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4선‧경북 경산)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친박계 실세 최경환(4선‧경북 경산)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피할 수만 있으면 (출마를) 피하고 싶다"는 속내를 벌써 드러냈지만, 대안 없이 전당대회를 방치했다가는 계파 수장의 지위가 무색해진다. 그렇다고 총대를 메고 '돌격'을 외치자니 승률이 걱정된다.
때문에 지도체제 개편을 백지화 해 다소 유리한 룰(rule)로 변경을 시도했으나 명분이 약하다. 불출마의 대안으로 추천한 친박계 ‘맏형’ 서청원(8선‧경기 화성갑) 의원은 '출마 불가' 입장을 피력했다.
좀처럼 퇴로를 찾기 힘든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당 일각에서는 "의원 총회 전에 입장을 정리해줘야 부담감 없이 전당대회 룰(rule) 논의가 가능하다"며 '용퇴'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 희박해진 '출마' 가능성…후보 단일화 실패 → 룰 변경 난망 → 徐 대리 출마친박계 재선 의원은 4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서청원 추대론'의 배경에 대해 "최경환 의원이 출마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당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생각해낸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친박계 관계자도 "서 의원이 출마한다고만 하면 최 의원도 큰 부담을 덜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친박계 초‧재선 의원들이 중심이 돼 제기하고 있는 이른바 '형님 리더십'의 배경에 최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고사가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친박계가 최다선 의원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난맥상은 내부 교통정리 때문이다. 범(凡) 친박 이주영(5선) 의원이 이미 출마 선언을 했고, 원유철(5선)‧한선교‧홍문종(4선)‧이정현(3선) 의원까지 6~7명의 중진 의원들이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표가 갈라질 조짐이다.
최 의원 입장에선 이주영 의원의 경우 자신에게 총선 책임론을 제기한 터라 당권을 맡기기에 부적할하고, 다른 의원들 역시 친박계의 총의를 모아주기엔 체급이 낮다.
때문에 본인이 직접 출마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비박계의 공세가 부담스럽다. 정병국(5선), 김용태(재선) 의원이 단일화하겠다고 벼르고 있고, 김 의원은 '최 의원 저격수'를 자처하며 강공을 예고하고 있다.
결국 표 분산을 막기 위해 1인2표제에 기반을 둔 현행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하고 단일지도체제를 백지화하려 했으나, 이미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합의한 사안이라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 당내 의원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도 단일지도체제에 대해 "이미 비대위에서 의견을 집약해 모은 바 있다"며 기(旣) 합의 내용을 재확인했다.
유일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은 단일화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후보군을 좁힐 수 있는 컷오프(예비경선) 제도의 도입이다. 친박계는 오는 6일 의총에서 이 제도의 도입을 안건으로 제안할 예정이다.
서 의원이 최 의원 대신 출마하는 방안은 컷오프 도입까지 무산됐을 때의 플랜B 방안으로 풀이된다. 최 의원이 불출마 쪽을 퇴로로 잡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결단' 의총 前 혹은 後? 崔 빠지면 당권 구도 '출렁'
문제는 불출마의 시점이다. 당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최 의원의 포기를 기정사실화하며 불출마 시점에 따른 이해득실을 분석하는 기류가 흐른다.
한 당직자는 "만약 최 의원이 6일 의총 이후에 불출마 선언을 하게 되면 끝까지 룰의 변경에 집착하는 듯한 인상을 남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도체제 개편과 모바일 투표 등 유불리가 갈리는 제도의 도입 여부를 끝까지 계산한 뒤 판단하는 기회주의자 이미지가 덧씌워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결정을 내리는 것이 최 의원 향후 행보에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5일 혹은 6일 오전 '불출마 선언'이 있을 것이란 소문도 나돌고 있다.
최 의원이 당권 경쟁에서 빠지게 되면 친박이면서도 계파 색채가 옅은 이주영 의원과 비박계 정병국 의원의 양자구도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럴 경우 이 의원은 친박계와 비박계 일각에 호소하는 '통합' 프레임을, 정 의원은 총선책임론과 강한 쇄신을 주문하는 '혁신' 프레임을 각각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