남중국해 분쟁 중재 판결에 대한 입장 표명 등 민감한 외교 현안이 잇따르면서 우리나라의 '미중 등거리 외교' 기조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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