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황진환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롯데케미칼이 국가를 상대로 수백억 원대 소송사기를 벌인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당시 회계책임자를 재판에 넘기고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수사하고 있다.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8일 조세범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롯데케미칼 전 재무이사 김 모 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회계팀장을 맡아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1512억원 어치의 기계설비 등 롯데케미칼의 자산을 마치 있는 것처럼 속여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 270억 원의 세금을 부정환급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법인세 220억 원, 주민세 20억 원, 환급가산금 20억 원 등이 포함됐다.
롯데케미칼(당시 호남석유화학)은 지난 2004년 11월 고합 자회사였던 KP케미칼을 인수했다. 롯데케미칼은 회사 장부에 적혀 있던 1512억 자산이 실제 분식회계 자산이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국세청을 상대로 "감가상각을 해달라"며 행정소송과 행정심판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인수 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회계법인의 실사를 통해 자산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롯데케미칼 측에 전달됐을 뿐 아니라 인수가격에도 반영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나라 굴지 대기업에서 정부를 상대로 사기소송을 벌였다는 게 상당히 놀랍고 특이하다"며 "대기업이 횡령이나 배임 행위를 벌이는 것은 봤어도, 국가상대로 편취행위를 벌인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검찰은 신동빈 회장이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벌어진 일인 만큼, 신 회장이 실제로 관련 사실을 보고 받은 적이 있는지, 지시했거나 묵인한 정황이 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검찰에서 "(인수 직후) 실적 압박으로 주도적으로 벌인 일"이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부정환급 받은 자금이 롯데케미칼의 특별영업이익 명목으로 추가된 점 등으로 미뤄 회사 차원에서 몰랐을 리 없다는 판단이다.
검찰은 또한 그룹 전 계열사의 '컨트롤타워'로 불리는 롯데그룹 정책본부 차원에서 깊이 관여했는지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